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후추게시판 서호정(t2o2ro)님의 글입니다.
------------------------------------------------------------------------------
아시아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인 이란 올림픽 대표팀과의 진검 승부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3월 3일 상암에서 가졌던 중국과의 경기가 아테네로 가는 장도를 어느 정
도 가늠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면, 이번 이란과의 테헤란 원정경기는 본선 행 티켓
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 각축을 벌이고 있는 최
종예선 경기들 중 아시아 축구계에서 가지는 위치나 경기력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양 팀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아시아축구계 전체의 이목을 끌고 있다. 상당한 부담
감이 작용했던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만족스러운 승리를 거두고 지난 7일 출국해 중
국 쿤밍에서의 고지대 적응훈련에 돌입했던 올림픽 대표팀은 쿤밍에서 가진 국내외
팀들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전반적인 상태와 팀 조직력 가다듬기에 집중, 현재는
테헤란에 입성, 선수 컨디션 점검과 마지막 적응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태.
또한 이천수가 주말 리그 경기를 마치고 합류해 전반적인 팀 사기는 올라가 있다.
하지만 지난 보름동안 올림픽대표팀, 리그, UEFA컵 출장 등 3일에 1경기를 치를 정
도로 빡빡한 일정을 보낸 박지성은 공식적으로 부상이 확인, 합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란은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현재 득실차에 의해 한국을 누르고
조 1위에 올라있다. 본선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선 조별 리그에서 4승 이상은 거둬
야 한다는 것이 선수, 감독, 전문가들이 공히 지적하는 요건이기 때문에 AFC 뉴스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이번 한국과의 홈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지난 말레이시아와 이란의 경기 및 그간 밝혀진 이란 올림
픽 대표팀에 대한 정보 등을 토대로 이번 경기를 예상해보자.
[예상 외의 난전, 말레이시아 vs 이란]
한국과 중국과의 경기보다 약 2시간 여 늦게 시작된 말레이시아와 이란의 경기는 스
타tv를 통해 중계되며 국내 팬들이 그간 베일에 가려졌었던 이란 전력의 실체를 확
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경기결과는 4-1이었지만, 실제 경기내용은 팬
들이 생각하는 만큼 일방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전반은 잘 준비된 말레이시아 팀이
경기를 주도했었다. 특히 저녁에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30도에 육박한 무더위와 습
도 70%의 끈적한 기후, 그리고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까지 더해지며 이란
은 상당수의 불리한 여건을 등에 업은 채 이날 경기를 벌여야 했다. 또한 최근 말레
이시아 축구가 아시안컵 본선진출 실패, 타이거 컵과 SEA 게임에서의 저조한 성적
등 연이은 부진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지자 장기적 포석 하에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지원과 기대를 높였고, 영국출신의 앨런 해리스 감독 역시 사임을 모면하는 대신 이
전의 국가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겸임이 아닌 올림픽 대표팀에 전념하는 구조로 바
뀌는 상황이었고 이를 대변하듯 적어도 역전골이 터질 때까지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우선 3-5-2를 기본 포메이션으로 사용하는 이란은 부상 중인 주장 나비드키아와 중
앙수비수 로프티를 제외한 베스트 전력을 가동했다. 말레이시아는 양 윙백을 수비위
주로 배치한 5백에 가까운 전술을 들고 나왔는데 초반 미드필드 진영에서 몇차례 와
일드 한 플레이를 선뵈였는데, 이에 위축된 이란 선수들은 적극적인 플레이를 전개
하지 못했고 조직적인 플레이 역시 보여주지 못하며 상대 미드필드 후방에서 번번
히 공을 빼앗기며 역습을 허용했다. 말레이시아는 킥력이 예사롭지 않은 13번 인드
