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고 꿀잠을 잤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과음을 한 덕분입니다. 알람을 맞추어 놓지 않았는데도 일찍 일어났습니다.
룸메이트들은 자고있습니다. 살금 살금 밖으로 나와 아침공기를 즐겨봅니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잠시 앉아서 새소리도 감상합니다.
어제 어떤이가 평소 비염을 앓았는데 제주도에 와서는 숨쉬기 편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좋은곳인가 봅니다.
씻어야 하는데, 저와 타협을 합니다. 어제 샤워를 했으니 머리감기는 생략.
방에 들어서니 한라산 친구 혼자만 있습니다. 얼굴 크림을 빌려서 바르고 그에게 작별인사를 합니다.
그는 여기에서 며칠 더 묵을것 이라합니다. 부럽습니다. 사실 저도 집에가기 싫습니다.
아침식사는 제공하지 않지만 주인장께 인사드리러 놀이터에 들렸는데 게스트 두분만 있습니다.
배낭을 맨채로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바닷가 쪽으로 내려오는길에 어제 지나온 길들을 되살펴 봅니다. 식당을 찾느라 둘러봐서인지 마치 잘아는 동네처럼 느껴집니다.
마을을 떠나 바닷가 길을 조금 걷다보니 반건조 오징어를 파는데 만원에 3마리랍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지나쳐갑니다. 에잇! 바보 한 마리라도 사서 먹어볼걸 아쉽습니다.
이길에는 제법 “올레꾼”들이 자주 보입니다. 아마도 인기있는 코스인가봅니다.
전 똑딱이 카메라도 귀찮아서 안가져왔는데, 대부분 큼직한 카메라를 한 대씩 들고다닙니다.
조금 지나다 보니 오른편으로 언덕길이 보여서 길을 따라 올라 갔더니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이길이 아닌가 봅니다.
지도를 눌러봅니다. 구굴... 모르겠습니다. 다른 걸 눌러 봅니다. 뇌이버.... 토종이라서 친절하게 올레길이 빨간 점선으로 표시되어있습니다.
발길을 돌려 정자를 지나 좊은 숲길로 향했습니다. 길은 좁고 터널같은 풀숲을 지나는데 왼쪽으로는 바다가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해 왔던 올레길 답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부부들도 있고 셀카봉을 든 젊은 커플도 마주치고 노모를 부축하고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길 중간 중간에 바다로 내려가는 샛길들도 여러곳 보입니다. 경사가 심해 절벽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저길이 어제밤 들은 그 험한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오로지 직진.
터널과도 같은 숲길을 빠져나오니 해안마을길도 나오고 집집마다 감귤을 키우는 농가골목도 보입니다.
동백나무 군락지 근처에 오니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길 중간에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은 처음 봅니다.
단층짜리 집 틈새에 오뎅을 파는 작은가게가 보입니다. 가게보다는 가판대라는 표현이 맞는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는데 스쳐 지나다가 저에게 말합니다. 아침도 안먹었는데 하나 사먹어 볼까?
두 개를 먹었습니다. 붕어빵도 먹었습니다. 오래전 바로 그맛이네요.
몇 미터 더 걸어가다보니 목재로 장식된 식당이 있습니다. 얼핏보니 “간단한 식사 보말라면”이 눈에 쏙들어옵니다.
보말~ 보말?? 보말!!!! 음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점심도 먹어야하겠지?
점심을 먹고 해안길을 조금 걷다가 농가 골목을 여러곳 지납니다. 그리고 또다시 해안길을 한참 걸었습니다.
이제 오후 2시를 넘어섰네요. 이제 걷기는 그만하고 공항근처로 출발해야 할 때가 된것 같습니다.
이곳은 서귀포 쪽이라 공항으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합니다.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한병사고 버스비를 낼 잔돈을 만들어야합니다.
편의점 아주머니께 버스방향을 물어보니 알아듣기 힘듭니다. 제주도 말씨인데 반정도만 알아들은것 같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제가탄 버스는 전기버스랍니다. 정류장겸 충전소에 멈춰있는데 전지를 통째로 교환하는 방식인것 같습니다.
덜컹덜컹 짐 싣고 내리는 소리가 납니다.
서귀포시 중앙로타리에서 버스를 내려서 제주터미널행 버스를 탔습니다. 516도로를 거쳐 한라산을 통과해서 제주시로 갑니다.
성판악에서 중국관광객 처자가 탔는데 운전기사의 중국말이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것 같지만 유창합니다.
관광지라 그런지 기사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닙니다.
제주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옷을 얇게 입고 돌아다닌 탓인지 으슬으슬 춥고 감기기운이 느껴집니다.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숙소를 찾기 시작합니다.
터미널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서 찾아갔는데 예약이 차서 빈자리가 없답니다.
이곳 제주터미널은 공항근처이라서 제주여행객들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저처럼 공항으로 가기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이라 항상 붐비는 곳인것 같습니다.
