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백석과 자야
언니들 안녕!? 또다시 찾아왔다. 벌써 9탄째다. 아 10탄이고 100탄이고 쪄준다고 하는 바람에 너무 힘들다. 곧 개강인데 개강하면 자주 못하니까 미리 많이 쪄놓을게 ! 9탄은 테마가 없다. 테마 정하고 시 조사하고 사진 찾고 하면 거의 3~4시간 걸리니까 그대신 진짜 주옥같은 시들만 모아놨어. 대중문학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도^^;;
자 이제 시를 만나보자!

천정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고래의 꿈
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는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싶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 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망원경 코끝까지 걸어가
수평선 너머 고래의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고래는 사라져버렸어
그런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아
하지마는 나는 바다의 목로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이야길 듣는다
해마들이 진주의 계곡을 발견했데
농게 가족이 새 뻘집으로 이사를 한다더군
봐, 화분에서 분수가 벌써 이만큼 자랐는걸......
내게는 아직 많은 날들이 있다 내일은 5마력의 동력을
배에 더 엊어야겠다 깨진 파도의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겠다
저 아래 물밑을 흐르는 어뢰의 아이들 손을 잡고
쏜살같이 해협을 달려봐야겠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꿈이 하나 있다
하얗게 물을 뿜어 올리는화 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 석 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殘像)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이별의 능력
김행숙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3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없이 빨래를 하다가 알게 돼.
내 외투가 기체가 되었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낸 건 구름. 당신의 지팡이.
그렇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하염없이 낮잠을 자다가
눈을 뜰 때가 있었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데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는데
털이 빠지는데,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2분간 냄새가 사라지는데
나는 옷을 벗지. 저 멀리 흩어지는 옷에 대해
이웃들에 대해
손을 흔들지.

어제
김근
항아리 같은 잠의 뚜껑을 열고 사내애는 깨어났다 낡고 낡은 잠 바깥엔 삼백예순 날 종일 비 내리고 빗방울 하나마다 부릅뜬 눈알들 추녀 끝 마당엔 여자가 온몸으로 눈알을 맞고 서 있었다 여자는 희게 젖고, 엄마 나는 저 눈깔들이 무서워요 무서워할 것 없단다 얘야 지느러미나 혓바닥이 내릴 날 있을 거다 저것들은 엄마가 죽인 아기들의 눈깔인가요? 얘야 저것들은 네가 무수한 날에 바꿔달 눈알들이란다 또로록 또로록 굴러다니며 검은자위들이 본 저 징글징글한 것들을 내가 다 봐야 한다고요? 보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너 같은 건 다 거짓말이란다
눈알 비 맞고 새들이 떨어져 죽었다 희게 젖은 여자가 죽은 새들을 들췄다 새들의 찬 부리 위에는 눈 없이 텅 빈 구멍만 뚫려 있었다 사내애는 제 눈알을 뽑아 여자에게 버렸다 희게 젖은 여자의 옷에 붉은 피 번졌다 여자는 이제 영영 붉게 젖은 여자가 되었다 잎사귀마다 대롱대롱 눈알들을 달고 나무들이 사내애를 쏘아보았다 대지는 터진 눈알들로 질퍽거렸다 없는 눈으로 사내애는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거렸다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다 거짓말이란다 네가 살아 있다는 것도 지느러미도 없이 시들한 혓바닥도 없이 멀리서 항아리 깨지는 소리 들려왔다

오늘은 달이 다 닳고
민구
나무 그늘에도 뼈가 있다
그늘에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이 나 있다 바람만 불어도 쉽게 벌어지는 구멍을 피해 앉아본다
수족이 시린 저 앞산 느티나무의 머리를 감기는 건 오랫동안 곤줄박이의 몫이었다
곤줄박이는 나무의 가는 모근을 모아서 집을 짓는다
눈이 선한 저 새들에게도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연장이 있다 얼마 전 죽은 곤줄박이에 떼지어 모인 개미들이 그것을 수거해가는 걸 본 적이 있다
일과를 마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와서 달이 떠오를 무렵 다시 하늘로 솟구치는데,
이때 달은 비누다
뿌리가 단단히 박혀서 번뇌만으로는 달에 못 미치는 나무의 머리통을 곤줄박이가 대신, 벅벅 긁어주는지, 나무 아래 하얀 달 거품이 흥건하다
오늘은 달이 다 닳고 잡히는 족족 손에서 빠져나가 저만치 걸렸나
우물에 가서 밤새 몸을 불리는 달을 봐라
여간해서 불어나지 않는 욕망의 칼,
부릅뜨고 나를 노린다

