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효림)님의 교우 단상: 빗나간 예언! ◈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실시간으로 그곳 친구들에게 듣는 상황은 매스컴에서 전달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점점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추세이고, 장기전으로 이어진 전쟁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애국심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형편이다.
나의 첫 외국 생활지였던 우크라이나! 아빠의 손에 이끌려 가게 된 우크라이나의 첫인상은 내가 살아보지도 않은 우리나라 70년대를 연상시켰다. 게다가 기숙사를 둘러보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아빠의 말에 의하면 70년대 서울 달동네가 이보다 나을 것 같다고 하심)
바퀴벌레가 자유 행보를 하고, 콘크리트가 그냥 노출된 기숙사는 엄마를 따라간 생일도 섬학교의 관사만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우크라이나가 오히려 그립다.
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든 옳지 않다. 사람이 사람을 힘으로 억누르고, 생명을 빼앗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떤 잘못을 지었든 그렇다. 하물며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을 전쟁으로 살상하고 파괴하는 건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악행이다.
아빠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을 앞두고 곧 종전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가 있다. 물론 그 예언은 뻥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아빠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던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하자.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 시작되고, 아직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를 제물로부터 구해내야 한다.
아빠 엄마와 걷던 키이우와 르비우 거리, 그리고 옷깃을 여미고 들어간 교회들, 내가 다니던 학교와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쟁으로 인해 조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애국심을 운운하는 건 배부른 돼지의 트림일 뿐이다.
무너진 집터에서 통조림으로 하루를 연명하고, 포탄이 떨어진 웅덩이에서 피어난 들꽃을 보는 건 더 이상 낭만이 될 수 없지 않은가!
난 아빠가 다시 한번 예언을 해주기 바란다. ‘한 달 이내에 전쟁이 끝날 것이다!’라고 말이다.
아빠의 예언이 설령 빗나간다 할지라도, 그 예언은 염원이 되고 기도가 되어, 온 세상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고, 반드시 이루어지는 게 기도라는 걸 난 잘 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화약 연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게 되면, 난 르비우 시청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그 아름답던 추억의 순간들을 소리쳐 불러올 것이며, 우크라이나 맥주 한 잔을 들어 다시는 이 땅에 전쟁으로 슬픈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건배하고 싶다.
아빠, 얼른 예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