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바다
말레이시아 사바.
사바아미고오피스몰 7층.
총 매니저 가야는 초조하게 맞은편 벽의 월드타임을 쳐다보다 메모지를 꺼냈다.
그 시간 쿠알라룸푸르 행 타국적비행기 안에서 도치씨는 매니저 가야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필리핀에서 빠듯하게 계획했던 가야와의 미팅일정을 후회했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약속보다 2시간 늦게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서 코타키나발루 행 국내선비행기로 갈아타면서 또 한 시간을 허비했다.
하루 종일 시간이 꼬인 도치씨는 3시간 늦게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택시의 순서를 기다리느라 또 30분을 날려버렸다.
다급해진 도치씨는 스마트 폰의 액정이 닳도록 터치했지만 모두 불발이었다. 시간에 쫓기고 로밍에 실패한 도치씨의 짜증은 목구멍에서 성질로 변질됐다.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봉숭아처럼 포화상태의 화를 참느라 혼자서 주절댔다.
“아. 씨발. 오늘은 왜 이리 꽈배기야? 뭐가 되는 게 없어?”
공항택시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 두 사람이 도치씨를 쳐다봤다.
두 사람 중, 키도 작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에게 억지로 웃으며 한국말로 말했다.
“개새끼! 뭘 쳐다보냐? 성질나 죽겠는데.”
도치씨의 욕을 얻어먹으면서 그 사람도 반쯤 웃었다.
“내게 왜 성질내고 지랄이세요?”
그 사람의 유창한 한국말에 도치씨는 기겁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된 도치씨는 택시탑승 차례가 다 됐지만 그 자리에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간단하게 변명하고 공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사람이 택시를 타고 사라 진 후에야 다시 맨 끝 순서에서 택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또 16분을 소진했다.
간신히 사바아미고오피스몰 앞에 도착했을 때는 무려 4시간을 훌쩍 넘겨 버린 후였다.
경비원의 제지도 무시하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허지만 매니저 가야는 없었다.
대신 스태프멤버가 전해주는 가야의 메시지 한 장과 체크인노트를 받아 들었다.
메시지엔 다음과 같은 전문이 자필영어로 기술되어 있었다.
기다리다 부득이 메모 남깁니다.
긴급한 업무로 5일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5일 동안의 호텔체류비용 및 일체의 투어경비는 저희 쇼핑몰에서 전액 부담하며, 편의를 위해 차량 및 현지 가이드도 알선 해두었습니다.
사바 주의 코타키나발루에서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실 수도 있습니다만, 이웃한 셈프로나의 골프 혹은 낚시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셈프로나에서는 불루마린 낚시가 인기이며 조황도 좋은 편입니다.
뵙게 될 때까지 즐거운 골프나 낚시되시기 바랍니다.
사바아미고매니저 가야.
도치씨는 가야의 A4메모를 들고 창가로 갔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 왔다.
하얀 요트가 코발트빛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하고 있었다.
비로소 인천에서 직항노선을 이용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가야와의 미팅 전 필리핀에서 신규거래를 확보하긴 했지만 작은 욕심이 큰일을 망쳤다는 후회는 뼈저렸다.
자신의 실수에도 오히려 호의를 베풀어 준 매니저 가야가 무한 감사했다.
가야와 만날 5일 동안의 초과체류비용은 자비로 충당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스태프멤버에게 다가갔다. 스태프멤버에게 체크인노트를 내밀었다.
“매니저 가야의 호의는 고맙습니다만 모든 것은 제가 저지른 실수여서 지금부터의 모든 비용은 제가 자비로 처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돌아서는 도치씨를 스태프멤버가 불러 세웠다.
“이미 모든 결재는 완료 되었습니다. 이 예약은 규정상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도저히 양심상...’
도치씨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스태프멤버가 선을 그었다.
“우리 매니저의 성질 잘 아시잖아요?”
도치씨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현지직원 못지않게 매니저 가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까다롭지 않고, 얼굴도 아름답고, 목소리도 고성능 사운드, 스타일도 죽여주지만 업무에서 만은 확실했다.
업무추진력이 한번 발화되면 소화시킬 재간이 없는 여자였다. 한마디로 끝을 보고 마는 여자였다.
도치씨에겐 가야의 그런 모든 면모들이 전부 섹시하게 느껴졌다. 플레어스커트만 입으면 흡사 마릴린먼로의 복사판이었다. 가슴만은 BB와 대등하다는 것이 마릴린먼로보다 다른 점이었다.
완벽하게 고저장단 다미다색한 가야의 성격을 거론하는 스태프멤버를 멀거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스태프멤버가 체크인노트를 데스크에서 들어올렸다.
“제가 호텔까지 모시겠습니다.”
도치씨는 스태프맴버를 설득하고 해가 지고 있는 해변을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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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치씨 외국까지 가셨군요.
뭐하러 갔는지 궁금 하군요~~
고맙습니다 편한 오후 되십시오
도치의 외국 방문이 너무나 빠듯한 생활 속에서
짜증을 내는 신세가 되였군요
잘보았슴니다.
고운 밤되시고 편한꿈꾸세요
소설 이상한바다 편 잘읽었슴니다.
감사합니다.
고운 밤되시고 편한꿈꾸세요
도치가 하루종일 짜증나는 외국생활에서도 미인앞에서는
피로가 한방에 가시는걸보니
도치도역시 섹골이 아닌가 싶으네요 ㅎㅎ 고운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