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팔자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선곤후태(先困後泰)와 선태후곤(先泰後困)이다. 인생 전반부에 곤란했던 팔자는 후반부에 좋아진다는 것이 선곤후태이다. 반대로 전반부에는 잘나가다가 후반부에 곤란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팔자가 선태후곤이다. 초년부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계속 잘나가는 사람은 없다. 계속 잘나가려면 8분 능선에서 멈추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 조국은 '선태후곤' 유형에 속하지 않나 싶다.
그는 초년부터 잘나갔다. 부산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서 돈 걱정 없이 살았다. 부산의 고교 동창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교 시절부터 조국은 부티가 나는 귀공자였다고 한다. 돈 걱정 없이 산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커다란 복이다. 거기에다가 인물도 좋다. 50대 중반 나이에도 왼손에는 텀블러요 오른손으로는 머리를 쓸어 올리는 남다른 패션 감각 소유자이다. 그 텀블러에는 도대체 무엇을 담아 가지고 다닌단 말인가? 커피는 사무실에도 비치되어 있어서 굳이 귀찮게 손에 들고 다닐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다. 혹시 헛개나무 열매를 달여서 가지고 다니는가.
여기에다가 서울대 법대를 다녔다. 서울법대는 한국의 학벌 카스트에서 꼭대기에 있다. 돈 있고 인물 좋으면 공부를 안 하고 주색잡기나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내야 맞는데, 조국은 공부도 잘했다. 이것도 엄청난 복이다. 거기에다가 사노맹도 했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다'라는 80년대의 아상(我相)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경력이다. 만 27세에 울산대 전임강사가 되었고, 몇 년 있다가 서울 법대 교수가 되었다. 박사 따고 나이 50세가 되어도 온갖 서글픔을 품은 채 보따리 들고 이리저리 뛰면서 시간강사 하는 사람이 사방 천지에 널려 있다. 교수라고 다 같은 교수인가. 서울 법대 교수는 특별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자리이다. 거기에 이번 정권의 핵심 요직인 민정수석이 되었다. 문 대통령 팔자에서 일간(日干)은 을목(乙木)이고 조국은 경금(庚金)이다.
팔자학(八字學)에서 을(乙)과 경(庚)은 찰떡궁합에 해당한다. 을은 넝쿨나무이고 경은 쇠기둥으로 본다. 넝쿨 나무가 쇠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형국이다. 조국은 초년부터 온갖 복을 다 누린 소년등과(少年登科) 팔자이다. 이러면 후반부가 좋지 않다. 민정수석까지는 해도 되지만 장관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장관 자리를 받으니까 이렇게 패가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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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5/20190825016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