라와 중앙수비수 파즐리가 후방에서의 정확한 패스로 역습을 주도했고 공격수 아크
말이 빠른 스피드로 이란의 왼쪽 측면을 위협해갔다. 12분과 16분 그러한 역습에 의
해 위기를 맞이한 이란은 골키퍼의 선방과 아크말의 어처구니없는 슈팅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란 역시 양 측면의 카비와 바다비의 플레이가 살아나며 카제미안에게 연
결되었지만 잘 조직된 말레이시아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번번히 걸렸다. 결
국 33분 아크 정면 30m이상 되는 지점에서 인드라가 정면으로 강하게 때린 프리킥
을 아크말이 멋진 다이빙헤딩 슛으로 연결했고 이것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싸리
가 쇄도하며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상당히 단순한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마크맨
을 놓치고 이후의 상황에서도 대비 없이 우왕좌왕하는 등 이란수비진의 레벨을 직·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준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아크말이 오른쪽 측면에서 자기보다
덩치가 큰 카멜리와의 볼 경합을 이겨내며 키퍼 라마티와 1vs1 찬스를 맞이했지만
슛은 반대 골포스트를 스쳐 지나간다. 말레이시아의 공세가 계속되던 40분, 모발리
의 발에서부터 동점골이 시작된다. 모발 리가 중앙에서 찔러준 스루패스를 패널티
박스 내의 카제미안이 힐패스로 텅 빈 공간에 내주었고, 쇄도한 바다비가 강슛, 키
퍼 정면으로 맞고 나온 공을 말레이시아 수비수가 엉성하게 처리하자 보르하니가 기
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한 것이다. 동점골이 터진 지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오
른쪽에서 카제미안이 올린 코너킥을 마단치가 헤딩골로 연결 역전에 성공한 채로 전반을 끝낸다.
후반 들어 이란은 전반전에 보여준 상대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대해 치밀하게 대비
한다. 우선 공격의지가 없는 말레이시아의 윙백에 대한 수비부담을 버리고 마단치
를 모발리와 함께 미들1선에 배치 공격에 더욱 비중을 두는 한편 단신의 수비형 미
드필더 이자디와 쓰리백은 공수 라인이 벌어지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깊숙하게 배치
되어 상대의 역습에 효과적으로 대비해 나갔다. 적극적인 중거리 슛으로 말레이시아
의 깊은 수비벽을 끌어냈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하프타임동안 상대를 봉쇄할 수 있
는 유효 적절한 전략을 들고 나온 이란은 리드당하는 말레이시아의 초조한 심리를
이용 자신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어가며 카제미안의 포스트 플레이를 이용한 모
발리의 중거리 슛과 바다비가 얻어낸 패널티 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란 드러난 장점과 단점]
비록 한 경기를 통해 이란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간 외국사이
트들에 올라온 소식들을 통해 대략적인 장·담점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우선 이란
의 장점은 필드플레이어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있다. 특히 국가대표급
선수가 8명이나 버티고 있는데, 대표팀과 수준높은 자국리그(IPL)에서 얻은 경험들
이 개인기량을 펼치는 데 강한 자신감으로 발전하는 듯 하다. 특히 평균 신장이
175cm(180을 넘는 선수는 바다비 뿐이다)도 안 되는 작은 체구의 선수들로 구성된
미드필드 진은 개인기량도 기량이지만 스피드나 기동력 등 대부분의 능력이 평균을
상회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거기다 수시로 측면, 중앙으로 포지션 체인지를
시도하며 중거리 슛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에 아무리 김영광이 패널티 에어리어 밖
의 슈팅들에 대한 방어능력이 좋다고 해도 마음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의 평
가전 득점 통계에서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바, 지난번 중국
전에서 두 웨이에게 번번히 제공권을 내어준 우리 수비진은 보다 책임감 있는 마크
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저들 역시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는 185이상의 장신수비수들
이 모두 공격에 가담하는 만큼 그 기회를 역으로 이용한다면 중국전에서의 득점과
비슷한 양상이 나올 수 있다.
