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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ketlink | 영화 포스터나 홍보 문구만 봤을 땐 <잔혹한 출근>이 ‘김수로의 영화’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이선균의 몫도 만만치 않다.
이선균 | <잔혹한 출근>의 ‘만호’는 지금까지 내가 한 역할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오는 역할이다. 촬영할 땐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생각보다 많이 나와 나도 놀랐다.(웃음)
동철(김수로)과 만호는 사채 빚을 ‘한날 한시에 갚는 사이’다. 동철이 사채 빚에 허덕이는 건 주식에 끝없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이 연기한 만호는 도대체 왜 빚에 허덕이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선 드러나지 않지만 만호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 볼링장 하나 겨우 받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빚더미였다. 운영도 못하고 폐볼링장이 돼 결국 유괴한 인질 가둬두는 곳으로 쓰인다. 빚 갚아보려고 흥신소에 들어가 일하지만 그것도 잘 안되고. 왜 그런 애 있지 않나? 뭘 해도 안 되는, 지리리 운 없는 애.(웃음) 인질인 태희(고은아)의 발을 씻겨주며 그런 과거사를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갔다.
만호가 왜 ‘코너’에 몰렸는지 설명이 안 되니 감정 이입이 잘 안 된다.
만호는 여러 면에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 앞에 나서서 뭔가 적극적으로 하는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는 한 발 뒤에 물러서 있으면서 동철을 자극시켜 유괴를 하게 만드는,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상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인물이다. 과장된 연기를 하는데 또 그 행동 하나하나가 절실하게 보여야 한다.
만호의 그런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영화 초반, 꼬마를 덜컥 유괴하고선 그 부모에게 전화를 못해 쩔쩔 맬 때다. 결국 동철이 전화하게 만들고야 만다.
100번이 넘게 전화하는데 결국 안 받지.(웃음) 그 장면은 하룻밤을 꼬박 새워 촬영했다. 그렇게 아침이 됐는데 나중엔 그걸 촬영하고 있는 우리가 너무 웃기는 거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웃음) 나중엔 어이가 없어서 웃고, 수로 형도 나도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 웃음이 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 그 웃는 장면을 수로 형과 나 따로 따로 단독 컷으로 찍었는데 NG가 8번 났다. 너무 웃어서. 그 장면이 어떻게 나올까 너무 궁금했는데 나중에 보니 투 샷으로 그냥 갔더라.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한다.
김수로와의 작업은 어땠나.
수로 형과는 한번쯤 작업해보고 싶은 맘이 있었다. 유쾌한 배우라고 생각했거든. 코미디를 해도 망가지고 막 나가는 코미디가 아니라 ‘유쾌한 힘’을 전해주는 배우다. 코믹함과 건강한 유쾌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워낙 유쾌한 분이니 애드리브도 막 할 줄 알았는데 그거 다 적어와서 사전에 대사 리딩할 때 해보고 먹히면 하더라.
‘만호’ 역에 맞는 배우를 찾아주다가 스스로 ‘만호’가 된 걸로 안다.
김태윤 감독은 학교 때부터 잘 알던 친한 형이다. 처음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만호는 정말 어린 친구였다. 만호 역에 어울릴 배우들을 여럿 소개해줬는데 스케줄도 안 맞고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었다. 그 과정 중에 만호가 나이가 좀 있는 걸로 설정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선균아, 그럼 네가 해보는 건 어떠냐” 그렇게 된 거다. 지금 서른 둘인데 이때 아니면 언제 20대 역할 해보나 하는 맘도 있었고, 원래 평범한 역보다는 특이한 역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의 막차로 <잔혹한 출근>에 합류했다. 그런데 나중에 찍힌 걸 보니까 눈가에 주름이 막 잡히고. 아, 정말 보기 괴롭더라.(웃음)
평범보다는 비범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전작 <손님은 왕이다>에선 야비한 흥신소 사장 ‘이장길’로 나온다.
이 바닥이 원래 연줄이다.(웃음) PD가 아는 분이라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원래는 40대 역할이었다. 그런데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인물이더라. 그래서 거절했다. 그랬더니 오기현 감독이 날 찾아왔다. 못하겠다고 얘기하러 갔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캐릭터가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감독님이 “그럼 네가 그 인물을 한번 잡아봐라” 하는 거다. 이장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의견으로 만든 인물이다. 연기생활 한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랬다면 ‘이장길’ 이미지는 정말 ‘제대로’ 잡았다.
