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미얀마 제1의 도시 양곤에 있는 양곤종합병원의 성형·재건 분야 병실은 얼굴 기형 아기와 엄마들로 가득했다. 양곤에서 좋은 병원이라고 하지만, 섭씨 35도가 넘는 날씨에 냉방시설 없이 한 병실에 10여개의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들이 온다기에 아기를 둘러업고 7시간 기차를 타고 왔어요. 수술받고 아기 얼굴이 멀쩡해진 걸 보니 눈물이 나요.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입술, 잇몸, 입천장, 뺨까지 갈라진 안면 기형 환자였다. 엄마 이이떤(23)씨는 한국인 집도의에게 연방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의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얼굴을 꿰맨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유대현(54) 교수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커터 칼 피습을 당했을 때, 지난해 리퍼트 대사가 과도로 테러당했을 때, 흉터 없는 봉합술을 마쳤던 인물이다. 그 손이 미얀마 의료봉사를 와 안면 기형 수술에 나섰다. 태어날 때부터 입술과 잇몸이 갈라진 구순열(언청이), 입천장까지 벌어진 구개열 등 안면 기형 아기들이다.
이번 미얀마 수술팀에는 세브란스병원·영남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아주대병원·이스트만 치과 등 성형외과·마취과, 치과 의사, 간호사 10여명이 참가했다. 여행 비용을 각자 부담하고, 개인 휴가를 내서 왔다. 의료기기회사 존슨앤드존슨은 2000만원 상당의 얼굴 수술용 봉합사를 지원했다.
수술팀은 동남아 국가 안면 기형 무료 수술 봉사를 하는 '인지클럽' 소속이다. 전국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 30여명이 주축인 이 클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이라는 '인지상정'에서 클럽 이름을 따왔다. 본격적인 활동은 1997년 베트남에서 80여명의 기형 아동을 수술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매년 3월에 베트남·라오스·미얀마 등 인도차이나 3개국 수술팀이 자원봉사 형태로 꾸려진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인지클럽은 지난해까지 이 나라 1300여명 안면 기형 아기들에게 환한 얼굴을 선사했다. "현지 병원 수술 캠프에는 예전에 수술을 받아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데리고 와 감사 인사를 전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유 교수는 전했다. 2003년부터는 해당 지역 젊은 성형외과 의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최신 성형 재건 수술법을 가르치는 연수도 시키고 있다. 5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 10월부터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을 맡을 유 교수는 "동남아시아에는 수많은 선천 기형 아기가 수술 여건이 안 되어 기형을 안은 채 살아간다"며 "전국 성형외과 전문의들과 해당 지역에 진출하여 사회공헌을 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이 뜻을 같이하면 더 많은 아이가 우리의 신조대로 '얼굴 들고 어깨 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