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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부정 공방
자유일보
홍승기
2020년 그날 일관되게 나타난 사전투표 결과 앞에서 알 만한 유튜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해설했다. "원래 좌파들은 미리 사전투표하고 투표 당일에는 등산 갑니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식으로 문장을 끝낸 그의 시니컬한 웃음이 거슬렸다.
친구 권 변호사는 선거부정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의 핸드폰에는 선거소송 검증현장에서 촬영한 투표지 사진이 가득하다. 다림질한 듯 빳빳한 투표용지 묶음에 대해 선관위가 ‘형상기억용지’라고 했다던가? 그런데 ‘형상기억합금’은 들어 봤어도 ‘형상기억용지’는 금시초문이다. 어쨌든 형상기억용지가 아니라면 그런 빳빳한 모양을 갖출 수 없다.
권 변호사에게는 ‘여당 당선인의 벽을 넘을 수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말렸다. 워낙 여리고 바른 생활 사나이라 방관하기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트럼프를 들먹이며, ‘CNN에만 몰두해서 사고가 고정됐다’고 덤빈 후배에게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을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추켜세운 트럼프이거늘.
허병기 인하 공대 명예교수의 발제도 들었다. 그렇게 나타난 사전투표 결과는 ‘통계상 불가능한 확률’이라고 단언하셨다. 허튼 말씀 하실 이유도 없고 그럴 분도 아니다.
공직선거법은 명백하게 "사전투표 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 기호) 형태로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선관위는 QR코드가 인쇄된 투표용지를 교부했고, 대법원은 QR코드 또한 바코드의 일종이라고 판결했다(2018수20 선거무효). 세상에, QR코드가 어떻게 바코드의 일종인가? QR코드가 막대 모양의 기호인가?
권 변호사 핸드폰에 저장된 투표용지 상태는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이상하다. 팔순의 허 교수님은 불가능한 확률이라고 확신하신다. 한편 투·개표 감시가 얼마나 철저한지 아느냐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낙선자도 있다. 선관위의 지인은 ‘말도 안 되는 공상’이라고 말을 잘랐다.
이렇게 입장이 팽팽하면 진작 납득할 만한 조사가 있었어야 했다. 시스템을 들여다볼 수 없는 시민에게 "위반된 사실이 일어난 일시, 장소, 행위의 실행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대법원의 요구는 ‘달나라에서 토끼를 데려오라’는 주문이다(2020수30 국회의원선거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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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기 변호사·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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