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저에게 아버지가 없으면 과연 불쌍한 자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외롭다면 이 이상 외로운 자리가 없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친구도 없고 사정도 통할 수 없는 황막한 황무지로 아버지가 내몰게 될 때에 고아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보던 아버지의 시선을 제가 알았사옵니다.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가지고 자식을 찾기에 허덕이시는 아버지의 모양을 내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기에 오늘날 이 자리까지 쓰러지지 않고 온 것을 생각하게 될 때, 아버님, 황공하옵니다. 세상에 그 누가 나를 몰라주더라도 저는 아버지를 갖고 있는 것이 자랑이옵니다.
슬플 때도 내 아버지였사옵고 기쁠 때도 내 아버지였사옵니다.
그러나 나보다 더 슬픈 입장에 계신 아버지인 것을 알았기에 있는 힘 다하여야겠다고,
가는 길을 돌아서 보고 내가 아직까지 여력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충성을 못 하였다는 한을 남길까봐 슬퍼하는 마음이 언제나 이 몸에서 떠나지 말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오늘도 그러하고, 내일도 그러하고, 한 날의 쉬는 시간에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아버지의 심정을 붙안고 눈물지으며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을 당신은 아옵니다. 여기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 중에는 불쌍한 외로운 무리도 있습니다.
아버지, 이들은 젊은 청춘들이옵니다.
남보다도 더 먹고 싶고, 남보다 더 자랑하고 싶고,
남보다도 더 높임받고 싶은 것이 젊은이의 기질인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청춘 시대의 모든 욕망을 다 땅에 묻어 놓고 아버지의 품이 그리워 허덕이며 달려온 당신의 아들딸이오니,
이제 손을 붙들고 ‘내 아들딸아!’ 부를 수 있는 아버지가 되시옵고,
이제 직접 관여하시어서 저희의 앞길을 지켜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니다. 남아진 이 민족적 사명과 남아진 이 세계적 사명이 우리 앞에 있사오니,
부디 여기서 쓰러지지 말고 끝까지 남아지는 자가 되어서 아버지 존전에 해방의 자유와 영광을 노래할 수 있는 아들딸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복귀의 사명을 완결짓기 위한 자녀의 명분을 가졌사오나 이제 다시 돌아와야 할 저희들의 길이 남아 있기에 아니 갈래야 아니 갈 수 없는 사명적인 터전을 향하여 가는 이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사오니, 가는 길을 지켜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저를 그와 같은 자리에서 보호해 주시었기에 이들도 그와 같은 자리에서 보호해 줄 아버지인 것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시련 가운데에 염려하신 아버지인 것을 제가 알기에 이들도 그와 같은 시련의 자리에서 보호해 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시련과 그런 도탄 중에서 승리의 한 자리를 갖추어 아버지 앞에 드리게 될 때에,
만복의 복을 더해 주고도 부족하지 않으냐고 물어 보는 아버지인 것을 내가 알았사오니,
이들도 그런 자리에서 축복하여 주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아버지, 때는 이 땅 위에서 길지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 번밖에 없는, 저희에게 있어서는 무한한 가치의 시기를 맞이하였사오니,
이 가치의 길을 놓치고 천추만대에, 혹은 영원한 세계에 가서 탄식하는 자들이 되지 말게 허락하여 주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살아생전, 육을 쓰고 있는 이 기간에 있어서 모든 정력을 다 기울이는 효자 효녀가 되게 하시옵고,
충신 열녀가 되게 하시어서 새로운 천지의 역사노정에 있어서 이들이 간 길을 효성이라 하시옵고, 이들이 간 길을 충성이라 하시옵소서.
그리하여 아버지의 영원한 영광이 이들의 터전 위에 길이길이 깃들게 허락하여 주옵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옵니다. 만만세의 영광과 축복과 권위가 이들과 사랑하는 자녀들과 온 천지에 널려 있는 당신의 아들딸들 위에,
그리고 앞으로 뜻 앞에 세워져야 할 수많은 인류 위에,
천상의 복귀의 해원 앞에 있어서 슬픔의 심정을 붙안고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천천만 성도들이 있는 천상에까지 아버지의 영광으로 같이하여 주시옵고,
특권적 혜택을 나타내시어서 새로운 영광의 터전으로 저희의 무리들과 온 천지를 몰아내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참다운 참부모와 참자녀와 참식구들과 참하늘땅의 중심이 되시어서 심정적인 일체를 이룰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어서 속히 이루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1963. 3.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