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자신 있니? 살려면 제대로 살아야지. 사실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병든 아비의 걱정이 그것입니다. 두 자식을 데리고 살아갈 중년의 딸, 앞으로 어찌 될까 싶지요. 남편과 사별하여 어느덧 4년, 아직 초등학교 남매는 엄마의 마음을 얼마나 아는지 듣는둥 마는둥 천방지축입니다. 다행이 큰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집안은 난장판 되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자식들입니다. 아마도 이 녀석들 없었더라면 남편 잃은 상실감을 어찌 견뎠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등하교 맞추고 뒷바라지하느라 매일 정신이 빠집니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나가면서도 갑자기 찾아오는 허전함을 어찌 견딥니까?
주변에서 더 난리입니다. 벌써 4년이야. 이제 다시 시작해도 돼. 아니 다시 시작해야지. 그리고 연애를 독촉하고 남자를 만나라고 성화입니다. 도무지 바깥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옷차림도 매양 거기서 거깁니다. 하는 일은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일이지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여자’도 상실한 듯합니다. 누가 봐도 마음이 혹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스스로 망가지면 더 빨리 늙어가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사실 마음이 중요하지만 자기가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젊게 살고 싶다면 겉보기에도 그만한 모습을 꾸며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감도 생깁니다. 나아지려고 노력해야지 반대로 방심한다면 몸이 마음을 만들어버립니다.
어느 날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하도 주변의 말을 들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다시 일기를 듭니다. 4월 19일에서 멈추어 있었습니다. 남편의 기일입니다. 페이지를 넘깁니다. 20일 ‘브리짓’의 새 날, 이제 재대로 살자. 몸에 생기가 돕니다. 다시 취업도 합니다. 차림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데이트를 합니다. 키스를 하고 뜨거운 밤을 지냅니다.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챕니다. 경력사원, 옛 직업으로 돌아옵니다. 지인들이 있으니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말이 있었지요.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 그렇게 달라집니다. 한참 젊은 ‘록스터’를 만난 것은 행운일까요? 그런데 얼마 후 잠수.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30도 채 안된 젊은 청년과 두 아이의 엄마 40대 중년의 여인, 아무리 사랑이 좋다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그 이상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룬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쉽게 이루어질 일이 아닙니다. 록스터의 전화를 기다리며 몇 날을 안달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과연 이것이 나를 위한 삶일까? 이게 제대로 사는 것일까? 나의 욕심이 과한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은 괜찮을까 등등. 다시 갑자기 나타난 록스터의 진심도 알게 됩니다. 사랑해서 다시 왔다고 하지만 타임머신이 있다면 좋겠다는 고백은 속뜻을 알게 합니다. 브리짓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타임머신이 있어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것입니다.
한편 아이들 학교에는 조금 별난 과학선생님이 와서 등교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등교 길에 늘 마주칩니다. 생각이 다르니 잘 부딪칩니다. 그래도 잘 해보겠다고 애쓰는 선생님을 인정은 합니다. 어느 날 부모 참여 수업을 부탁합니다. 그래서 한 시간 수업을 진행합니다.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며 실제로 역할극을 하는 것입니다. ‘월리커’ 선생님은 현실적인 과학이론을 펼치고 질문하던 브리짓의 아들이 색다른 생각을 펼칩니다. 서로 이해하기 어려워도 새롭습니다. 그렇다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생각을 넓히는 기회입니다. 그 후에는 함께 야외수업까지 참여합니다. 그리고 과학적 이론적 현실적인 월리커는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뜹니다.
학예회에서 아들은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월리커 선생님의 배려가 있었습니다. 아들이 부르는 노래는 바로 엄마 브리짓을 향한 찬가이기도 했습니다. 감동입니다. 아들에게 감동하고 월리커 선생님에게 감동합니다. 그래서 송년모임에 초대를 합니다. 모두 정리하고 찾아간 곳에는 이미 브리짓의 지인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창밖에서 보다가 월리커는 자기 있을 자리가 아닌가보다 생각했는지 슬그머니 돌아섭니다. 그 모습을 언뜻 브리짓이 안에서보았습니다. 부리나케 쫓아나옵니다. 쫓아가서 부릅니다. 둘이 마주합니다. 월리커가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실과 진리도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우리가 바라고 추구하는 것은 아름다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청춘이라 하더라도 그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 청춘은 죽은 청춘입니다. 어쩌면 몸을 만들면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잖아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나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차림새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도록 청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 야한 장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참으로 야합니다. 감칠맛 나는 대화들이지요.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사실, 우리는 어김없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탱탱하던 배우의 변한 모습에서 발견합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Bridget Jones: Mad About the Boy)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