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좌우 존이 넓어져 횡으로 휘는 변화구를 던지거나 우타자 바깥쪽을 잘 공략하는 투수들에게 유리한 시즌입니다. 최근 옆구리 투수들의 기록이 좋은 것도 이 부분과 관련이 깊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감안하고 봐도 올 시즌 임기영의 성장은 매우 놀랍네요. 올 시즌 평균자책 3위, 이닝수 4위고 토종 투수로만 따지면 평자 (박세웅에 이어) 2위, 이닝수도 (유희관에 이어) 2위입니다.
상대 투수의 컨디션은 최상인데 우리 타자들의 컨디션은 반대로 최악인 상황에서 맞붙었습니다. 이런 경기는 이길 확률이 거의 없죠. 김태균의 타격감이 가장 나쁘고 정근우-하주석도 안타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격이야 어차피 사이클을 타니까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경기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투수진의 힘을 잘 비축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타자들이 힘을 내주지 못하니까 상대적으로 많이 아쉽네요. 김태균의 페이스가 올라오는게 가장 중요한데, 자꾸 잡아당기지 말고 볼 고르면서 의식적으로 밀어치면 좋겠습니다. 이것저것 다 안 될 때는 잘하는 것 부터 다시 시작해봐야죠. 어차피 이런 상황에 페이스 찾으라고 2군으로 보낼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니까요.
중반까지는 나름대로 접전+투수전이었으나 박정진이 허용한 쓰리런으로 승패가 결정됐고, 송은범이 내준 추가점으로 경기가 완전히 원사이드로 넘어갔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송은범의 추가실점인데, 5점차로 지는 상황에 나와서도 5연타를 맞으며 2점을 더 내주네요. 벤치에 앉아 임기영의 투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참 궁금합니다. 0:5로 승패가 갈린 경기에서 2이닝을 던졌으니 나름의 역할은 맡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2이닝을 5안타 2실점으로 흘려 보내는 건 솔직히 좀 실망스럽네요. 34억 받고 팀에 합류한 선수인데 말입니다.
윤규진이 96개를 던지고 내려갔는데, (결과론이지만) 버나디나를 한번 더 상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전 타석에 홈런을 허용했고 이미 6안타 4볼넷을 내주는 등 상대 타자를 압도한 상황도 아니었으니 교체 타이밍 자체는 적절했지만, 그래도 6회를 온전히 책임질 기회를 한번 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오늘 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선발 투수들의 이닝수를 늘려가는 것 또한 중요하니까요.
KIA-NC-두산-SK-KIA와 힘겨운 15연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현재 팀순위 1~4위 팀과 순서대로 돌아가며 맞붙고 있네요. 12경기에서 5승 7패를 기록하고 오늘 패하면서 5승 8패가 됐네요. 승률 자체는 불만족스럽지만 험난한 일정에서 그래도 선전 중입니다. 물론 한화 현재 순위가 9위이므로 누구와 싸우든 전부 '힘든 상대'지만, 그래도 저 4팀(그리고 넥센)이 LG-롯데-KT-삼성에 비해 더 어려운 상대인 것은 사실이죠. 외국인 투수 한명 빠진 상태로 1~4위팀 맞아 비교적 잘 싸웠습니다.
문제는, '졌잘싸'도 좋고 '지는 과정'도 좋지만 자꾸 지면 팀의 사기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간 중간 적당히 이겨줘야 선수들도 기운이 나고 덕아웃에서도 무리수를 두지 않죠. 팬들 역시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얻고요. 그러니 (내일도 힘든 일정이지만) 힘 내서 3연패 끊고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면 좋겠네요. 이왕이면 김태균-정근우-하주석 등 부진했던 야수들이 시원하게 한 방씩 날리면서 이겨주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윤규진이 선발로 어느 정도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어쩌면 전력으로 공을 뿌리는 불펜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그 외에 제대로 된 선발 역할을 할 선수가 없다면, 2군에 있는 김재영을 올려서 이닝이라도 계속 먹여주면 어떨까요? 그럼 윤규진이 가세할 불펜도 일단 머릿수는 늘릴 수 있는 상황일텐데 말이죠. 아니면 내일 등판하는 장민재의 보직을 계속 선발로 확정했으면 좋겠습니다. 140 초반의 직구와 높게 제구되는 변화구들로 이닝을 먹는 선발 윤규진보다, 140 후반대의 직구와 큰 낙차의 포크볼로 짧은 이닝을 임팩트 있게 던지는 그가 보고 싶습니다.
윤규진은 투피치로 7-8회 즈음에 던져주면 아주 효율적인 공을 던질 확률이 높죠. 저도 그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다만, 연투에 약하고 부상이 좀 있는 스타일이어서 선발로 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1번선발 같은 얘기지만, 오간도-바야누-배영수-이태양-장민재의 보직을 확정하고 윤규진을 불펜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연투가 어렵다면, 그 역시 나름의 불펜로테이션(?)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윤규진, 송창식, 박정진, 권혁, 정우람, 심수창, 이동걸, 송은범까지 나름 이래저래 머릿수들은 충분히 채워져있으니까요.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당장의 성적과는 무관(?)하게 지금처럼 라인업 놀이(?) 하면서 야구 볼 수 있는 지금은 참 행복하네요.^^
@KH4Real 윤규진 선수타입은 힘으로 승부하는 마무리가 맞는거 같아요. 짧고 강하게 승부하는... 다만 내구성이 좋지 못해 부상을 달고 다니고 연투가 안되는 문제가 있어서 그나마 몸관리하기 좋은 선발로 쓸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3군에이스 역시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이길때 잘이기는것보다 질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지고 있을때 송은범이 나와서 부담없이 잘 막아 주면 좋겠지만 송은범은 이제 송은범이 아닌 송은묘라고 불러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