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형님을 모시고 인근에 있는 현대옥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데 옆 자리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아주머니가 뜻밖에 자기 식대를 미리
내면서 우리형제 몫까지 지불을 하니 깜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초면이요 사전에 인사를 나눈 바도 없다.
그런데
서빙하는 분한테 현금을 내면서 옆자리 두 분까지 계산을 하라고 돈을 내밀었다.
나는
어리둥절하여 사양하고 만류했으나
자기는
가끔 노인들에게 이렇게 대접하는 것이 상례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형님!
이런
분을 우리가 본받아야 합니다.
이분이야
말로 실지불공을 하고 정초부터 복을 짓는 분 아닙니까?”
하면서
그 분께 그저 감사하다는 말로 답례를 하고,
전화번호라도
알고자 했으나 그럴 필요 없다면서 먼저 식당밖으로 휑 나가셨다.
70여
년 살아오면서 오늘 같은 호의는 난생 처음이다.
그
분은 나에게 큰 깨우침을 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날 평생 살아오면서 생면부지(生面不知)한
사람에게 언제 밥 한 그릇 대접해 본 일이 있었던가.
앞으로라도
그분을 따라서 배우고 보시하라는 시범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형님도
90평생에
처음 겪는 호의라며 감격해 하셨다.
점심을
무상으로 공양 받고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홈플러스 CGV영화관으로
갔다,
마침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라는 영화 상영시간이라 입장하여 영화를
감상했다.
류승룡 진선규
이동휘 등이 출연하여 마약범을 검거하는 강력계 형사들이 수사하는 액션 코미디영화였다.
낮에는
치킨 집을 운영하며 잠복근무를 하면서 마약범을 소탕하는데 마치 조폭들과 격투를 벌이는 것 같은 코믹한 옛날 수사반장 비슷한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개봉 15일
만에 1천만의
관람객을 돌파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청소년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별로 감동을 주는 영화가 아니었다.
끝날
무렵 형님이 미리 나가자고 해서 영화관을 나와 형님을 모셔다 드렸다.
형님과
박물관 관람도 하고 공짜 점심도 먹고 영화도 보니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낸 성싶다.
앞으로
몇 해나 더 형님과 설 명절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9.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