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나름의 경험으로 자기만의 발효액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동안 오미자 농사를 지으면서 경험한 오미자 담그는 방법 / 숙성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은 놔두고 몇 가지만 적어 보겠습니다.
오미자 담글 때 주의할 점
1. 씻지 말고 바로 담가야 한다.
오미자 잎이 말라붙어서 거뭇거뭇 보이거나, 지저분해 보여도 그대로 담가야 한다. 넝쿨에 달려 있을 때는 비가 많이 오거나, 물로 씻는다 해도 썩게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뿌리에서부터 아직 각종 영양분이 순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넝쿨에서 떨어지고 나면, 그때부터 썩기 시작한다. 썩게 하기 위해선 곰팡이나, 발효 효모, 초파리 등이 활동하게 되는데, 구매한 오미자는 넝쿨에 달려서 밭째로 오는 게 아니라서, 씻게 되면 썩게 만드는 미생물들이 씻겨져 나가서, 발효과정에서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농사를 짓는다고 지저분해 보이는 오미자에 대한 항변이 아니다. 실제로 발효가 더디고, 색이 탁하고 맛과 향이 별로다.
특히, 오미자는 발효에 필요한 당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해서, 따지 않고 그냥 두면 썩는 게 아니라, 그냥 말라 버린다. 그래서 오미자만큼은 발효 효모의 영양원이 되는 설탕을 조금 넉넉히 넣어도 좋다. 1:0.8~1.1.2 정도에서 기호에 따라서 설탕량을 조절하면 되는데, 처음이라 설탕량을 맞추지 못하면 10kg 기준으로 설탕은 500g 정도 더 넣어 주면 적당하다.
우리가 먹을 것은 수확하고 남은 알이 몇 개씩 안 달린 것들을 따거나, 따는 과정에서 땅에 떨어진 것들을 주워서 담그다 보니 흙이 묻어 있기도 한데, 어쩔 수 없이 씻어서 담그게 된다. 민감하게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바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맛과 향, 빛깔에서 차이가 난다.
2. 넓은 용기에 오미자랑 설탕이라 버무려서 담그는 건 피했으면 한다.
오미자가 터져서 급속하게 발효가 된다. 목적에 따라서는 설탕 비율을 1:1.2~1.5 정도로 해서 한두 달 사이에 급속히 발효시켜 걸러내고, 냉장보관을 하기 위해선 이렇게 버무려서 담거나, 뒤집기를 2~3일 간격으로 자주 해서 발효시킨다고도 한다.
하지만 발효는 천천히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오미자, 설탕을 켜켜이 넣고 마지막에 나머지 설탕을 넣어서 오미자가 눌리게 해주면, 1~2주 정도면 대부분 다 녹는다.
오미자 숙성시킬 때 주의할 점
1. 밀봉하거나 뚜껑을 꽉 닫아서는 안 된다.
발효되면서 알코올, 유기산, 탄산가스 등의 분해 산물이 생기는데, 충분히 빠져나가야 한다. 술맛이 나거나, 초맛이 나거나, 또는 매끄럽지 않은 맛이 남아 있는 건, 가스가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해서 그렇다.
항아리에 담갔다면, 창호지를 덮고 뚜껑을 덮어주는 선이면 적당하고, 간편 용기에 담갔다 해도, 뚜껑을 꽉 닫지만 않으면 항아리에 담근 거랑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다.
2. 뒤집는 시기와 뒤집기 횟수
오미자, 설탕을 켜켜이 담고 나머지 설탕을 위에 부어놨다면, 1~2주 정도면 설탕이 대부분 녹고 위에 조금 남거나, 바닥에 조금 가라앉은 상태가 된다. 이때쯤 오미자가 살짝 위로 떠오르는데 이때부터 발효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처음 뒤집기를 해 주면 된다.
처음 뒤집기를 할 때는 바닥에까지 손을 넣어서 설탕을 한번 저어 주고, 두 번째부터는 2~3주 간격으로 위아래의 순서를 바꿔 주는 선에서 2~3번 정도 더 뒤집기를 해주면 된다. 그대로 6개월을 둬도 되지만, 물에 잠기지 않은 것들이 다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해서, 위아래를 바꿔 주면 된다.
오미자 건더기를 걸러내는 시기(1차 숙성)는 6개월 정도가 적당한데, 그대로 1년을 뒀다가 1년쯤 지나서 건더기 걸러내고 먹기 시작해도 된다. 개인적으론 약리작용은 모르지만, 맛에선 그대로 1년을 뒀을 때가 더 좋았다.
설탕을 녹인다고, 자주 뒤집기를 할 필요는 없다. 뒤집기를 자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 녹고, 6개월 뒤에 걸러내려고 하면 바닥에 약간 설탕이 굳어 있기도 하는데, 아깝다고 같이 넣지 말고 버려야 한다.
3. 술맛, 초맛이 나는 이유 (발효액을 만든다고 했을 경우)
술맛이 난다 - 뒤집기를 자주 하면서 오미자가 으깨져서 급속히 발효되었다.
초맛이 난다 - 충분히 익은 오미자(택배로 받았을 때 오미자 물이 제법 많이 나와 있었을 때)로 담그면서, 며칠 묵혔다가 담거나, 설탕을 적게 넣고 뒤집기를 자주 했을 때도 초맛이 난다.
그리고 뚜껑을 꽉 닫아서 발효과정에서 가스가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해도 그렇다.
발효는 천천히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4. 냉장 보관
이 부분은 오미자 발효액을 만드는 목적,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서 숙성시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 먹기 위해서 따로 덜어 놓은 것이라면 몰라도, 전체를 냉장 보관하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미자 발효액 먹는 방법
바로 물에 타서 먹는 것보단, 일정량을 물에 섞어서 하루나 이틀 정도 뒀다가 먹는 게 좋다. 농도가 너무 옅으면 하루만 지나도 상하니까. 적당한 선에서 조절하면 된다. 이때는 냉장 보관하면서 시원하게 먹어도 좋다.
찬 것을 싫어한다면 미지근한 정도(녹차를 마실 때의 온도)면 좋다고 한다.
40년간 오미자 농사를 지으면서 경험한 것에 대한 소견입니다.
과학적으로 검증한 방법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소개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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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