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600]용재(容齋)이행(李荇)-題天磨錄後(제천마록후)
題天磨錄後(제천마록후)
용재(容齋) 이행(李荇·1478~1534)
책 속에 천마산의 모습(卷裏天磨色·권리천마색)
아스라이 아직 눈앞에 펼쳐지네.(依依尙眼開·의의상안개)
이 사람 지금 가고 없는데(斯人今已矣·사인금이의)
(함께 갔던) 옛길은 날마다 생각나네,(古道日悠哉·고도일유재)
가랑비 내리던 영통사(細雨靈通寺·세우영통사)
만월대엔 해가 저물었지.(斜陽滿月臺·사양만월대)
죽고 살고 만나고 헤어짐을 겪고서(死生曾契闊·사생증계활)
센 머리로 혼자 배회하네.(衰白獨徘徊·쇠백독배회)
위 시는 용재(容齋) 이행(李荇·1478~1534)의 시
‘천마록 뒤에 쓰다(題天磨錄後·제천마록후)’로,
그의 문집인 ‘용재집(容齋集)’ 권2에 들어있다.
이행이 죽은 벗인 박은(朴誾·1479~1504)을 생각하며 쓴 시이다.
이행은 연산군 즉위년(1495), 박은은 이듬해 문과에 급제하였다.
박은은 이행보다 나이가 한 살 적고, 벼슬에 나간 것 역시 한 해 늦었다.
신숙주의 손자 신용개가 박은의 자질을 알고 선뜻 사위로 삼았다.
그러다 연산군 7년(1501) 함께 홍문관 수찬으로 재직하며
폭군인 연산군에게 빌붙은 권세가를 비판했다.
박은은 동래로 유배됐다가 26세에 죽임을 당했다.
이행은 유배갔지만 살아남았다.
원문=容齋先生集卷之二 / 五言律
題天磨錄後
卷裏天磨色。依依尙眼開。
斯人今已矣。古道日悠哉。
細雨靈通寺。斜陽滿月臺。
死生曾契闊。衰白獨徘徊。
천마록(天磨錄) 뒤에 적다.
책권 속에 어린 천마산 빛에 / 卷裏天磨色
흐릿한 눈 오히려 번쩍 떴노라 / 依依尙眼開
이 사람 이미 세상 떠났으니 / 斯人今已矣
고도가 날로 아득해 가누나 / 古道日悠哉
영통사에는 가랑비가 나리고 / 細雨靈通寺
만월대에는 석양이 비끼었어라 / 斜陽滿月臺
사생에 늘 서로 만나기 어려웠나니 / 死生曾契闊
백발의 노쇠한 몸 홀로 배회하노라 / 衰白獨徘徊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