4박 5일 동안 예약 없이도 어려움 없이 숙소를 구했었는데 이제 그 운이 다하였는지 잠자리를 못구할수도 있다는생각에 불안해졌습니다.
다행히도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알려준 번호로 통화를 하고 다른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걸어서 5분정도 의 가까운 거리였습니다.큰길 뒤편의 주택가골목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여기는 분점까지 있는, 오래되고 기업형 체계임을 느낍니다.
열쇠보증금도 받고 퇴실할 때 카드와 수건도 카운터에 반납하도록 되어이있습니다. 맥주1병이나 음료1이 공~짜라네요.
저는 3층 4인실을 배정받았는데 들어가보니 욕실에서 누군가가 샤워중입니다.
저보다 일찍 들어온 분인데 서울에서 오늘 오신 분이랍니다. 그런데 6시가 넘어도 잠만잡니다.
저녁은 8시쯤에 먹을 계획이랍니다. 또 저혼자 저녁을 먹어야 합니다. 오늘도 일본드라마 "고독한미식가" 코스프레를 해야합니다....
안내데스크에 식당을 물어보니 터미널 앞쪽의 갈치구이집을 추천해줍니다.
오래전부터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아주 작은 식당인데 칼치조림이 만원이랍니다.
깜깜해진 골목길을 나서 신호등 앞에 서있는데 말고기집이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흠 말고기라.... 생선조림은 전에도 자주 먹어봤으니 이번에는 제주도에서만 맛볼수있는 말고기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말고기구이, 육사시미, 등등이 있는데 혼자 먹을수있는 메뉴는 해장국과 전골인데 전골을 시켜 먹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말고기 내장전골인데 호불호가 갈릴만한 맛입니다. 순대나 곱창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비추입니다.
숙소에 와보니 이제야 룸메이트가 1층 로비에 나와있습니다. 소파에 기대어 책을 보고있어 몇마디 건네봅니다.
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맥주를 한병 마셨습니다. 말수가 적고 여행보다는 그냥 쉬러온것 같습니다.
내일은 저도 아침일찍 일어나야해서 일찍 잠을 청해봅니다.
알람을 7시에 맞춰어 놨는데 6시전에 눈이 떠집니다. 비행기를 놓칠까 긴장을 했나???
살금살금 씻고 짐을 챙깁니다. 룸메가 자느지 깼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조용히 방을 나옵니다.
1층에는 벌써 아침을 챙겨먹고 떠난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너무 일찍와서 1시간 정도를 빈둥거렸습니다. 오메기떡 작은것과 초코렛도 사고 면세점에서 약간의 쇼핑도 했습니다. 이제 아쉽지만 제주도를 떠납니다.
저가항공이지만 비행기 타기전에 공짜로 셔틀버스도 태워줘서 고맙고 재미있습니다.
맺으며 하고픈 말
5박 6일 잘 지내다 갑니다.
아쉬운점도 많고 후회되는 일도 많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여기는 무엇을 채우려 오는것이 아니라 비우러 온것" 그러나 정작 저는 못비웠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다양합니다. 밤마다 파티를 열어주는곳, 조용한곳, 시설이 좋은곳/나쁜곳. 본인위 취향에 맞는곳에 가세요.
무작정 가지말고 사전준비와 계획을 세워서 가는것이 아쉬움도 적고 좋을듯합니다.
혼자 가는것도 좋으나 동행이 있으면 외롭지않고 즐거운 추억도 공유하고 더 좋을것 같습니다.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서 움직이세요.
다음에 또 가렵니다.
아래 사진은 올레길 표지들인데 리본은 진행방향에 따라 바다색과 귤색으로 표시됩니다. 참조하세요
-- 끝 --
첫댓글 중국인만 아니라면 가서 살고 싶은곳입니다.
요즘 사드때문인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글보며 전에 생각나 흐믓하게 봤습니다 사진속의 장소들도 분위기도 다 익숙하고 다녀간 생각나네요 ㅎ 전 마지막날 딱 4시간 오토바이 빌려서 서귀포 시내 돌아다녀봤습니다. 6천원주고 대여해서 오토바이는 첨이었는데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잘 반납했죠 첨탈땐 20킬로 가기도 무서웠는데 4시간뒤에는 60킬로로 다녔네요 ㅎ 나중에 또 제주가시면 하루정도 스쿠터 대여해서 다녀보세요 색다른 재미입니다.
즐거운 여행기 잘 읽었읍니다^^
이땅은 우리에게 마는 것을 주는대 ..정작 우리는 ..이땅에 무었을 주능가....생각해보게한 ..야기 조아요??
아..그나 저나 삼방산과 안산은 잘있는지..내가..설치한 카라비너는 아직 잘 걸려있을가????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ㅎ
무사히 잘 돌아오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