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소고기 미역국
초등학교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달력의 생일 날짜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쳐놓고 기다리던 시절...
정말 하루가 지날때 마다 갖고 싶은 선물이 매일바뀌던 꿈많은 시절...
그날을 알리는 첫번째 알람이 바로 미역국이 아닐런지요.
아침에 부엌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소고기국과 함께 간간히 풀풀 묻어나는 미역국의 냄새는 아마도 그날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생일을 알리는 반가운 냄새였을겁니다.
잠이 아직 안깬 누나와 동생의 시원치 않은 생일축하 인사, 밤새 음식을 준비하셨는지 피곤도 하시련만 맛난것을 따뜻할때 먹으라고 부엌에서 소리치는 엄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그리고 짧지만 간결한 아버지의 생일축하 인사는 매년 반복되지만 어느 하나 싫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밥 다먹어야 선물준다.
아버지의 나즈막한 목소리는 저에게는 행복한 명령이였죠.
미역국에 밥을 물에 말듯이 대충 말아서 후루룩 후루룩 넘기는 그 속도는 정말 빨랐습니다. 빨리 선물을 받아야 하기에...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 보면 빠른 목넘김 사이에 간간히 느껴지는 그때의 감칠맛이 항상 생각납니다.
전국의 맛난 미역국을 종종 접해보지만 어릴적 엄마의 미역국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나만의 완소 음식이라고 할까요?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그런 맛을 꿈꾸며 직접 국도 끓여보곤 하지만 절대 그 맛을 보여주지는 않네요.
미역국은 저의 성장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수 많은 과중 산부인과를 택한 운명일까요? 산모식의 대표주자 미역국은 늘 병원의 야식으로 나오는 당골 메뉴였으며 어느날 술을 진탕 먹고 속이 쓰려 데굴데굴 구를때면 후배녀석들이 안쓰러운 나를 보고 챙겨준 국이 바로 병원의 미역국입니다.
밥다음으로 많이 먹은것이 미역국임에도 불구하고 게눈감추듯 어렸을적 먹었던 어머니의 구수한 미역국은 아직도 늘 제가 갈망하던 내 가슴속의 미역국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도 병원에서 한 생명이 탄생했습니다.
산고의 고통이 힘들었는지 어머니는 힘든 얼굴로 나를 반겨줍니다.
눈에는 온통 핏줄이 다 터져 토끼눈이 되었지만 쌔근거리는 아기를 안는 엄마의 얼굴에는 힘든 고통속의 미소가 번져있습니다.
그리고 옆 테이블에 있던 미역국.
새삼 그 미역국을 보면서 어릴적 나만의 미역국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가슴 한 켠으로 뜨거운 국물의 기운이 확 올라옴을 느끼네요.
우리들의 미역국의 바로 엄마의 미역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기받는남자의 미역국 끓이기
미역국의 방법은 정말 지역에 따라, 식성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제 마음속의 미역국, 구수한 소고기 미역국을 소개할까 합니다.
뭐 레시피는 간단해요. 구수한 국에 감칠만 나는 미역을 넣어 끓인다? 하지만 구석구석에 조그마한 팁이 있으니 잘 따라해보시길 바랍니다.
뜨끈한 소고기 미역국
재료
잘 불려진 미역, 소고기 아롱사태 600gm, 조선간장 3T, 소금
소고기 고명 양념
참기름 1/2T, 조선간장 1/2T, 후추
재료는 참 간단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좋은 재료는 늘 거짓말을 안합니다.
질좋은 사태와 잘 말린 미역은 아마도 맛난 미역국의 가장 중요한 팁이 아닐까요?
미역을 깨끗이 씻어서 잘 불려주세요.
미역은 의외로 염분이 많습니다. 불려진 미역을 한번 맛 보시고 짜다고 생각 하면 빨래 빨듯이 빡빡 문질러서 염분을 제거해주시는것이 맛난 미역국의 두번째 팁입니다.
소고기 국은 국물내는 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푹 끓여 주시는 거에요.
그것도 소고기 통째로...절대 고기를 자르지 마세요. 고기가 금방 삶아져서 감칠맛 나는 육수는 절대로 기대를 못하게 됩니다.
한번 푹 끓으면 약불로 한시간 반정도....
아마도 처음에 넣었던 국물은 고기 육수가 완성되면서 약 20프로 정도 양이 줄어드는것 같네요.
저는 한시간 20분으로 세팅을 해봅니다. 소고기 대파 양파 마늘과 함께 푹 삶아지는 고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과 함께 야들야들한 고기로 변신과정을 마친답니다.
참...조선간장 한국자 잊지 마세요.
고기가 한소큼 끓어오르면 조선간장 한국자 투여합니다.
감칠맛 나는 조선간장이 소고기와 만나면 그 위력은 무시무시 합니다.
조선간장 한국자가 얼마정도인지 모르시겠죠?
육수가 내가 많이 보던 소고기미역국 색이면 됩니다.
과한것보다는 조금 약한것도 좋구요.
한번 넣어보시면 감 딱 오실걸요?
한시간 30분 지난 고기 육수에 사태 덩어리를 건지고 국물만 깨끗이 준비합니다.
물론 대파, 양파. 통마늘도 건져야겠죠?
그리고 고기 육수에 깨끗이 씻은 미역을 투하합니다.
아직도 미역은 짭쪼름합니다.
미역을 넣은 뒤 센불로 올리 끓인 후 마지막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소금은 최소한만 넣으세요. 이미 미역에 간이 되어 있으니깐요.
이것이 미역국의 마지막 팁입니다.
잘 삶아진 양지는 결대로 찢어서 요로코롬 올려줍니다.
나는 소고기 미역국이라고 자랑하듯이...
저희집은 요 소고기를 찢어서 살짝 양념을 해요.
조선간장, 참기름, 후추로...
여기에 간이 살짝된 고기는 미역이랑 같이 먹을 경우...아니 흡입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냥 쓰러집니다.
미역국을 참기름에 볶네 어쩌네 하지만 그냥 이렇게 구수하고 간단하게, 소고기맛과 미역맛을 살린 국도 한번 맛보세요.
아...이것이 미역맛이고,,,이것이 고기맛이네 할것입니다.
뭐 여기까지 제가 생각하는 미역국에 대해 그냥 수다떨듯이 이야기를 해보았네요.
여러분들 마음속에는 어떤 미역국이 담겨 있나요?
뱃속의 소중한 아이와 함께 먹을 미역국은 다들 준비 하셨나요?
미역국의 소중함은 바로 여러분들을 낳아주신 어머니를 생각할때 더 빛이 나는것 같습니다.
어머니도 힘들게 산통을 겪고 처음 드신 음식이 미역국이니깐요.
날이 춥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은 어머니한테 전화 한통 넣어드리는것이 어떨까요?
물론 사랑의 메세지는 여러분의 선물입니다.
핫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