즐거운 장례식
강지희
생전에 준비해둔 묫자리 속으로
편안히 눕는 작은 아버지
길게 사각으로 파 놓은 땅이
관의 네 모서리를 앉혀줄 때
긴 잠이 잠시 덜컹거린다
관을 들어 올려
새소릴 보료처럼 깔고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죽음
새벽이슬이 말갛게 씻어 놓은 흙들
그 사이로 들어가고 수의 위에
한 겹 더 나무그늘 옷을 걸치고
그 위에 햇살이불 끌어당겨 눕는 당신
이제 막 새 세상의 유쾌한 명찰을 달고
암 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섭다며
둘러선 사람들 어깨를 토닥거린다
향 같은 생전이 다시 주검을 엎을 때
조카들의 두런대는 추억 사이로
국화꽃 향기 환하게 건너온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야. 시는 전부 내가 읽고 배우고 진짜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선별해서 올리고 있어. 마지막 두개는 2009년 신춘문예 당선 시들이고 앞에 시들은 각분야에서 시잘쓰기로 정평이 나신분들의 시야. 그래서 대중성은 조금 떨어지는 면이 없지않아 있어. 그리구 해설 달아주는거 좋다고 했는데, 그거 시보는데 참 안좋은 습관이 되더라고! 왜냐면 해설에 기대서 사유의 폭이 한정되니까 언니들 마음대로 읽고 해석하는게 시를 바로 보는 올바른 습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편에는 해설 안달았어! 이해안되면 댓글로 물어봐도 좋아!
숲흐림팀 후루룩ㅎㄹ릏ㄹ 상꺼미 등등 찾아서 읽어주는 언냐들 고마워
첫댓글 언니! 진짜 고마워ㅎㅎ 나 시 좋아하는데 이것도 퍼갈겡ㅎㅎ s2 앞으로도 좋은 시 부탁해여
언니글 기다려짐 새벽에 보니까 더좋다
시 좋다 ㅠㅠㅠㅠ 시는 여러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상상하고 풀어서 내 나름의 의미로 만드는 재미가 있뜸 원작자의 의도에서 겁나 곡해됐다면 미안한 일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
고등학교 때 밑줄치고 불러주는 해석 받아적을 땐 시 좋은 줄 몰랐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흙ㄱㄱㄱㄱㄱ 언니 매번 올려주는 시 잘보고 있어여ㅠㅠㅠㅠㅠ 아 감성터지는 새벽이로세ㅠㅠㅠㅠ
이노래 뭐야ㅠㅠ? 아 나 진ㅉㅏㅠㅠㅠ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2.26 01:4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2.26 01:45
새벽에 이런시 보니까좋다..ㅎㅎ고마워 또올려줭ㅎㅎㅎ
아 너무좋앙ㅠ.ㅠ
좋은시 많다 고마워 노래도넘좋다ㅠㅠ 갠카로 스크랩해갈게~
오왕 나기억해준거야??흫흐흐 오늘은 술까지퍼마시고집에와섴ㅋㅋㅋ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생각나서 닉을 검색했더니 이렇게 뙇!! 시를하나하나 해석해가면서 읽진 않고 그냥 흘려가면서 읽는 편이라서 여시가 해석 달아주는것도 참 좋았는데ㅋㅋ이제 혼자 생각해가면서 곰곰히 읽어야겠오 오늘은 달이 다 닳고 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닿...나뭐라고 주절주절대는거지ㅋㅋㅋㅋㅋ이만자야겠당 잘자언니~~!
9탄이라니 !!! 9탄이라니 !!! 언니 메일로 업어갈꼐 ! 고맙고맙 ㅠ
좋아좋아
아 오늘도 좋다ㅠㅠㅠㅠㅠ이름까지 언급되다니 부끄러워유..☞☜ 개강하면 뜸해진다니 아쉽지만 그래도 언니도 언니 생활이 있으니ㅠㅠ 늘 고마웡 언니덕분에 새로운 시 많이 알아가고이써 삶이 풍족해지는 기분이양ㅋㅋㅋㅋ헿
와 너무 좋아!!!!!!!!!!!!!!!!!!!!!! 언니를 좋아해!!!!!!!!!!!!!! 알랍
언니 나 저 김근의 시 내용이 너무 궁금해! 뭔가 느낌이 오는데 이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게따ㅠㅠ
김근 시들은 전부 좀 난해하다 ㅠ 근데 억지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 보다 그냥 느낌만 받는 것도 괜찮은 시 독법이지. 비가 내리는데 빗방울 하나하나가 다 눈알이고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고 무척 그로테스크하고 괴기스러운 그런 느낌만 전달되는 듯 ㅠㅠ
언니 진짜 정말 고마워!!! ㅠㅠㅠㅠ 앞에 것들도 다 찾아서 읽어볼래
천정호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시ㅠㅠㅠㅠㅠ 처음 읽었을때 숨이 턱 막히더라
언니 나 언니글 너무좋아해 요즘힘든데 언니글보고 힘내고있다 앞으로도 잘부탁해
ㅠㅠㅠㅠ진짜 항상 올려줘서 진짜진짜 고맙다...ㅜㅜㅜㅜㅜㅜㅜ 사랑한다 언니..ㅋㅋㅋㅋ 근데 브금좀 알려주면 안될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하 진짜 어디서 많이 들어본건데 이런식으로 바꾸닌까 넘 ㅎㅎㅎ 매력이쒀...
언니 진짜 고마워요 ㅠㅠㅠㅠ!!
시시시시시시 좋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