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8 11:24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에게 약하다는 고정관념은 버려!’
야구계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가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말이다. 경기 후반 결정적 위기에서 왼손타자가 나오면 벤치는 으레 왼손투수를 원포인트릴리프로 내보내는 게 일반적 패턴이다. 그러나 적어도 롯데 손인호(29), LG 박용택(25), SK 이진영(24) 등이 타석에 서면 상대팀 감독은 다른 작전을 써야 할 듯싶다.
각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왼손타자로서 시즌 타율보다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월등히 높다. ‘왼손타자는 왼손투수의 밥’이라는 상식을 깨고 있다.
올 시즌 왼손투수 상대 타율 1·2위는 오른손타자인 두산 홍성흔(0.410)과 김동주(0.405). 그러나 3위부터 5위까지는 왼손타자들 차지다.
‘왼손킬러’의 대표 왼손타자는 손인호다. 시즌 타율이 0.294로 3할에 미치지 못하는 손인호는 왼손투수 상대타율이 무려 0.396이다.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른손투수 상대타율은 0.260에 불과하다.(표 참고)
손인호는 왼손투수를 상대로 0.521의 장타율, 0.483의 출루율을 기록해 오른손투수(장타율 0.425·출루율 0.369)를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높은 상대성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프로 입단 3년째를 맞아 활짝 꽃을 피우고 있는 박용택도 왼손투수 상대 타율 0.388로 오른손투수상대타율(0.313)을 훌쩍 넘고 있다. 지난해 왼손투수의 변화구에 쉽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약점을 보완해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더 높다.
현대 클리프 브룸바와 함께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진영도 마찬가지. 올 시즌 213타수 75안타, 타율 0.352로 타격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진영은 왼손 투수를 맞아 45타수 17안타를 쳐 시즌타율보다 높은 0.378의 왼손투수 상대타율을 보이고 있다.
세명 모두 지난해 왼손투수를 상대로 2할대 초반에 머무르는 부진을 보였다는 공통점도 이채롭다. 왼손공략에 새롭게 눈을 뜬 뒤 천하무적이 된 셈이다.
현역 시절 왼손타자로 명성을 날렸던 롯데 이강돈 타격코치는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의 볼을 잘 치기 위해서는 볼을 좌익수쪽으로 밀어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면서 “좋은 선구안은 물론이고 부드러운 타격폼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세 명이 그런 선수”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최희섭, 지바 롯데 이승엽 등 해외파 왼손타자들이 왼손선발 투수가 나서면 선발에서 제외되고 있는 아픔 속에서 ‘상식을 깨는’ 세 명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김도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