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예전엔 초인종을 두었는데 없애버렸다.
초인종 소리에 나가면 아이들이 '제가 날 밀쳤다'고, 기다려도 그네 자리가 안 난다고, 물 마시다가 누가 자기 발에 쏟았다고...
그런 시시콜콜한 이유로 애들이 하도 빈번히 눌러서 그걸 없애버렸는데도 문을 두드리는 빈도는 여전하다.
문을 여니 꼬맹이 둘이서 서 있다.
한 녀석은 사탕 봉지를 들고 한 녀석은 그냥.
온 이유를 눈치 챘지만 태연히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Happy Birthday 라고 한다.
자기 생일에 그런 단어를 쓰다니...
여기는 생일날에 학교에 예쁜 사복을 입고 오는 특전이 있고
조회 시간에 앞에 나가면 전교생이 축하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여기 가난한 아이들은 생일을 맞으면 주변에 작은 선물을 돌린다.
사탕 하나 정도, 그러나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는 초코렛 정도다.
선물을 받기보다는 나눠주는 것은 생일이라고 자기 집에 초대를 못해서 그런 듯하다.
그리고 그날은 수업 시간 중이지만 호위군 하나를 대동하고 이 교실 저 교실로 돌며 전교생 212명에게 사탕을 돌린다.
생일 선물이라고 사탕이나 초코렛을 받은 아이들이나 교사들도 축하의 인사 외에 무슨 선물을 주지도 않지만 새 옷과 뭇 축하 인사 때문에 아이들은 그 하루가 즐겁다.
그런데 아이들이 우리 집에 찾아오면 생일을 위해 항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연필 두 자루 정도고 4힉년 부터는 볼펜 한 자루다.
오래전에 한 번 생일 선물을 주었더니 유독 나한테는 작은 선물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동심도 살피고 축하의 마음도 있어 그 작은 선물을 중단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가끔 160원, 80원 정도 하는 작은 초코렛도 들고 온다.
교사들을 위한 거다.
물론 우리 집에 와서는 마담까지 주라며 두 개씩 준다.
부모의 지시인 것 같은데 내가 하나면 된다고 하면 하나만 건내고 가는 이도 있고 끝까지 두 개를 주고 가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