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전
신철규
땅끝 모서리에 튀어나온 바위 절벽은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 같다
기도는 끝에 머무는 것이다
얼어붙은 호수에 박힌 털장갑 한 짝
흘려 쓴 문장 같은 먹구름의 갈기들
한번 기울어진 시소는 평형을 찾지 못하고
한쪽은 땅으로
다른 한쪽은 하늘로
무거운 쪽의 무게를 덜거나
가벼운 쪽에 더 많은 짐을 싣거나
눈송이 하나가 안구에 닿아 스러질 때
차가운 결정에 눈꺼풀을 재빨리 덮을 때
히말라야의 눈 속에는 얼어 죽은 새들의 시체가 가득하지
높은 추진력을 얻지 못한 새들은 산꼭대기를
넘지 못하지 산꼭대기만큼
높이 날아오를 힘이 없는 새들은
눈 더미에 몸을 박고 버둥거리다가 죽어가겠지
하늘로 오르지 못하는 기도가
교회의 첨탑을 타고 흘러내린다
첨탑에 끈적끈적하게 들러붙는다
하느님은 얼마나 큰 안테나를 가지고 있을까
저 수많은 용서와 저주를 담아내려면
지구의 둘레만큼 넓은 귓바퀴를 가지고 있을까
밀폐된 기도는 허밍과 같은 것일까
모든 용서는 증오보다 고통스럽다
증오를 포기하는 자리에 용서가 들어선다
심장에 금이 갔다
심장 아래 피가 고여 있다
천장을 뚫고 나가지 못하는 기도
구름의 발바닥에 닿아서 흐물거리는 기도
기도가 웅웅거린다
신철규
경남 거창 출생.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심장보다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