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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매일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소감 / 최고요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5-01-02 06:30:00
https://www.imaeil.com/page/view/2024121912473717008
엄마에게 마음을 보냈더니, 시가 왔어요.…"아브라카다브라" |
2025 매일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자 최고요
정말 그랬어요. 마음이 하늘에 콕 박힌 점 같은 날이 있었어요. 전주에 사는 엄마 생각이 나는 날이면 더욱 그랬어요. 새까만 밤, 유난히 작지만 동그랗게 콕! 찍힌 점이 점점 부풀어 올랐어요. 엄마에게 내 마음이 가닿은 거라고 믿었어요. 그때였어요. 부풀어 오르던 점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밤이 환해졌어요. 나를 위해 쓴 시가 엄마의 마음에 붙어 다시 되돌아 온 거예요. 언제부터인가 그랬어요. 내게 보름달은 내 마음과 누군가의 마음이 함께 뜬 날이었어요.
지금은 꿈속이에요. 노랑나비가 개망초 꽃 주위를 맴돌며 앉을락 말락 망설이는 걸 한참 들여다봐요. 방울토마토, 부추, 상추, 고추를 심어 베란다텃밭을 만들고 매일 출근 도장도 찍어요. 나는 환한 웃음을 붓으로 들고 내 마음과 누군가의 마음 사이를 넘나들며 나비도 되고 잠자리도 되어보는 거지요. 구름이 얼굴을 만지고 가는 날에는 따뜻한 차 한 잔 가져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봅니다. 그러면 "네, 네, 좋아요. 우린 더 쑥쑥 자랄게요." 말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잠시 무안해져서 "참 좋지? 그저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좋아 아무 말도 못하겠네." 하고 머쓱하게 웃어보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마법 같은 순간은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자주 꿈속이에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걸 초등학교 아이처럼 받아쓰면서 새로운 잠을 청하듯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가 쓰는 대부분의 동시는 이렇게 나만의 이야기로 태어납니다. '아브라카다브라'도 그랬습니다.
동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동시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용기내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그저 내 마음을 돌아보는 일인데….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해서 저를 동시 속에 포옥 빠질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곁을 지켜주는 정진호 선생님과 영하 그리고 미희 사랑합니다. 아울러 작가로서의 첫 시작을 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신 매일신문사와 아직 부족한 작품을 선해주신 권영세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약력〉
- 서울 출생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2025 신춘문예] 2025 매일신춘문예 동시 부문 심사평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5-01-02 06:30:00
시의 배경을 상상하고 공감하게 하는 끌림과 여운 |
권영세 시인
900편에 가까운 전체 응모작이 전반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대체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설렘과 기대와는 달리 신인작가로서 지녀야 할 새로운 소재의 발굴과 변모된 시적 형상화 등에 있어서는 기존의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한 작품이 눈에 많이 띄지 않아 아쉬웠다.
우선 일차적으로 류한월(충북·53세)의 '컴퓨터 마우스', 백정진(대구·44세)의 '파인애플', 정이도(경기·41세)의 '슈뢰딩거의 고양이', 김미르(세종·60세)의 '걱정 먹는 하마', 이두은(대구·38세)의 '딱따구리', 손음(부산·60세)의 '아빠 구두', 안도연(충북·22세)의 '꼬리빗', 최시현(경남·47세)의 '아브라카다브라'를 뽑았다. 이 중에서 끝까지 남겨진 작품은 '컴퓨터 마우스', '슈뢰딩거의 고양이', '아브라카다브라' 등 세 편이었다.
'컴퓨터 마우스'는 게임에 빠진 아빠와 함께 놀지 못하는 어린이다운 화자의 마음을 잘 드러내었지만 동시가 어린이를 비롯한 모든 연령대까지 공감하며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 세계의 불확실성과 역설적인 성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고 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과감하게 인용하여 동시 세계를 확장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표현이 산만하여 이미지가 분명하지 못한 것이 단점이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아브라카다브라'는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제목이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다'는 뜻을 지닌 주문의 용도로 쓰이는 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작품 속에 끌려 들어가는 듯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관찰자인 화자와 그의 엄마의 심정을 적절히 조화시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시의 배경이 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공감하게 하는 끌림과 여운이 있어 당선작으로 서 결심을 굳혔다. 당선을 축하하며 동시단의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