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동의보감촌에서 즐기는 쑥뜸체험
산은 높고 물은 맑다고 하여 흔히 아름다운 경치를 뜻하는 산고수청(山高水淸)에서 지명을 따왔다는 산청은 그 이름부터 웅장한 지리산 자락과 굽이굽이 청아한 물줄기를 품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자란 천여가지 약초는 예부터 효능이 뛰어나 전통 한방의 본고장으로 이름을 알리는데 한몫했다. 산 높고 물 맑은 산청에서 한방으로 건강을 채워보면 어떨까.
우리 땅 우리 약초로 힐링하다, 산청 동의보감촌
조선 최고의 의학서적으로 꼽히는 허준의 <동의보감>은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로 우리 백성을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병을 고치기에 앞서 몸을 건강하게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양생(養生)을 더 강조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이 같은 <동의보감>의 가치와 정신을 다양한 공간에서 풀어낸 곳이 산청 동의보감촌이다. 지난 2013년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렸던 이곳은 한의약을 주제로 한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동의보감촌을 대표하는 전시관인 엑스포주제관은 한의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전통의약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한의약의 기본이 되는 음양오행과 사상의학 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체험요소들도 곳곳에 자리해 눈길을 끈다. 특히 어르신들은 터치스크린을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두통이나 소화불량 같은 일상의 소소한 증상들을 완화시키는 지압점을 찾아보는데 큰 관심을 보인다. 어의와 의녀복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 색다른 추억을 남기기에도 좋다. 주제관 뒤편에 자리한 한의학박물관도 한 장의 입장권으로 함께 둘러볼 수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동의보감>의 탄생과 그 역사적 가치를 돌아보고, 산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약초와 그 효능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왼쪽/오른쪽]세계전통의약엑스포 주제관 /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지압점 찾기 [왼쪽/오른쪽]어의와 의녀복 체험 / 동의보감의 역사적 가치를 알려주는 한의학박물관동의보감촌 내 대형 곰조형물장수의 상징인 황금거북이 조형물
전시관을 둘러본 후에는 지리산에서 자라는 특산, 약용식물로 꾸며진 한방약초체험테마공원을 거쳐 한방 기(氣)체험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한방 기체험장은 동의보감촌의 가장 위쪽에 자리 잡고 있지만 경사형 엘리베이터와 완만한 나무바닥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어르신들은 물론 휠체어와 유모차의 접근도 수월하다. 경사로에는 한 낮의 뜨거운 햇살이나 한 여름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은 물론, 갖가지 약초를 넣은 향기주머니를 곳곳에 매달아두어 걷는 내내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땅의 기운을 돋운다는 응기석인 귀감석이 자리한 기 체험장은 소원성취 명소로 입소문이 나 일부러 찾아왔다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이곳에선 바위에 몸의 일부를 대고 직접 기운을 받아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방 기 체험장 내에는 약이 되는 음식을 뜻하는 약선요리 전문점이 있어 건강한 한 끼를 든든하게 맛볼 수 있고, 몸에 좋은 각종 약초를 넣은 약초과자와 직접 담근 효소음료를 판매하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어 잠시 걸음을 쉬어가기에 좋다.
[왼쪽/오른쪽]약용식물로 꾸민 한방약초체험테마공원 /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귀감석 [왼쪽/오른쪽]노약자들을 위한 경사형 엘리베이터 / 무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는 경사로데크 [왼쪽/오른쪽]산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약선요리 / 몸에 좋은 약초과자와 효소음료
동의보감촌 내에는 한방호텔과 한방자연휴양림, 숲속야영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 중 동의본가 한옥스테이는 각종 한방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어르신들이 머물기에 적당하다. 이곳에선 <동의보감>에서 장수비결의 하나로 소개한 배꼽 왕뜸과 ‘황제의 명약’으로 알려진 공진단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쑥과 황토로 만든 왕뜸은 몸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고, 녹용과 사향 등 귀한 약재로 만든 공진단은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숙박을 할 경우 예약제로 운영하는 약초 스파도 추천할 만한데, 각종 약초로 만든 입욕제를 넣고 2시간 정도 스파를 즐길 수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왼쪽/오른쪽]동의본가 한옥스테이 객실 내부 / 장수비결로 꼽히는 왕뜸 체험 [왼쪽/오른쪽]공진단 만들기 체험 / 공진단에 식용금박을 입히는 체험
신비로운 전설 속 돌무덤, 전 구형왕릉
동의보감촌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천오백여 년의 시간을 품은 왕릉이 하나 자리를 잡고 있다.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능이라는데, 그 형태가 지금껏 알고 보았던 왕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피라미드형 석릉인 구형왕릉은 산기슭 경사면을 따라 크고 작은 암석으로 일곱 개의 단을 쌓고, 그 주변으로 야트막한 돌담을 둘러 능을 보호하고 있는 형태다. 전하는 말로는 끝내 가야를 지키지 못하고 신라에 영토를 넘겨준 구형왕이 자신을 흙에 묻지 말고 돌로 덮어달라고 유언을 남겨 이 같은 독특한 형태의 돌무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죽음 이후에도 자신의 부족함을 곱씹는 듯 편히 눕지 못하고 허리를 곧추 세운 비죽 솟은 돌무더기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그 아픈 사연을 아는지 산 새 한 마리조차 능 위로는 날지 않고, 가을 낙엽도 능 주변으로만 쌓인다니 전설만큼이나 신비로운 공간이다. 어르신들도 이 낯설고 신기한 형태의 왕릉을 찬찬히 오래도록 살펴보았다.