장점이 확신할만큼 단점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이란 올림픽 대표팀이다. 우선 조
직력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란 올림픽 대표팀 역시 우리 올림픽 대표팀
과 유사하게 프로리그의 클럽들과 소집문제를 두고 상당한 진통을 겪었고 대표팀의
이반코비치 감독 역시 올림픽 팀 차출에 대한 배려없이 자신의 소신대로 올림픽팀
의 주요 선수들을 성인대표팀에 소집했던 것으로 AFC뉴스와 페르시안풋볼 등을 통
해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도 공격, 미들, 수비간의 라인이 유기적이지
못한 채 따로 놀았고, 공격전개에서도 만들어간다는 느낌은 거의 없고 개인기량에
의존하는 등 조직력만으로 봐서는 중국에 비해서도 나을 게 없다는 소감이다. 보르
하니와 카제미안이 포진된 투톱은 카제미안이 활동폭이나 킥에서 돋보일 뿐, 지난
해 우리가 상대했던 일본의 포워드 라인이나 중국의 포워드들과 비교할 때도 그리
나아보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전에서 기록한 4번의 골장면 역시 2번째 세트플레
이 장면 그리고 4번째 PK 상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말레이시아 수비진의 실수에
서 빚어진 골이다. 또한 많이 지적되고 있는 굼뜬 수비라인. 특히 카멜리는 이날 말
레이시아의 공격수 아크말에게 경기 내내 농락 당하는 망신살을 뻗치며 교체되어 나
갔다. 로프티가 가세한다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나머지 두 선수 역시 높이 외
에는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그간 우리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이란 올림픽 팀에 대
한 두려움에 비해 실질적인 전력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고 총평할 수 있겠다.
[이란 주요선수 소개]
1) 임만 모발리(Iman Mobeli 10번/ 170cm 66kg)
축구협회 기술위원인 조영증씨가 이란 공격의 시발점으로 표현하며 '이란과의 경기
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모발리를 묶는 것이 필수다'고 할 만큼 현재 이란 올림픽팀에
서 모발리가 갖는 위치는 대단하다. 지난달 있었던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으며 말레이시아와의 첫
경기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두 골을 기록했다. 카비, 나비드키아, 바다비와 달
리 그간 국가대표팀에서의 호출이 적었던 모발리지만 최근의 활약으로 성인대표팀에
서도 그 입지를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체구지만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
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피지컬의 내구성이 대단하다. 카비와 함께 직접 프리킥을 전담한다.
2) 후세인 카비(Hossein Kaabi 13번/ 167cm 70kg)
85년생인 카비는 2002년 슬로베니아와의 친선전에서 역대 최연소(16세)로 국가대표
에 데뷔했을 만큼 이란전역에서 사랑 받고 있는 영 스타다.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
하는 마다비키아와 하세미안의 대표팀 차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반코비치의 절
대적 신임을 받으며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아, 벌써 18번의 A매치를 소화한 상태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능력에 대한 냉철한 평가 역시 아지지, 하세미안과 같은 대선
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 후반전에 볼 트래핑만으로
수비수 4명을 희롱한 모습은 그의 재능이 어느정도인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서 단신임에도 상당히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온다. 수시로 중앙으로
포지션을 바꿀 만큼 공격적 성향도 강하다. 다만 그 왕성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전
환 시의 가담이 적극적이지 않고, 상대의 신경전에도 잘 말리는 모습이다. 측면에서
의 크로싱이 날카롭고 킥력도 상당하다. 말레이시아 전에서는 30m가 넘는 지점에서
아웃프론트 킥으로 직접 슈팅을 시도했는데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으면 골이 틀림없는 슛이었다.
