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원(同心圓)의 세계
어느 날 무심코 볼펜 두 개로 동심원을 그렸다. 그런데 중심의 볼펜이 고정되지 않고 자리를 옮겨가니 원이 되지 않았다. 거듭 연습했더니 하나의 중심축으로 여러 개의 원을 그릴 수 있었다.
인간은 동심원의 지구에서 살며 가장 작은 단위가 가정이다. 가정은 한 남녀가 중심이 되어 자식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룬다. 아버지를 중심(부계사회)으로 각자의 역할을 하며 화목하게 산다. 그러나 그 중심이 흔들리거나 빗나가면 그 가정은 불목으로 갈등과 분열로 파탄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힘이 조합하고 조직화 되어 있다. 그러나 그 힘의 중심이 흔들리거나 흐트러지면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지 않고 잡음이 심해지며 결국은 갈피를 잃고 허둥거리고 만다. 그러하여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 체제로 중심을 달리한 동심의 구조로 변형되기도 한다. 하나의 국가라는 동심원에서 지방이라는 여러 개의 동심원으로 지역의 특색에 맞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도시도 중심에서 외각으로 뻗고 있다. 부유층은 공기가 맑고 자연의 경관이 좋은 바깥 지역으로 이동하며, 그 자리에 직장인들은 출퇴근하기 편리한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다. 서울도 그렇게 확장되어 외각의 위성도시가 경기도 곳곳에 생겨났다. 그러면서 중앙의 주요 기관이 그곳으로 생겨나며 인구 밀집을 분산시키고 있다.
특히 노년의 삶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전원생활을 원하기도 한다. 그 일환의 정책으로 정부는 노인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임대형의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이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이나 바다가 보이는 곳에 들어서고 있다. 오늘날 빠른 시대 조류로 젊은 60대에 직장에서 물러나며 실버타운을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종교도 믿음의 동심원이며 신을 중심에 두고 산다. 그 중심에서 떨어져 나가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과학 만능시대로 그 중심을 과학(물질)에 두고 있으며 종교(정신)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은 죽었다며 자신이 신이라고도 하며 포스트모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인공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며 여러 정보를 얻고 있다. 행성 중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가진 토성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면서 자기의 중력으로 작은 천체를 끌어당겨서 145개의 위성을 만들고 있다. 그 중심 토성에서 벗어나면 소멸하고 만다. 이처럼 사람도 인간으로 존재케 한 그 중심의 중력에 끌려 살며, 그 사랑의 인력이 끊어지면 동심원에서 벗어나 죽음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