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날, 주민들이 가을의 매력을 (오롯이, 오로지)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한 사교육 업체에서 주관하는 입시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의 관심은 (오롯이, 오로지) 자녀의 대학 입시뿐이다.
위 두 문장에서 정답은 차례대로 '오롯이' '오로지'입니다. 만약 '오롯이'와 '오로지'를 바꿔 쓰면 뜻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두 낱말은 생김새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은 다릅니다. 특히 '오로지'와 달리 '오롯이'는 평소에 잘 쓰지 않아 더 헷갈리는 일이 많아요.
먼저 '오로지'는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오직 한 곬으로'를 뜻하는 말로, 오직 한 곬에 집중되어 있음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오로지 자식을 위하는 부모 마음' '그는 오로지 미래형 자동차에 성패를 걸겠다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비슷한 말로 '오직' '다만'이 쓰입니다.
'오롯이'는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 '남고 처짐이 없이 고스란히'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이 책에는 옛 성인들의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다'같이 쓸 수 있어요. '오롯이'의 원래 형태는 우리말 '오롯하다'입니다. 한자어 '완벽(完璧)하다'와 비슷한 뜻이죠. 그래서 두 말 중 어떤 것을 쓸지 고민스럽다면 '온전하게'와 '오직'을 넣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온전하게'를 넣어 말이 되면 '오롯이'를, '오직'을 넣어 말이 되면 '오로지'를 쓰면 됩니다.
참고로 '오롯이'에는 '고요하고 쓸쓸하게'라는 뜻도 있어요. "새벽 하늘에서 작은 별 하나가 오롯이 빛나고 있다" "살아갈 기력을 잃은 그들은 오롯이 어둠 속에 묻혀 가고 있었다"같이 씁니다.
〈예시〉
―그녀는 자신의 모든 기대를 아들에게 오롯이 쏟아붓고 살았다.
―바리바리 싸 보낸 여러 종류의 김장 김치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오롯이 담겨 있다.
―대학교수들이 그 열정을 오롯이 연구에 쏟는다면 우리나라 대학 수준이 훨씬 더 올라가지 않을까?
―"오로지 너만 믿는다"고 자주 말씀하시는 엄마를 떠올리며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이 일의 성공 여부는 오로지 네 마음가짐에 달렸다.
―그 재즈 기타리스트는 오로지 기타만으로 무대를 꾸몄다.
< 조선일보(2019.11.27.) ‘예쁜 말 바른 말 [116](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에서 옮겨 적음. (2019.11.29.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