融은 鬲(격:막을, 력:솥)과 虫((충:벌레)로 짜여진 글자다.
鬲은 솥으로서 물건을 삶을 때도 쓰고 삶은 물건을 저장할 때도 쓴다.
그러한 옆에 虫이 있는 것이니 곧 삶아서 저장해둔 음식이 부패(腐敗)하여 뒤섞였기 때문에 벌레가 꾀어서 밖으로 기어나오는 형상이라 할 것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炊氣上昇(취기상승)'이라 하여 음식을 삶을 때 김이 나와서 올라가는 모습이라 하였으나 虫이 붙어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음식이 부패하여 한데 뒤섞인 모습에서 融合(융합) 融解(융해) 融化(융화)처럼 '녹다' '섞이다'가 되고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의미가 확장되면 和(화:화할)와 같은 뜻으로서 融和(융화)와 같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다'가 된다.
또 한데 섞여서 경계가 없으므로 막힘이 없다는 이미지에서 融通(융통) 金融(금융) 融資(융자)의 경우처럼 유통(流通)의 의미도 생겼다.
지식으로 의미가 확장되면 녹여서 한데 모으는 이미지에서 融會(융회), 融會貫通(융회관통)의 경우처럼 '각 방면의 지식을 한데 녹여 어떤 일을 철저하게 이해하다'가 된다.
'주자어류(朱子語類)'에 '擧一而三反, 聞一而知十, 乃學者用功之深, 窮理之熟, 然後能融會貫通, 以至于此(거일이삼반, 문일이지십, 내학자용공지심, 궁리지숙, 연후능융회관통, 이지우차 : 하나를 들면 셋을 헤아리고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 함은 공부하는 자로서 깊이 노력하여 이치를 탐구함이 무르익은 이후에야 능히 모든 것을 한데 녹여 철저하게 이해하게 되니 (그 때) 그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김영찬 동의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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