‘껌을 씹으면서 섹스를 하는 남자’, 뭐 이런 이미지로 잡았다. 사실 <손님은 왕이다>에서 내 촬영 회차는 7회차 밖에 안 된다. 성현아씨랑은 영화에서 한 번 만나는데 처음 만나서 “안녕하세요”하고 섹스 신 찍고 “안녕히 계세요”하고 헤어졌다. 명계남 선생님도 한 번 만나서 두드려 패고 헤어지고.(웃음) 성지루 씨도 마찬가지다. ‘이장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동대문를 뒤지고 다니며 의상 컨셉도 잡고 감독님과도 매번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런 작업들이 정말 너무 좋았다. 영화 시작하고 55분까지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작은 인물인데 처음 포스터에 얼굴도 넣는 영광도 얻었다.(웃음)
브라운관 활동도 많이 하지만 주로 단막극을 했다. 미니시리즈에 비해 캐릭터 설정 등에 더 여유를 둘 수 있어서 선택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 미니시리즈가 안 들어온다.(웃음) 그런 건 뭐 멋진 친구들이 멋있게 하면 되고 난 멋있지도 않으니까.(웃음) 사실 미니시리즈는 연기 패턴이 일정하기 때문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일상을 제대로 잡아낸 단막드라마들이 더 좋다. 단막 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최근에 방영된 KBS 4부작 드라마 [도망자 이두용]도 ‘인연’으로 출연한 걸로 안다.
단막극 [연애]를 하면서 만난 박지숙 작가를 믿고 한 작품이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내내 걱정이 많았다. 70분짜리 4편을 25일만에 찍었거든. 너무 빨리 찍는 거다. 그런데 편집돼 나온 걸 보니 좋더라. 시청률은 잘 안 나왔지만 작품은 좋았다. 항간에 내가 ‘의리’로 작업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건 아니다. 박지숙 작가는 내게 술친구이자 인생의 조언자지만 정말 작품을 잘 쓰는 ‘작가’다. 그러니 박작가님은 내게 ‘보험’과 같은 존재다.(웃음)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도 ‘좋다’고 소문난 작품이다.
드라마를 하다 보면 가끔씩 테이프를 빼앗아 버려 버리고 싶을 때, 편집실을 아예 통째로 불태워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웃음) 그런데 [태릉선수촌]은 너무 좋았다. 작품도 좋고 스탭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감독과 배우, 스탭이 바라보는, 지향하는 바가 같을 때 얼마나 즐거운지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너무 좋아서 드라마 끝나고 후유증이 남을 정도였다.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야, ‘졸라’ 좋아. 꼭 봐. 심지어 내 연기도 너무 좋아”하고 자랑도 했다. 내가 너무 좋으면 욕을 하는 버릇이 있다.(웃음) [태릉선수촌]은 아직도 짝사랑하고 있는 작품이다.
연기와 사랑에 빠질 정도로 연기를 좋아하는데 대학은 왜 영문과로 갔나.
영어를 못해서 영문과를 갔다.(웃음) 고3 때, 굳이 대학이란 곳에를 가야 하나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공부 안 하고 놀았다. 학력고사 마지막 세댄데 다음 해에 재수하기도 어렵고, 어머님과 담임이 적당히 합의해서 지방대 영문과에 넣은 거다. 담임이 영어였는데 내가 영어를 너무 못하니까 영문과 가서 재수할 때 영어 점수 올리라고 쓴 거다. 입학하고 한 일주일 정도 ‘정석’ 들고 열심히 재수 공부했다. 그런데 그게 또 일주일이 지나니까 맘이 달라지데.(웃음) 공부 안 하고 돌아다니다가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원래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던 건가.
아니다. 그냥 술 많이 사줄 거 같아서 들어갔다.(웃음) 연극이라곤 교회에서 형, 누나들이 하는 ‘성극’ 본 게 전부다. 십자가에 예수가 못 박히는 내용이 전부인데도 왠지 멋있어 보이긴 했었다. 처음엔 연출부로 들어갔다. 조명부. 그런데 연기한다고 온 애들이 너무 힘든다고 다 관두는 거다. 그래서 어느 날 ‘땜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좋은 거다. 내 안에서 뭔가 폭발하는 느낌, 뭔가 내가 아주 능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능동적인 역할이었나 보다.
아니다.(웃음)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노예 럭키 역이었다. 대사도 거의 없고 무대 구석에 엎드려 있는 역이었다.(웃음) 그런데도 좋았다. 결국 학교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갔다.