사실 구형왕릉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곳이 무덤이 맞는지, 그 주인이 전설 속의 구형왕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학계에선 석탑이나 제단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왕릉 앞에 전(傳) 자가 붙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긴 수만 개의 돌이 촘촘히 얽히고설킨 형태라 그 하나하나를 해체하고 복원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터. 고증을 명목으로 원형을 훼손하기보다 지금처럼 신비로운 이야기 속 공간으로 남아있는 게 오히려 더 흥미로울지 모른다. 비록 그는 가야의 마지막 왕이라는 치욕을 견뎌야했으나, 그의 증손자인 김유신은 신라의 삼국통일을 이뤘으니 어쩌면 가야인의 기상은 여전히 우리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닐까.
[왼쪽/오른쪽]구형왕릉 입구 / 구형왕릉 진입로돌로 쌓은 독특한 형태의 구형왕릉
선비 중의 선비, 조식의 흔적을 따라 걷는 남명조식유적지
1501년은 조선 유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된다. 같은 해 경북 안동에서는 퇴계 이황이, 경남 합천에서는 남명 조식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이들은 살아생전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으나, 때때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현실정치에 대한 격렬한 토론을 나누었다고 한다. 퇴계와 달리 평생을 벼슬에 나가지 않고 학문에만 전념했던 남명은 노년에 지리산 길목인 산청에 머물며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썼다. 지금도 산청에는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유적지들이 곳곳에 자리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왼쪽/오른쪽]남명조식 유적지 / 남명기념관을 둘러보는 어르신남명 조식이 노년을 보낸 산천재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한 산천재는 남명이 생을 마칠 때까지 머물던 곳으로, 소박하고 단출한 규모가 선생의 인품을 그대로 닮았다. 길 건너 남명기념관에선 선생의 생애와 철학을 살펴볼 수 있으며, 근처 덕천서원은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자리에 세워진 사액서원으로 훗날 남명학파의 중심지가 되었다. 서원 입구에는 수령 400년을 넘긴 은행나무와 덕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 세심정이 무심한 듯 자리해 관광객의 걸음을 붙잡는다. 남명이 즐겨 찾았다는 백운동계곡은 한낮의 무더위를 피하기 좋은데, 지리산 자락을 따라 굽이치는 물결이 더없이 맑고 투명하다. 근처 식당까지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해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시원한 계곡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왼쪽/오른쪽]덕천서원 / 덕천강가의 세심정
[왼쪽/오른쪽]남명이 즐겨 찾았다는 백운동계곡 / 백운동계곡의 오리백숙
자꾸만 걷고 싶은 아름다운 한옥마을, 남사예담촌
하회마을과 함께 경상도를 대표하는 전통한옥마을로 꼽히는 남사예담촌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선정됐을 만큼 고즈넉한 전통미를 간직한 곳이다. 성주 이씨와 밀양 박씨 등 다섯 개 성씨가 대대로 마을을 이뤄 살고 있는 이곳은 조선시대 수많은 선비를 배출하며 양반고을로 이름을 날렸다. 마을 뒷산과 그 주위를 흐르는 하천에 공자가 태어난 중국 산둥성의 니구산과 사수의 이름을 따와서 붙인 것도 학문을 숭상하는 마을의 전통 때문이다.
예담촌이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좁은 골목을 따라 정겨운 토담과 돌담이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모두 합해 3km가 넘는다. 이 멋스런 돌담길을 따라 거닐다보면 화려한 규모와 한옥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이씨 고가와 최씨 고가 등 마을의 역사를 대변하는 고택들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왼쪽/오른쪽]아름다운 마을 1호로 꼽힌 남사예담촌 / 남사예담촌의 정겨운 돌담
[왼쪽/오른쪽]화려한 규모를 자랑하는 최씨 고가 / 고택 마루에서 즐기는 여유남사예담촌 부부 회화나무
남사예담촌 최고의 포토 존으로 꼽히는 부부 회화나무는 서로에게 빛이 더 잘 들도록 줄기를 구부리며 자랐다고 하여, 그 아래를 부부가 함께 통과하면 백년해로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안내문을 읽은 어르신들은 신기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회화나무 아래를 지난다. 이곳 마을에선 약초 족욕도 즐길 수 있는데, 각종 약초를 우려낸 물에 발을 담그고 여주인이 직접 담갔다는 차를 마시며 잠시 지나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왼쪽/오른쪽]각종 약초를 우려낸 족욕체험 / 한옥에서 즐기는 족욕 체험
[왼쪽/오른쪽]빗소리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 / 휴식 뒤에 즐기는 한방차
추천 여행 코스(당일 코스)
동의보감촌 → 남사예담촌
추천 여행 코스(2박 3일 코스)
첫째 날: 생초국제조각공원 → 동의보감촌
둘째 날: 구형왕릉 → 대원사(계곡) → 덕천서원 → 남명기념관·산천재
셋째 날: 남사예담촌 → 정취암
여행정보
문의
- 동의보감촌: 경남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로555번길 45-6, 055-970-7216
- 구형왕릉: 경남 산청군 금서면 구형왕릉로 92-12, 055-973-3007
- 덕천서원: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남명로 137, 055-970-6444 (문화관광과 문화재)
- 남명기념관·산천재: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남명로 311, 055-973-9781
- 남사예담촌: 경남 산청군 단성면 지리산대로 2897번길 10, 070-8199-7107
- 산청관광안내: 0331, 055-970-6421~3 (문화관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