3) 메흐자드 마단치(Mehzad Madanchi 9번/ 178cm 74kg)
모발리와 카비에게 집중된 관심만큼 주요 깊게 지켜봐야 할 선수가 바로 마단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지만 포워드 진영 깊숙이 가담하는 공격력이 상당히 매섭
다. 공격의 시발점은 모발리지만 그 뒤에서 상대에게 매서운 칼을 들이미는 선수가
바로 이 마단치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헤딩골 장면에서 보여준 정확
한 위치선정과 점프력, 깔끔한 헤딩까지. 장신이 아님에도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반
드시 주의해야 할 선수이다. 측면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어
팀 전술변화에서도 중요한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4) 그 외
중앙 공격수 자바드 카제미안(Javad Kazemian 7번)은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 중 해외
클럽(UAE 알 알리)에서 뛰는 유일한 선수다. 활동폭이 넓어 측면에서 팀의 공격전개
를 주도하기도 한다. 피지컬의 우세를 살리는 전형적인 포워드라기보다는 많은 움직
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여는 스타일이다. 오른쪽 코너킥을 전담할 만큼 킥이나 발재
간 등의 기술도 수준급. 부산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해 활약했었다. 알리 바다비(Ali
Badavi 8번)는 카비와 함께 양 측면을 담당한다. 한국의 김정우와 같이 체격적으로
마른 타입인데 공간을 찾아 나가는 능력이 돋보인다. 체력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주장인 모하람 나비드키아(Moharram Navidkia 14번)는 최근 부상으로 경기
에 나서지 못해 그 실체가 파악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카비와 함께 올림
픽 팀 선수 중 국가대표팀에서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선수인 만큼 주목할 필
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전에서는 로스터에 포함되었지만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아마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단신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자디를 대신해 출전
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주역이다.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란전에서 양 팀이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치열한 각축을 벌일 포지션은 바로
양 측면 윙백으로 예상된다. 양 팀 모두 윙백에서의 플레이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 공격 전반에 동맥경화가 오는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이점은 전방 공격수들의
개인돌파능력이나 파괴력이 떨어져 카비와 바다비에게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주문하
는 이란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선 중국전까지 최원권
의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점과 박지성의 부상, 김두현의 부진으
로 김동진을 중앙으로 돌리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역시 부담이다. 김동진
을 중앙으로 둘 경우 그 자리는 박규선이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빠른 스피드와 안정
된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력이 돋보이지만, 수비능력과 활발한 공수가담을 충족시킬
체력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라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라
인과 미들라인, 특히 양 측면의 폭을 좁게 유지하며 과감한 판단으로 달려들어 이란
의 공격줄기를 끊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중국전에서 양 스토퍼 박용호와 김치
곤이 보여준 과감한 판단력과 협력수비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이란의 경우 개
인기량이 중국선수들보다 낫다는 점이 다른 양상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지난
해 도쿄와 상암에서 벌어졌던 일본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압박과 공수간격 유지의 수
준이 재현된다면 우리의 압승이 예상된다. 측면의 개인돌파가 막힐 경우엔 후방에
서 찔러주는 롱패스 외에는 뾰족한 공격루트가 없을 정도로 이란의 조직력이 공수
양면에서 수준 이하이고 모발리의 패스능력도 현실적으로 우리 수비진을 휘저을 만
큼 가공할 수준은 아니기에 두려워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 공격진은 공격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앞
서 누누이 얘기했지만 이란 수비진은 장신의 우월함을 제외한 조직력, 스피드, 맨마
