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곡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다. 평소에도 왕버들 고목들이 물가에 비쳐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데, 4월은 복사꽃까지 만개해 사방이 포토존이다. 조곡리를 잇는 성산로 또한 숨은 복사꽃 드라이브 길이다. 이맘때 경산시 남산면에는 복사꽃 피지 않은 길이 없다.
반곡지 왕버들 사이로 보이는 복사꽃 밭
‘그림’ 되는 왕버들의 저수지
벚꽃이 졌다고 봄마저 질까. 경북 경산시 남산면에는 복사꽃이 벚꽃의 바통을 잇는다. 무릉도원에 핀다는 바로 그 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빠르다. 그 가운데 남산면 반곡지는 신록이 번지는 왕버들의 절경과 같이 즐길 수 있다.
반곡지는 1903년 만든 농업용 저수지인데, 왕버들이 북동쪽 둑 150m에 심겨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최고 수령은 200년 또는 300년으로 추정한다. 한동안은 사진 좋아하는 이들만 몰래 찾아들며 ‘제2의 주산지’라 불렀다. 드라마 <아랑사또전> <대왕의 꿈>, 영화 <허삼관> 등을 촬영하며 좀 더 유명해졌다.
반곡지의 유역 면적은 79ha, 저수량은 3만9300톤에 이른다. 반곡지의 원래 명칭은 외반지인데, 마을 행정명 반곡리에서 유래됐다. 반곡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합 이전에는 외반리와 내반리였다. 반곡지 아랫마을이 외반마을, 반곡지 윗마을이 내반마을이었다. 내반과 외반은 삼성산 자락의 골짜기에 소반처럼 생긴 마을 지형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반곡지 왕버들 고목은 물가를 향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지를 기울인다. 웅장하고 장엄한 멋이 있다. 왕버들이 반곡지에 반영돼 운치를 더한다. 아침, 저녁 그리고 계절마다 풍경이 바뀌어 언제 찾아도 새롭다. 반곡리 지명이 ‘소반을 닮은 골짜기’에서 왔듯, 주변의 산세가 저수지와 마을을 품어 번잡함이 없고 호젓하다. 잠깐 쉬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도 좋다. 그럼에도 4월 초·중순에는 제법 북적인다. 복사꽃이 피는 까닭이다.
[왼쪽/오른쪽]반곡지 북동쪽 둑길 왕버들 / 복사꽃 너머 보이는 왕버들 [왼쪽/오른쪽]반곡지로 가지를 내린 왕버들 / 봄을 실감케 하는 반곡지 복사꽃
봄날의 무릉도원, 반곡지
대구 하면 사과였다. 그 배후진지가 경산이다. 하지만 기후가 변하며 사과 산지가 북상했다. 경산시 남산면 일대는 대신 복숭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4월에는 남산면과 인근 자인면 일대 곳곳이 복사꽃이다.
남산면에 들어서는 순간 그 사실을 실감한다. 어디를 가든 시야에 복사꽃 풍경이다. 덕분에 반곡지까지 가는 길 역시 지루하지 않다. 반곡지 풍경 또한 사계절 가운데 봄날이 가장 풍요롭다. 왕버들이 있는 북동쪽은 흙으로 다진 둑이다. 걷거나 물가에 앉아 왕버들 음영을 감상하다가 먼 데로 시선을 던지면 복사꽃이 반긴다. 저수지 건너편은 데크 산책로를 조성했다. 왼쪽에는 반곡지가, 오른쪽은 길 바로 옆에 복사꽃이 넘실댄다. 주차장 옆에는 2층 정자가 있다. 위에서 반곡지를 조망하며 사진을 찍어봄 직하다. 왕버들의 신록과 복사꽃의 분홍빛이 대비를 이룬다. 이른 아침이나 비오는 날 풍경도 아름다운데, 복사꽃 뒤편 산자락에 안개가 피어 신비롭다.
