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알아야 할 소중한 우리 고전 3
한중록
독자 대상 초등 중학년 이상|주제 고전, 역사, 인물
책 크기 180×260mm|값 8,500원
출간일 2007.09.20.|140쪽|4도 인쇄|무선
* 어린이 작가정신은 도서출판 작가정신의 어린이 도서 브랜드입니다.
● 책 소개
조선 왕조 최대의 비극을 직접 겪은 혜경궁 홍씨가 써 내려간 삶의 기록
『꼭 알아야 할 소중한 우리 고전』시리즈의 세 번째 책은 사도세자의 빈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입니다. 조선 시대 3대 궁중문학으로 손꼽히며, 인현왕후전과 함께 궁중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기록한 회고록이기도 하지만, 당대의 정치상황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어 정치색이 짙은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은 작품입니다. 이 책은 한중록 원문의 맛을 잘 살리면서도 읽기 쉽게 풀어써서 어린이들이 고전을 가깝게 느끼고, 그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10세의 어린 나이에 사도세자와 혼인하면서 입궐한 혜경궁 홍씨는 시아버지인 영조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세자빈으로서 대궐 안의 삶을 시작합니다. 훗날 정조임금이 되는 세손을 낳아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갈 것만 같았던 혜경궁 홍씨의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남편인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와의 오랜 갈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지요. 사도세자는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의대병을 앓았으며, 몰래 궐 밖을 나가 문제를 일으키고, 심지어는 궐 안의 수많은 내관과 나인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등 왕세자로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게다가 당시 정권을 두고 벌어진 치열한 당쟁에 휘말려 결국 사도세자는 폐위되고, 영조의 명으로 뒤주 속에 갇혀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루아침에 남편과 세자빈의 지위를 잃은 혜경궁 홍씨의 파란만장한 삶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아들인 정조에 이어 손자인 순조가 왕위에 오른 노년에 이르러서야 붓을 들어 자신의 삶을 기록합니다.
순 한글의 유려한 문장으로 한국 산문문학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당대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고, 우리의 고전 작품이 주는 감동과 교훈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차례
1. 명문가에서 태어나 세자빈이 되다
2. 병에 걸린 사도세자
3. 참혹하게 생을 마친 사도세자
● 본문 속으로
영조대왕께서는 백성을 사랑하시고 덕과 지혜가 역대 제왕 중에도 뛰어나신 분이었다. 그러나 어릴 때 왕실의 옥사를 보신 기억과 영조 4년에 일어났던 이인좌의 난 등을 경험 한 일 때문에 병환이 되실 만큼 염려가 많으셨다. 심지어 말씀을 하실 때도 죽을 사(死)자나 돌아갈 귀(歸)자가 들어 있는 말은 쓰지 않으셨고, 조정의 회의 때나 밖에 나오실 때 입은 옷은 반드시 갈아입고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또 불길한 말을 하거나 들은 뒤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귀를 씻으신 다음 사람을 불러서 한 마디라도 말을 한 후에야 집안에 들어가셨다. 좋은 일을 하실 때와 그렇지 못한 일을 하실 때 출입하시는 문도 달랐다.
그런가 하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집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지 못하게 하시고, 사랑을 주시는 사람이 다니는 길에 사랑을 주시지 않는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하실 만큼 한쪽만을 지나치게 편애하셨다. 경모궁께 나라 일을 대신 처리하게 하실 때도 사형수를 심문하는 일이나 중죄인을 벌하는 일 등 이른바 상서롭지 못한 일만 시키셨다.
영조께서는 사랑하는 화평 옹주, 화완 옹주를 만나실 때는 옷을 갈아입고 만나셨지만, 세자를 만나실 때는 그러지 않으셨다. 밖에서 나랏일을 보시고 들어오실 때는 동궁을 불러서 물으셨다.
“밥 먹었느냐?”
동궁이 대답하시면, 그 대답을 들으신 후에 그 자리에서 귀를 씻으시는 것이었다. 그 귀 씻은 물을 대궐 담 너머 화협옹주 집 쪽으로 뿌리셨다. 귀중한 아드님의 말씀을 들으신 후에 귀를 씻으시니, 경모궁과 화협 옹주께서는 서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남매는 아버지의 귀를 씻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다.”
선희궁께서도 임금의 자애가 고르지 않으심을 슬퍼하셨으나 어찌할 수 없으셨다.
-53~54쪽 중에서
거기 있는 것이 부질없게 생각되어 세손 계신 데로 와서 서로 붙잡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오후 4시쯤 내관이 들어와서 소주방(대궐 음식을 만드는 곳)에 있는 쌀 담는 뒤주를 내오라고 하였다. 이것이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여 내주지 못하였는데, 세손이 망극한 일이 있는 줄 알고 휘녕전 문안으로 달려 들어가서 대왕께 아뢰었다.
“아비를 살려주소서.”
“나가라!”
대왕께 엄한 호령을 받고 할 수 없이 세손이 밖으로 나왔다. 세손을 내보내고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해와 달이 어두워졌으니, 내 어찌 한 시인들 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리오. 칼을 들어 목숨을 끊으려 하였으나 옆 사람이 빼앗아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숭문당에서 휘녕전 나가는 건복문 밑으로 가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다만 영조께서 칼 두드리는 소리와 동궁의 외침 소리만이 들렸다.
“아버님! 아버님, 잘못하였습니다. 이제는 하라시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씀도 다 들을 것이니 이러지 마소서.”
이 소리를 들으며 내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지고 앞이 막히니, 가슴을 아무리 두드린들 어찌하리오. 당신의 용기와 기운으로 뒤주에 들어가지 마실 일이지 어찌하여 들어가셨는가. 처음에는 뛰어나오려고 하시다가 이기지 못하여 그 지경에 이르시니 하늘이 어찌 이토록 하였는가, 만고에 없는 설움이며 내가 문 밑에서 통곡해도 소용이 없었다.
-118~119쪽 중에서
● 저자 소개
글| 한상남
195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9년에 『한국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인이 되었고, 1995년 MBC 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하며 동화작가가 되었다. 저서로는 시집 『눈물의 혼』, 『지상은 아름답다』 외에 『독립운동의 튼 별 김구』 『효 이야기』 『단추와 단춧구멍』, 『나는 뚝배기예요』『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저것이 무엇인고-그림이 된 예술가 나혜석 이야기』 등 어린이를 위한 책이 여러 권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등이 있다.
그림| 박기범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회화와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10여 년간 디자인과 광고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다가 현재 어린이 책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울일러스트레이터협회장상, 엘지애드광고대상 등을 수상하였고, 작품으로는 『한중록』 『마지막 도요새』 『무용가 최승희』 『신사임당』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