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전승의 문화
인류는 예로부터 민족 고유의 전통을 이어오며 문화를 형성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시대 조류에 옛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늘 접했던 생활 도구가 민속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시대 조류를 쫓아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하지만, 고유의 아름다운 진통은 전승하여야 한다.
수백 년 동안 우리 삶의 지침과 표지는 ‘삼강오륜’의 유교 사상이며 문화였다. 그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안타깝게도 사라지고 있다. 부부관계, 부모와 자식 관계에 종속되어 철저히 계율을 지켜왔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가? 여차하면 부부가 갈라서며 자식이 부모를 버리거나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음이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의 현상이다.
어디 그뿐이랴. 제사나 장묘(葬墓)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 세대는 사대 봉제사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의 제사까지 버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명절의 차례까지 없애고 있다. 제사 문화를 통해 조상에게 숭상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 친지가 모여 화합과 친교를 나누는 미풍양속이었다. 그와 더불어 장묘 문화도 바뀌고 있다. 화장하여 물에 뿌리기도 하고 봉분 없이 유골을 묻고 비석을 세우고 있다. 또 흩어진 조상의 묘를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
세계 굴지의 부를 누리거나 두뇌의 활약상을 보이는 민족이 이스라엘이다. 우리 민족이 그들보다 두뇌가 더 우수한데도 그들에게 밀리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민족의 자존심에 있다. 그들은 거대한 중동 아랍 연합국과 전쟁에도 굴하지 않고 이기고 있다. 전쟁이 나면 해외의 동포들이 돈이나 물자를 아낌없이 공급하며, 고국으로 돌아와 총칼을 매고 전쟁에 가담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시대 조류에 따라 종교문화도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서 변화와 쇄신을 공표하며 교회법을 완화했다. 교회 안에 세상이 아니라 세상 안에 교회가 존속해야 한다고 했다. 중세의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사백 년 동안 옭아맨 사슬을 풀어 해방과 자유를 선언했다.
중세기에는 면죄부를 비롯하여 금력으로 교회가 부패했음을 인정했다. 지금이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다. ‘돈 없으면 신앙생활도 못 한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신자들이 성직자 은퇴에 돈을 모아 준다거나 축일에 물적 예물을 바치는 행위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으니 과연 옳은 것인가 싶다.
부정부패는 과감히 척결해야 발전한다. 좋지 않은 관습이나 관례는 타파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인식하여 변해야 한다. 법에 너무 얽매이면 오히려 삶이 부담스럽고 불행해진다. 오늘날 교회도 변화의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시노달리타스’로 시대에 맞게 교회가 함께 걸어가는 여정의 기회를 집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