킹 등에서 말레이시아에게 고전할 정도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크말이 그날 아무
리 잘했다고는 하지만 최성국과는 비교할 수 없다. 특히 양 윙백의 수비가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 대표팀의 공격속도를 늦추지 않는 한에서는 최성국이 적극적
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충분히 확인되었지만 지금 아시아권에서
최성국만큼 개인능력이 위협적인 선수는 그 세대에 없다. 겉으로 자신감을 내보이
며 한국을 깔보는 발언을 해온 마엘리 코한 감독이지만, 과연 최성국을 어떻게 효과
적으로 막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머릿속에 꽉 찼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란의 입
장에서 최성국을 막을 뾰족한 수는 없어보인다. 이자디를 경기 내내 최성국 전담 마
크맨으로 붙인다면 모를까? 조재진 역시 이전보다 더욱 터프하게 부딪힐 필요가 있
다. 장신의 수비수들이지만 전체적으로 마른 편이기에, 올림픽 대표팀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뛰어난 포워드인 조재진이 적극적인 포스트 플레이를 선보인다면
우리 공격은 한층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다. 본선을 앞두고 최상의 플레이를 보여오
다 정작 본선에서는 주춤하고 있는 최태욱도 특유의 스피드를 살린 공격으로 상대
를 괴롭힐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된 양 팀 감독의 심리전은 이번 경기에서
도 불꽃 튈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경기에서 중국이 패배한 것은 표면에 드러낸
자신감과는 달리 여러 환경요인에 의한 압박에 시달리며 결국 선수기용에 있어 무리
수를 들고 나온 셴샹푸의 자멸과 이와는 반대로 상대의 도발에 큰 동요 없이 평정심
을 유지한 김호곤 감독의 심리전에서의 승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
다. 마엘리 코한 역시 조편성이 확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발언들을 언
론에 흘리며 김호곤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려 무단히 애써왔었다. 하지만 오히
려 담담한 자세를 보여온 김호곤 감독의 모습이야말로 현재 양 팀 중 어느 팀이 실
질적으로 전력상 우위에 있는 것인지를 증명한다고 본다. 어웨이 경기임에도 객관
적 전력에서 우리가 우세하다면 오히려 불안한 것은 이란일 것이다. 그 불안감을 역
으로 이용하는 것이 김호곤 감독이라면 또 한번 승리를 예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경기에서 우리 쪽이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무승부를 거
둔다고 해도 실질적인 승리다. 앞서 얘기했듯이 홈 전승은 본선진출을 위한 필수요
건이다) 그만큼 이란 전력의 실체는 그리 두려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박지성의 부
상으로 기존의 구상에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된 김호곤 감독이 얼마만큼 유연하게 그
빈자리를 메울 것인가?(3-4-1-2는 유지하되 이천수가 선발기용 된다면 큰 차이는 없
을 것이다. 오히려 이란의 스타일 상 이천수가 지닌 과단성과 속도의 장점이 효과적
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일부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쿤밍 전훈을 감행한 결
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아자디 스타디움의 10만 관중의 압박을 젊은 선수
들 스스로 얼마나 떨쳐낼 수 있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에 펼쳐질 일정
상 이란(중국 원정)보다는 우리(말레이시아 원정)의 부담이 덜한 경기다. 승리에 대
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총 동원할만한 가치가 있
다. 그리고 이란이 승리할 경우 그들의 상승세를 쫓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 무엇보다 내셔널리즘에 기반하고 그 내셔널리즘을 통한 거대한 부수적 효과를 낳
는 것이 축구란 종목이고 국가대표팀이란 조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
지만 최근 경향에 있어 그런 내셔널리즘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부정되고 있고, 축구
발전을 위해 지양되어야 할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 역시 클럽축구를 아끼
는 팬인 만큼 그간 축구계에서 자행되어왔던 국가대표팀 오·남용은 한국축구가 보
다 튼튼하게 뿌리박기 위해 절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만은 그런
바램과는 반대의 생각을 꿈꾼다. 최근 몇일 사이 벌어진 어지러운 정세에 속만 앓
는 국민들, 비록 그들 모두가 열정적인 축구팬은 아닐지라도 이 답답한 정국 속에
서 평범한 소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선택권은 그리 많지 않다. 대표팀에게
사명감을 종용하는 것이 일방적인 요구는 아니지 않는가? 부디 이번 올림픽 대표팀
이 시원한 청량제와 같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길 바란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