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봄이다! 봄이 오자마자 연일 일교차가 엄청 심한 요즘이다. 아침은 영상 4도까지 떨어지고 아직 서리가 내린다. 그런데 한낮의 봄볕에 덥혀진 기온은 무려 20도를 넘나들어 얼굴이 따가울 정도이다. 모자를 썼지만 얼굴이 그을려 구릿빛 모습이 된 것이 벌써 오래다. 이런 따스함에 살판이 난 것은 야생화들인 것 같다. 목공실 앞의 공터에 심지도 않은 제비꽃이 무더기로 피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제비꽃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기도 하고 종류도 아주 다양한 꽃이다. 이 녀석들은 한 송이씩 피는 꽃이 아니고 탐스럽게 뭉테기로 몰켜서 피는 꽃이다. 단결력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와는 반대로 외로이 피어있는 꽃도 있다. 바로 얼레지꽃이다. 생김새가 아주 오묘한 꽃이다. 꽃말이 '바람난 여인, 질투'라고 하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저 혼자 예쁘게 자태를 뽑내는 것처럼 보여서 이런 꽃말을 붙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새 불청객 손님이 다녀갔네! 전날 큰밭가 절개지 쪽의 낡은 그물망 교체 작업을 하다가 그물망이 모자라 그냥 두었더니 그 사이에 불청객 손님인 고라니 녀석이 내려와 한창 자라고 있는 눈개승마 새싹을 싹뚝싹둑 잘라 먹고 가버린 흔적이 남아있다. 설마 야생초 눈개승마 새싹까지 건드리겠는가 했는데 이런 촌부의 우려섞인 생각에 입증이라도 해주려고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싶어 후회와 더불어 화가 치밀었다. 나물로 먹으면 고기 맛이 난다고 하여 아내가 꺾어서 무쳐 먹어보자고 하여 너무 어리니까 조금 더 자라면 꺾자고 했는데 아끼다가 그만 고라니에게 좋은 일 시키고 말았다. 이러니 밭가에 그물망을 치지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산에도 얼마든지 먹을 만한 식물들이 많을 것인데 왜 사람들이 사는 곳까지 내려와 헤코지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 산골에서는 그물망을 치지않고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나무밑둥에 무슨 짓을 한 것인고 하니, 몇 년 전에 엄마네 집 앞뜨락 단풍나무와 우리집앞 팥배나무 가지에 새집을 얹어 매달아 놓았다. 아주 산골스런 정겨운 모습일뿐만 아니라 새들에게도 번식을 위한 좋은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여 그동안 꽤 많은 새들이 들락거렸다. 그런데 지난해 새들이 낭패를 당한 것을 목격했다. 어미새가 새끼를 낳아 먹이를 물어다 나르며 잘 기르고 있었는데 방해꾼 불청객 손님 뱀이 나무를 타고 올라간 모양이었다. 뱀이 기어올라가는 것인지 내려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광경을 본 아내가 다급하게 불러 뱀을 잡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어미와 아비 새는 오지를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름을 잘 모르는 산새 두 마리가 연신 새집에 들락거리고 있다. 지난해의 그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의 생각대로 비닐로 된 비료부대를 나무밑둥에 묶어놓기로 한 것이다. 매끄러운 비닐이라 뱀이 기어올라갈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인데 때마침 마을 아우가 잠시 짬이 났다면서 놀러 올라왔다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칭찬을 했다. 산골 부부의 자그마한 배려에 이제 새들은 안심하고 새끼를 잘 길러 데리고 나가게 되지않을까 싶다. 자연사랑이 뭐 별 것 있겠는가? 이런 마음, 이런 실천이 바로 자연사랑이겠지 싶다.
첫댓글 ㅎㅎㅎㅎㅎ
맘쓰지말아유
지들도먹고살아아되니 그리 얌처질했는데 맘이 태평양인 선배님 이 참으셔야죠
아자아자 오늘도 화이팅 💚
어쩌겠습니까?
허나 촌부도 평범한 사람이라 이따금씩 야생동물이 밉답니다.ㅎㅎ
불청객이 아주 고약한 짓을 했군요.
그럼에도 들이나 산으로 나가면 불청객을 만나면
반가웠던 기억이 있답니다. 자연에 대한 배려와
나누는 사랑의 이곳까지 전해지내요. 행복한 날 되세요.
자연에 함께 살면서 너무 야박한 것 같지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그물망으로 방어막을 쳐놓는 볼상사나운 짓을 하게 됩니다.
맞습니다.
선물 같은 오늘,
늘 즐겁게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