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입을만한 옷이 없다.
그렇다고 맨살로 나다니기야 할까 만,
또, 집안에서 입을 허드레옷조차 없을까 만.
한 번 입고 나면 언제 또 다시 입을지 모르는 옷을
재벌도 아닌 처지에 그때그때 사서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옷값이 어디 한두 푼이라야 말이지.
옷이 맘에 든다 싶으면
기본이 3~4십인데.
하긴, 요즘은 특별히 옷 차려 입을 일이 없기는 했다.
예전 같으면 결혼식이다, 상가조문이다, 또 뭐다 하면서
옷차림으로 격식 차릴 일들이 꽤나 많이 있었지만,
요 나이가 되고 보니 그런 일이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오죽하면 넥타이 매고, 정장 입고, 집 밖으로
나서 본 지가 까마득한 기억 밖일까?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로.
지난 토요일에는 해운대 쪽 동백섬 부근의 예식장에서
모처럼, 정말 모처럼, 지인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축하도 축하려니와, 우리 애들 결혼식에
한 번도 빠지지 않던 사람이니
답례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결혼식은 오후 2시였다.
식 마치고, 점심 식사를 겸해서
대포 한 잔 하자고, 필히 차 갖고 오지 말라고,
그러마고, 약속까지 단단히 해둔 터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일단, 금일봉부터 챙겨두고.
고이 모셔 둔 양복을 꺼내 입어보니 뭔가 어색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누라는 괜찮다고 했지만,
내 기분은 그게 아니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바짓가랑이는 헐렁하고,
샤쓰며, 윗도리 품은 더 헐렁하고······.
어째, 꼭 남의 옷 빌려 입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이에 옷이 커졌을 리는 만무하고.
그렇다면, 내가 쪼그라들었다는 이야기인데,
최근, 체중이 0.1톤에 육박중인 걸로 봐서
그럴 리도 없어 보이고······.
희한한 일이다.
얄궂다!
- 끝 -
날씨가 점점 여름 날씨로 변해 갑니다.
다들 건강하게 지냅시다.
또 봐요.
안 녕!
첫댓글 요즘 유행이 바지통과 기장이 좁고 짧다보니 착시현상(?)입니다.
내야 허리둘레가 3 인치쯤 줄었으니 바지가 핫바지라 줄이다 지쳐 많이 재활용으로 보냈지만서도.
아름드리 허리나 개미허리...좋지는 않아요.
하여튼간에 더위에 음식조심,특히 목운동 조심하이소.
ㅎㅎ
내가 원주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여름 양복을 옛날에 입던 것을 20년째 제사용으로만 쓰고 있지요.
왜 바지끝에 가부리(접는 잇)가 있는 바지 있잖아요.
식구들이 영 보기가 민망하다 하는데 나는 조상이 오히려 친숙해 할 것 같아서 좋기만 한데.
나이가 들면 몸이 쪼그라 듭니다.
그라고 옛날 유행은 통이 넓은 것이고 요즘은 몸에 착 달라붙는 것입니다.
새로 한 벌 사세요 ㅎ
맞아요. 30년은 더 살아야 될낀데...
새로 한벌 사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