비 오는 날의 반곡지 풍경 [왼쪽/오른쪽]반곡지를 배경 삼은 복사꽃 / 산안개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반곡지와 반곡리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복사꽃 놀이를
보통 대구시나 경산역에서 반곡지에 이르는 길은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을 지나 반지길 북쪽이다. 대부분 왔던 길로 돌아 나가는데 남쪽으로 한 걸음 더 디뎌볼 일이다. 조곡리 방면으로 난 성산로는 남산면 복사꽃 놀이의 숨은 명소다. 2차선의 지방도 좌우로는 연신 복사꽃 밭이다. 가벼운 경사가 오르내려 길 위의 꽃 풍경이 한층 극적이다. 조금은 느린 속도로 꽃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반곡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당일 여행이 가능하다. KTX 동대구역에서 경산역까지는 30~40분에 한 대씩 기차가 오가는데 약 10~15분 걸린다. 경산역에서 반곡지까지는 시내버스로 곧장 갈 수 있지만 배차 시간을 고려하면 자인면까지 이동 후 택시(약 8000원)를 이용한다. 반곡리에서 조곡리에 이르는 성산로 복사꽃 길 역시 약 1.5km 거리라 걸어서 산책할 수 있다.(인도가 따로 없어 이동에 주의해야 한다) 조곡리에서 자인버스정류장까지 택시를 부르면 요금은 8000~9000원이다. 다만 반곡지는 그 흔한 카페나 편의점 하나 없는, 아직은 숨은 명소다. 물이나 간식 등 가벼운 먹을거리는 미리 챙기는 게 좋다.
성산로 길가의 복사꽃 밭 차량 통행이 적어 드라이브 길로 좋은 성산로
복사꽃 아래 경산의 위인을 만나다
자가용으로 이동할 때는 반곡지에서 약 4km 거리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 알맞은 연계 여행지다. 더구나 경산 시내로 나가는 길목이다. 공원은 경산시가 배출한 삼성현(원효·설총·일연)을 기린다. 중심에 문화관이 있는데 원효실·설총실·일연실 등 상설전시실을 기본으로 운영한다. 원효의 해골물 일화, 원효의 아들인 설총의 이두 집대성, 일연의 <삼국유사> 탄생 과정 등은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할 기회를 줄 수 있어 같이 둘러볼 만하다. 봄날에는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공원답게 중앙광장, 미로원, 야외공연장 등 쉼터가 넉넉하다. 전망대는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전경과 복사꽃 핀 인근의 전경이 볼거리다. 반곡지에서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반대편 1.7km 거리에는 상대온천이 있다. 알칼리성 온천으로 시설은 낡은 편이지만 가볍게 피로를 풀 만하다.
[왼쪽/오른쪽]삼성현역사문화공원 전경 /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원효실 전시
남산면과 이웃한 자인면에는 경상북도기념물 제123호인 자인계정숲이 있다. 천연 숲은 대체로 산지에 위치하지만 자인계정숲은 드물게 구릉지다. 이팝나무·느티나무 등이 소담한 숲을 이룬다. 4월 초까지는 자생식물 쇠뿔현호색이 자인계정숲만의 볼거리다. 지금 찾아도 좋지만 제대로 느끼고 싶을 때는 음력 5월 5일(올해 6월 18일)에 반곡지와 연계한 여행을 추천한다. 경산자인단오제가 열려 한장군대제, 여원무 등을 볼 수 있는데 자인계정숲과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 주 무대다. 그에 앞서 양력 5월에는 경산시 동부동과 자인면을 잇는 원효로 가로에 이팝나무가 만개해 복사꽃을 놓친 이들의 아쉬움을 달랜다.
[왼쪽/오른쪽]경상북도기념물 제123호 자인계정숲 산책로 / 자인계정숲에 위치한 자인현청의 본관
여행정보
반곡지
- 주소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반지길 반곡지
- 문의 : 053-810-5363(경산시청 문화관광과)
- 주소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상대로 883-30
- 문의 : 053-804-7319
경산자인의계정숲
- 주소 : 경상북도 경산시 자인면 계정길 68
- 문의 : 053-810-5363(경산시청 문화관광과)
주변 음식점
- 남산식육식당 : 뭉티기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산양1길 6 / 053-852-5124
- 북삼식당 : 두루치기 / 경상북도 경산시 자인면 자인로 206-4 / 053-853-9630
- 복어잡는사람들 : 복어불고기 / 경상북도 경산시 대학로 77 / 053-815-9951~2
숙소
- 아름다운삶의공간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사월1길 5-5 / 053-857-5366
- 상대온천관광호텔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상대로116길 18 / 053-815-8001
- 경산용암온천 : 경상북도 경산시 압량면 금구길 23 / 053-817-5500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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