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와 한수는
내가 수종이와 용이 동네에 살다가
그아랫동네 기와집에 꽃밭있는 큰집으로 이사간 동네의 애들이다
혜자는 바로 윗집에 살았는데
그집 큰방 창가에서 보면 우리집 기역자마당이 내려다 보였다
혜자는 나보다 한살많은데
그집 장녀고 밑에 여동생 둘이와 남동생이 막내였다
그아부지 엄마가 거제도사람인데 맨손으로 부산에 살러와서
아부지가 남항에서 기름배타며 드럽게 고생할때 낳은 맞딸이다
너무 가난하니까 엄마가 옳게 못먹여서 난 딸이라꼬
그아부지가 아주 가슴아파했단다
임신중에 밖에서 뭐먹을게 있음
안먹고 종이에 싸와서 그엄마를 먹이곤 했단다
혜자는 어리숙한 성격이고 나랑 정서가 비슷해서
남녀가 다르지만 디게 친했다
혜자아부지는 그후 배는 접고 아랫시장에서 슈퍼마켓을 크게 했는데
혜자가 고딩졸업후 대학은 안가고 카운터를 봤댄다
트럭타고 몰건배달하는 늠이 보쌈해가서 덜컥 애를 배서 나타났는데
그늠이 홀어머니랑 해운대 단칸방에 사는 가난한 처지라
그아부지가 홧병으로 드러누웠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그늠을 찾아내어 죽여버리고 싶었다
마치 친동생이나 되는것처럼
한수는 우리집 아래 이층집에 살았는데
통통하고 두상이 컸다
저거집에 가보면 늘 동아전과를 보고 표준수련장 문제를 풀고있었다
같은반도 했는데 늘 반에서 일이등했다
나는 그냥 십등안에만 들었다
저거 누나는 정말 공부잘했는데 6학년 여름방학때 뇌염을 앓은 후유증으로
갑자기 저능아가 되어 부산에서 가장 후진여중중 하나인 영도 남도여중을 다녔다
동네사람들이 아주 아까워하셨던 기억이 난다
한수는 지금 생각해보니 국민학생이 마치 중학생처럼
노련하고 형처럼 듬직했다 그리고 착했다
동창모임가서 물어보니 몆몇애들이 알긴 아는데 소식은 전무하다
혜자도 한수도 한번 만나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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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넷의 바다가 아무리 좁다한들
뭔 연락이야 오겠어요
가끔 기억에서 멀어져간
유년시절의 끈을 이어보는거지요
그시절에 동아전과를 소지 했다면
부자집인데요 ~~^^
우리는 동아전과 표준수련장 왕자파스 황금박쥐만화슈즈는 신고 있었어요 ㅋㅋ
왜 나는 어렸을때의 일들이 잘 안 떠오를까요?
희미하게 잘려나간 토막들만 떠 오르니
어렸을때 안 좋은 기억이 많았었나?
기억력 좋은 사람 무지 부럽던데 요즘은
잊어 버릴건 기억 안 하는 내가 더 좋더라구요..ㅎ
머리 싸맬 일이 없으니..ㅋ
다 잊었어요
근데 가끔 아쭈 가끔 무려 50여년전이
마치 어제일처럼 불쑥 떠오를때가 있어요
아름다웠던 시절
끔찍했던 시절이
교차합니다 ^^
어린 시절의 두 친구, 혜자씨와 한수씨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수씨의 누나 이야기는
정말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