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5년前 높이218m 승인, 올해는 아파트를 콘도로만 변경… 우 前지사가 특혜줬단 건 거짓"
元지사 "잘못된 건축 허가… 지사 직권으로 취소 가능"
제주도에 최고층 숙박시설(56층·218m) '드림타워' 건설을 추진 중인 동화투자개발이 2일 이 사업에 부정적 입장인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한 반격성 보도자료를 내면서 갈등 국면이 본격화하고 있다. 원 지사의 사업 제동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기존 자세를
버리고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진실게임'으로 확대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롯데관광개발 자회사인
동화투자개발은 이날 '드림타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드림타워 건설 사업 승인은 2009년 5월 민선
4기 김태환 전 제주지사 시절에 제주광역도시계획(2007년 확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지난 6월 4일) 15일을 앞두고 우근민 당시 지사가 '내가 유치했으니 내가 매듭짓겠다'며
서명해버렸다"고 말한 게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동화투자개발은 "2009년 건축허가를 받은 '드림타워' 건설 사업은
당시 건축물 높이 218m(62층), 용적률 984%, 연면적 31만3479㎡인 호텔과 아파트를 짓는 조건이었다"며 "올해
지방선거 전 건축허가 변경은 기존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아파트를 콘도로 설계와 용도를 변경한 것이지,
우근민 전 지사가 퇴임 직전에 새로 내준 특혜성 건축 허가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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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노형동 도심에 있는 ‘드림타워’ 공사 현장. 원희룡 제주지사가 높이 218m 드림타워가 제주도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업에 제동을 걸어 기초 공사만 진행된 채 중단됐다. /제주도 제공
동화투자개발은 '드림타워' 사업 주체는 중국 자본이 아닌 국내 기업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동화투자개발은 "'드림타워'
사업은 롯데관광개발이 1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뤼디그룹(綠地集團)을 투자 유치해
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완공되는 호텔(52%)은 동화투자개발이 소유·운영하고 콘도(48%)는 뤼디그룹이
분양·운영하는 사업구조로, 대주주가 국내기업인 만큼 중국 자본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중국 자본이 추진하는 대형
건설 사업에 대해 제주도민의 '공포'가 커지고 있고, 그래서 원 지사가 드림타워 등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동
화투자개발은 또 지난 18일 원희룡 지사와 중국 뤼디그룹 장위량(張玉良) 회장이 회동할 당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드림타워 고도를
낮추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동화투자개발은 "당시 장 회장은 자연과 문화를 잘 보전하면서 개발하기 위해
동화투자개발과 협의하겠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지만, 층수를 낮추도록 동화투자개발을 설득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건물 높이와
용적률 유지가 동화투자개발과 뤼디그룹 간 사업 추진 전제 조건인 만큼 일각에서 제기된 층수 낮추기는 현재로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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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희룡 지사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고려할 때 200m가 넘는 초고층 건축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드림타워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지상 56층의 '나 홀로 초고층 빌딩'은 제주도의 흉물이 되니 고도를
최대한 낮춰달라는 것이다. 현재 제일 높은 건물은 제주시에 있는 22층짜리"라며 "공동 사업자인 중국 뤼디그룹 회장과 만나 몇
차례 사과하면서 제주도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잘못된 건축 허가는 지사 직권으로 취소도
가능하다"며 "드림타워 사업 부지는 30여년 동안 사업자를 찾기 위해 참아왔는데 왜 몇 년을 더 못 기다리겠나. 이런 대형 건물이
한번 세워지면 후손 대대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드림타워 사업은 허가가 나간 대로 진행될 수 없다. 사업자가
고민해서 제주의 미래 가치와 제주도민을 납득시키고, 투자자 이익이 조화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원 지사는 '제주의 미래 가치'와 관련해 "제주 가치의 전제는 '청정 자연'이며, 그 위에 휴양·헬스·레저·문화·교육·MICE·청정에너지·스마트비즈니스 같은 2차적 가치를 더해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