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와이셔츠로 변했어요.
지난해에 생산한 감자를 팔지 못해 쌓아 두었던 싹난 감자들을 지난 3월 전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팔아 주셨습니다.
당시 감자를 팔아 주신 분들 가운데에는 유난히 감자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분 가운데 한 분이 6월 말경에 전화를하셔서 양구 감자를 구입하고 싶다며
햇감자 가격을 문의하셨습니다.
마침 마을 주민분의 햇감자를 46박스를 팔았던 경험이 있어서 시세를 말하자,
그분이 사는 지역과는 가격대가 너무 차이가 난다며 망설이는 기색이 음성을 통해서도
역력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맞지 않으면 “그곳의 감자를 사셔요.” 라 했더니 감자가 다 같은 감자가 아니라며
먹어보면 맛의 차이를 확연하게 안다는 겁니다.
양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높이 평가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교우분들 가운데 감자를 주시면 보내 드리겠노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 후 때마침 연로하신 권사님 댁에서 감자를 캔다며 저희 가정에 조금 주시겠다는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저희는 햇감자를 판매했던 농가에서 주신 감자가 있기에 잘 되었다 싶어 전화를 주셨던
감자 매니아 분에게 보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아보니 그분이셨습니다.
자택 주소를 어떻게 알고서 감자를 보내었느냐며 감사의 표현을 하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도저히 그냥 먹을 수 없으니 필요한 것 하나만 말하면
사서 보내겠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구매해서 보낸 것이 아니니 부담없이 그냥 드실 것을 몇 차례 권했음에도
안된다는 겁니다.
한 고집 하는 제게 강요하는 그분의 요청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렇다면 한 가지 요청이 있다
했더니 말해 보라는 겁니다.
“사실 저희 교회당을 건축해야 하기에 정 선물하시고 싶으시면 1억원 정도 헌금하시라”하자
큰 소리로 웃으시며 그것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농담 식으로 통화를 마치며“저는 칼만 들지 않는 강도 같은 사람이기에
저와 얽히면 앞으로 피곤해지실 테니 그냥 감자를 맛있게 드시라”했더니
다음에 또 전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로부터 몇일 뒤 다시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헌금할 여력은 없지만 필요한 것 한가지는 꼭 해 드리고 싶으니 말하라며
다시금 강요하시는 겁니다.
결국 그 분의 섬김을 받는 것도 사랑이겠다는 생각으로, 정 그러시다면
와이셔츠를 선물해 주시면 예배 시간에 입으며 추억과 기념으로 간직하겠다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하루하루를 지내오던 중 오늘(7월 10일) 백화점에서 발송한
택배가 도착했는데 열어보니 와이셔츠 한 벌이었습니다.
감자로 인하여 연결된 분으로부터 마음과 정이 담긴 귀한 선물을 받으며,
어찌 보면 그분은 참으로 비싼 감자를 드신 셈입니다.
감자가 와이셔츠로 변신하는 시간 안에는 목회자를 향한 성도의 애정과 마음,
그리고 발품과 고뇌가 오롯이 들어있음을 느낍니다.
짐작하건대 와이셔츠를 고르기 위해 백화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물건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어머니의 속 깊은 손길이 녹아든
와이셔츠를 대하며,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서의 소명에 신실하게 응답하는
삶이길 새겨나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