연극원 1기다. 연기에 천부적 소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 욕심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엔 그리 대단한 곳인 줄도 몰랐다. 나중에 장동건이 있어서 대단한 곳인 줄 알았지.(웃음) 1, 2차 실기를 보는데 욕심이 없어서 겁도 없었다. 그런데 1차가 덜컥 됐다. 그러고 나니 또 욕심이 생기데.(웃음) 2차에선 못했다. 대사도 씹히고, 면접관은 질문도 몇 개 안하고, 그나마 1차 때 물어본 거랑 같은 질문을 하는 거다. 1차 때 얼마나 인상을 못 남겼으면.(웃음) 아마 꼴찌로 붙었을 거다.(웃음)
연극원에서 인연을 참 많이 만났다. 동기 오만석은 <잔혹한 출근>에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연극원 다닐 때 참 열심히 했다. 연극도 많이 하고 창작 시놉 같은 것도 친구들이랑 머리 맞대고 쓰고. 학교 다닐 땐 나도 만석이 만큼은 노래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니 따라갈 수가 없다.(웃음)
뮤지컬 <록키 호러 쇼>와 <그리스>를 했는데 무슨 말인가.
아니다. 잘 하지도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앞으로 할 생각도 없다.(웃음) 대극장 뮤지컬을 보고 감흥을 받은 적이 없다. 연기 생활을 사무엘 베케트로 시작해서 그런지(웃음)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거대한 규모의 공연은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럼 어떤 연기들을 좋아하나.
뮤지컬로 치면 <지하철 1호선> 같은 것? 너무 좋아한다. 소극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일상이 묻어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시트콤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수많은 영화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해오다 보니 호흡이 크고 과장된 연기를 주로 해왔다. 하지만 이젠 과장을 좀 벗고 일상적인 것, 심심하고 나른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강이관 감독의 <사과>는 당신의 멜로 연기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화다.
그런데 개봉을 못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알포인트>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했다. 캄보디아에서 100일 간 갇혀서 촬영했는데 좋은 선배들도 많이 만났고 근본적으로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현장 경험을 쌓고 싶어 단역이든, 시트콤이든, 코미디든 가리지 않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됐다. <알포인트> 이후에 <사과>를 만났고 정말 행복하게 작업했다. 함께 연기한 문소리, 김태우 씨와의 작업도 좋은 경험이 됐다. 얼마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2년 만에 다시 보니 지금 했으면 좀 더 잘 했겠단 생각이 들더라.(웃음)
단역, 조역 가리지 않고 해왔더니 어느덧 주연이다. MBC 드라마 [주몽]의 후속작 [하얀거탑]에서 김명민과 함께 투톱을 이룬다.
원작이 일본 드라마다. 기본 의학 드라마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이야기다. 원작 드라마와드라마의 원작인 소설까지 모두 봤는데 정말 재미있다. 변희봉, 차인표, 김명민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떨린다. 부담을 버리고 좀 더 건방지게 연기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건방지게 연기한다고?
건방을 떨겠다는 게 아니라 건방을 좀 키워야겠다는 얘기다. 이것저것 단역을 너무 오래 했더니 이상한 눈치가 생겼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주연에게 피해가 되겠지, 하는 생각에 자꾸 위축돼 연출에게 아무런 의견도 제시를 못하는 거다. 심지어 위축되는 게 싫어 술을 마시고 현장에 나간 적도 있다.(웃음) 건방을 살짝만 키워서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연기하고 싶다.
사진_류관희(스튜디오 아카이브)
첫댓글 좋다..
좋아.
좋군..
좋와
좋음
언젠간 빛을 발할줄 알았어. 생각보다 늦었지만ㅋㅋㅋ 요즘 이선균이랑 박용우 보면 한편으로는 내가 키운거 같아 뿌듯하고ㅋㅋㅋ 한편으로는 유명해지는 거 같아서 섭섭ㅋㅋㅋ
진정 좋아.
좋소
따봉
사랑해.
내꺼야
살쪘나?? 얼굴이 덜 샤프해졌어 ㅠㅜㅠㅜㅠㅜ
귀엽다
내일 무대인사온다구 넌 내꺼야
그래도 소규모 뮤지컬 한번 하지.
내 사랑.
내남좌!!
좋음..
크크
살쪘네~
내친구선배가..............기자인데........이선균이랑 인터뷰햇다가.....바로뻑갔다던데ㅠㅠㅠㅠ
옵화 ㅜ+ㅜ
아 진짜 좋아
내일 무대인사 기대하겠다규 옵화................... 나 짐승처럼 달려들지도 몰라 기대해........................ 점점 유명해지는거 같아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섭섭하기도 하고.................... 점점 멀어지나봐...........
목소리 최고 ㅠㅠ
사랑해
굳잡
손님은 왕이다.. 많이 안 나왔지만 최고였는데. 나 그 영화 옵화땜에 봤어. 이제 연기에 욕심을 슬슬 가지는구나.. 화이팅이삼 ㅋㅋㅋ
좋아좋아
태릉선수촌때 목소리 아잉~
완소
이제 내품에서 만인의연인이 되는구나.........섭섭해....ㅠㅠ 굳럭!
하얀거탑^^*
사랑해
오빠...
영문과 - 영어를 못해서 들어갓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꺼
살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