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자기 민족의 말과 글을 만들었다고 해서 경축하는 나라는 오직 우리나라뿐이다.훈민정음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의 문화유산이다.훈민정음이야말로 우리 전국민이 읽어야 할 필독서다.
○세계 언어학사의 금자탑.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매컬리 교수는 매년 한글날이 돌아오면 그 날을 스스로의 개인적인 경축일로 삼는다고 한다.그 날은 벽에 걸어놓은 세종대왕 초상에 경배드리고 한국의 유학생들을 초청해 한국의 음식을 차려놓고 세계 언어학사상 찬연히 빛나는 훈민정음 창제의 업적을 기린다고 한다.
1960년 미국 하버드대 교과서로 간행된 라이샤워 교수의 ‘동아시아 그 위대한 전통’이라는 책에서 한글을 가리켜 “한글은 아마도 어떤 다른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것보다 가장 과학적인 문자체계일 것이다”라 말하고 있다.
1994년 6월 미국에서 간행된 디스커버지에서 언어학자 제어드는 “한글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이며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기체계”라 하고 한글을 세계 언어의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지금의 한글을 가지게 해준 15세기 훈민정음의 창제는 우리 민족문화사 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사의 위대한 업적이다.
○훈민정음이 없었더라면
외국의 공항에 도착해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우리 상품을 알리는 한글 표지판이 눈에 띌 때의 감격이란 외국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쯤 느껴보았을 것이다.외국의 번화가에서 어쩌다 우리말 상소리를 들을 때의 실망감도 또한 컸을 것이다.
‘만일 훈민정음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어떤 언어를 쓰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국어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도 있다.그렇지만 자기 민족만의 고유어를 국어로 가진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공용어라는 개념으로 국어를 정하고 있다.세계에는 약 3천∼4천종의 언어가 있는데 그중 문자체계를 가지고 있는 언어는 1백여종에 불과하다.중국의 한자,영어의 알파벳,일본의 가나 등 여러 문자체계가 있지만 모두 그 뿌리를 보면 자연발생적이거나 남의 글자를 빌려 조금 변형 발전시킨 것들이다.우리의 문자는 세종대왕 이하 집현전 학사들의 창의적 노력에 의해 이룩된 것이다.
서로 같은 말과 글을 쓴다는 것은 곧 같은 문화를 지니고 같은 피를 나눈 민족임을 서로 인정하는 인류적 잣대다.우리가 숱한 역사적 시련속에서도 이 한반도에서 꿋꿋하게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우리의 말과 글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주변의 지주세력들에 의해 지배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국에서 더욱 평가받아
세계의 석학들이 다투어 훈민정음을 읽고 그 우수성과 위대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데 비해 막상 우리 스스로는 우리의 훈민정음을 어떻게 지키고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자.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서 국어가 언어영역으로 통합된 후,훈민정음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그 중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다.이러한 점에 대해 우리 스스로 깊이 반성해야 한다.
세계 문자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최고의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홀대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다.세계 문화사에 찬란히 빛나고 있는 우리의 민족유산을 세계 속에 그대로 방치한다면 세계화 국제화의 구호는 말뿐인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훈민정음의 세계화는 모든 국가적 민족적 역량을 모아 추진되어야 한다.외국인을 만나면 누구나 그 외국인들에게 정성을 담아 잘 소개되고 예쁘게 만들어진 훈민정음을 선물하자.
우리의 문화를 세계화시키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특정한 사람들이 따로 하는 일도 아니다.15세기 우리의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의 옛글을 보는 즐거움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문화적 뽐냄이요,자긍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