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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통신] 한·미 정치적 양극화로 민주주의 위기
박재형
한국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이제 헌법재판소 결정에 사실상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다시 현실이 된 보수 대통령 탄핵은 사실 취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면서 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국의 야당과 그 지지자들 행태를 보면서 진작부터 한국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 바 있다.
운 대통령 탄핵 표결 며칠 전,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는 ‘양극화’(polarization)를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발표하면서, "극단적으로 뚜렷하게 대립하는 두 가지로 나뉘는 것, 특히 집단이나 사회의 의견·신념 또는 이해관계가 더 이상 연속체를 이루지 않고 반대 극단에 집중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이 발표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통령 선거전 끝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후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한국 대통령의 탄핵이 이루어졌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 정치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여기서 우려하는 정치적 후퇴의 핵심은 소수 극단주의자에 의해 정치적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극단화 경향은 사회 구성원 사이를 더욱 갈라지게 하고 골을 깊게 만들어 결국 사회 전반을 병들게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제 정치가 자리 잡은 미국, 외관상 다당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양당 구도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두 나라 모두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전이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지지자 사이의 정치적 입장 차는 더욱 뚜렷해지고, 중도적인 입장은 묻혀 버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치적 양극화에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민주주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양극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광고와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 행동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존 견해에 따라 개인을 맞춤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견해와 반대 의견에 대한 적대감을 동시에 강화하며, 반대 의견을 접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는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인 소위 ‘개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닫힌 방안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소리만 듣는다’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정치인은 이 문제를 알면서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이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할 궁리만 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찾기 어려워진다.
온라인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유용한 정보보다 소음을 널리 퍼뜨린다는 데 있다.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자신의 힘과 자원을 이용해 평균적인 시민보다 훨씬 더 크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힘있는 집단에 의해 그리고 소셜미디어 특성에 의해 에코 체임버 안에서 가장 시끄럽고 극단적인 목소리만 반복 재생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일반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등 극단으로 몰아간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더해간다. 그 우려의 핵심에는 정치적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나마 미국은 당파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다수의 의원이 정치 양극화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 정치권에는 공천과 당선을 위해 당대표와 강성 지지자들의 눈치만 보는 의원으로 가득하다. 결국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극단적 정쟁이 국가를 파탄으로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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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在美 정치학자·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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