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시대 청소년문학이 가닿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최전선
한국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표정, 윤슬빛 첫 청소년소설집
2023년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어린이·청소년책에 선정되고, 제14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윤슬빛의 청소년소설 『플랜B의 은유』가 출간되었다. 첫 책 『오늘의 햇살』과 이어서 펴낸 동화집 『갈림길』로 2020년대 한국 아동청소년문학계의 최전선에서 가장 긴요한 주제의식을 전하면서도 문학 본연의 서정을 잃지 않는다는 극찬을 받았다. 전작들이 지방 소도시, 농촌을 배경으로 어린이의 우정과 성장, 대안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소설집에서는 그러한 관심사를 이어 가면서도 청소년의 사랑과 노동을 중심에 세운다. 다양한 사랑의 방식, 삶의 형태를 긍정하며 담담히 미래로 한걸음 나아가는 일곱 편의 무지갯빛 이야기가 폭넓은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목차
플랜B의 은유
내일의 우리
너와 그곳에서
고백
환한 밤
첫여름
Freely in the closet
작가의 말
추천의 글
저자 소개
글: 윤슬빛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와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오늘의 햇살』을 펴냈고, 제14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갈림길』이 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어린이ㆍ청소년책에 선정되었다.
출판사 리뷰
단 하나의 정답보다, 열려 있는 빈칸을 건네는 소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두 권의 동화만으로 독자와 평단에 고유한 존재감을 각인한 윤슬빛은 첫 청소년소설 『플랜B의 은유』에서도 신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탁월한 필치를 선보인다. 윤슬빛의 소설은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 있으면서도, 차별과 혐오를 뛰어넘어 편견 없는 상상력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청소년에게 ‘미래’는 중요한 화두이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그가 그려 낸 이야기들은 청소년의 진로가 곧 ‘입시’와 동의어는 아니라는 자명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윤슬빛의 소설에서라면 대학 혹은 학과 전공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선택을 꿈꾸어도 좋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 또한 그간 대도시 혹은 수도권에 집중되었던 청소년문학의 무대를 지방 소도시로까지 활짝 넓힌다.
작가는 사랑과 우정, 여성과 남성, 학교와 탈학교, 도시와 지방 등 이분법 안에서 진부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는 낙관과 비관을 오가면서도 새로운 해법을 찾는다. “Freely in the closet”이라는 카페 이름을 “벽장 속에서‘도’ 자유롭게”라고 해석하는 ‘초록’의 말은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막막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깊고 맑은 숨을 내쉴 수 있는 틈을 열어 준다.
“재밌잖아. 누가 나를 뭐라고 부르든, 어쨌든 결국 나를 부르는 거라는 게.”
―「플랜B의 은유」, 24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이분법으로 가둘 수 없는 무지갯빛 총천연색 이야기
소설 속에서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을 간직한 주인공들의 곁에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보라고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주어진 이름으로, 주어진 길을 살지 않고 스스로 불리길 바라는 이름을 짓는 이 청소년들이 제 삶의 온전한 주인임은 의심할 여지 없다. “아무도 나를 가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60면)라는 ‘진솔’의 말은 청소년의 주체성을 믿는 작가의 다정한 지지로 읽힌다.
수록작 「내일의 우리」에서 표면적으로는 씩씩한 진솔이 여린 선호를 위로하는 듯하지만, 실은 진솔 역시 무너진 선호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통해,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웠던 내면의 상처를 회복한다. 일방적으로 떠안기는 위로가 아닌,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대화처럼 주고받는 위로로부터 비로소 아픔은 견고하게 치유될 수 있다. 연작소설은 아니지만, 세심한 독자라면 알아챌 수 있는 각 단편 사이의 연결고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느슨한 연대와도 닮았다.
작품의 결말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 진솔이 거울을 보며 자신을 긍정했듯,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눈물 흘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지켜보는 동안 독자들은 마치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 듯한 감정을 느낀다.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 위로와 용기를 주고받았듯이, 독자 또한 그들과 교감하며 문학의 진실한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내일로 나아가는 부드러운 힘
『플랜B의 은유』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계절의 변화로 감각하는 시간의 흐름이다. 인물들은 따스한 봄,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서 있지만 거기에 멈춰 있지 않고 다음 계절로 사뿐히 건너간다. “봄의 빛보다는 뜨겁고 여름의 빛보다는 부드러운 환한 빛 속을, 나는 가볍게 걸었다.”(182면)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독자들도 “실패와 실망을 두려워하지 말고”(185면) 함께 내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소설과 함께라면 우리는 그 “누구의 허락”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윤슬빛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모든 계획들이 실패하더라도 일상은 또 다른 반짝이는 순간들로 채워진다는 것”을 사려 깊은 목소리로 일깨워 준다. “까마득한 앞날은 밤바다처럼 캄캄하고 막막”해도 우리 곁엔 “서로가 너무 오래 헤매지 않도록 단단하게 손을 붙들어 잡아” 주는 누군가가 있다(29면). 『플랜B의 은유』는 지금 그 누군가가 필요한 독자에게 꼭 알맞게 도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