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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나은행 종합직입니다. 지점에서도 몇년 일했고 지금은 본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구 FM직렬)에 대해서 말이 많길래 제 생각을 좀 써봅니다.
전 회사에서 인사 쪽 업무를 맡고 있지 않으므로 이 글의 어떤 내용도 회사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제 사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일단 행원이다, 텔러다 하는 논란은 '텔러'란 걸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린 거 같은데.
창구에 앉아서 손님 상대하는 직원을 포괄적으로 텔러라고 한다면, 저도 한때 텔러였습니다. 지금은 본사에 있지만 지점에서 몇년간 기업대, 가계대, 기업외환, 가계외환, 수신 등 안 한 업무가 없거든요. 즉 정의를 포괄적으로 내리면, 종합직도 지점에 있으면 텔러입니다. 그리고 타행 사례입니다만, 예컨대 워리은행의 경우 하나은행과 달리 책임자인 과장도 창구에 앉아서 업무 봅니다. 물론 입출금 처리하는 높은 창구가 아닌 낮은 창구에서 대출을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정의에 따르면 창구에 앉아서 일하는 워리은행 과장은 텔러라고 해야겠군요ㅋ 좀 이상하죠?
달리 '텔러'란 직군을 처우를 기준으로 나눈다면, 아마도 정규직 행원 대비 연봉이 낮은 계약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시다시피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의 경우 연봉은 종합직(staff)보다 낮지만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입니다. 그리고 타행에 존재하는 이론의 여지 없는 텔러(연봉 낮은 계약직)보다는 연봉이 높죠. 초봉 3천만원 이상이니까.
제가 볼 때는 흔히 말하는 '텔러'란 직군은 ①계약직이고 ②연봉이 일반 행원 대비 낮으며 ③직무가 단순입출금 위주의 단순업무에 한정된다는 세가지 요건을 두루 갖춘 경우로 한정해서 정의해야 할 듯 해요.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은 2번에만 '부분적으로' 해당될뿐 나머지는 해당되지 않으니까. 행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은행은 지점의 기업금융업무(기업여신, 기업외환, 당좌 등등. 초년도에는 개인여신부터 차례대로 배우기도 하죠)와 본사의 기획/자금/운용/인사 등 핵심업무는 종합직(staff)을 채용해 맡기고, 지점의 가계금융(개인여신, 수신, 개인외환) 업무는 가계금융직렬(구 FM직렬)을 채용해 맡기거든요. 개인여신, 개인외환, 그리고 수신에서도 펀드나 신탁 등까지 포괄하는 가계금융직렬의 업무범위는 타행 높은창구의 진짜 '텔러'가 하는 단순 입출금 및 제신고 업무와는 업무난이도와 중요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죠.
수적으로 종합직과 가계금융직렬을 비교하자면.. 종합직은 채용을 거르는 해도 있고, 제가 아는 한 가장 많이 뽑은 경우가 최근의 1백여명 정도(예외적으로 상/하반기 2번 뽑았죠. 하나은행 종합직은 보통 1년에 한번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이고 대개는 30~50명 정도입니다. 국신워 3대 대형은행이 1년에 대졸공채로 상하반기 합쳐 보통 2~5백명을 뽑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적죠?ㅋ 반면 가계금융직렬의 경우 1~2백명 정도 뽑는 것 같네요.. 하나은행이 타행보다 적다고 해도 지점이 6백개가 넘고, 그만큼 인원 수요가 종합직보다 많으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하기로는, 하나은행 종합직으로 오실 수 있는 분은 타행 대졸공채보다는 하나은행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려면, 그럴 자격이 있어야겠죠? ^^ 전 소위 말하는 SKY 중 한 곳 상경계 졸업했으며, 국신워 중 1곳 합격했지만 하나은행을 택했습니다. 지금껏 그 선택에 대해 100% 만족하고 있고요. 타행 대졸공채는 수백명씩 묶어뽑다보니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의욕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핵심 직무를 맡을 수 있다는 개연성 있는 기대를 갖기가 힘든 반면 하나은행 종합직은 워낙 적은 수를 뽑다보니 종합직 동기, 선후배 간 교류도 많고 본사에 자신을 알릴 기회도 많으며, 자연히 본사 발령의 기회도 많습니다. 생각해보니 여자동기들은 대부분 본사로 들어왔네요. 남자동기들도 꾸준히 오고 있고. 그리고 지점에 있더라도 소매점포가 아닌 대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에 대부분이 배치되고 직무도 가계금융직렬과 구분되므로 영업압박도 훨씬 덜해요. 물론 종합직 단점도 있죠. 일단 많이 받는 만큼 훨씬 빡셉니다. 영업에서 좀 봐주는 만큼 기업 및 가계여신, 기업수신, 기업외환(수출입), 당좌, 지점에 따라 심한 경우 가계외환이나 가계수신까지 다 시켜요ㅋ 대개 퇴근이 많이 늦죠. 밤 10~12시가 보통. 밤 9시 이전에 퇴근할 수 있는 경우 동기들의 부러움을 사곤 하죠--;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인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저는 가계금융직렬로 입행하시는 분들도 무척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펙도 타행 대졸공채 평균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알고 있고요. 그러니 가계금융직렬로 입행한 후에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하죠.. 하지만 고스펙자들과 같은 직렬로 채용돼서 평가와 승진에서 손해받는 것보다는,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로 입행해서 소매금융에 특화하는 게 실리면에서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극소수의 골드PB나 WM 정도를 제외한 지점 PB 팀장은 대부분 가계금융직렬 출신이 맡고 있거든요.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이 많이 뽑는다고 해봤자 국신워 3사 대졸공채보단 훨씬 적고요(규모의 차이를 감안해도 상대적으로 적게 채용합니다. 그래서 업무강도가 높다는 단점도 있지만 승진기회는 더 많을 수밖에 없죠. 경쟁자가 적으니까.) 그리고 책임자 승진 면에서는 가계금융직렬이 확실히 종합직보다 유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종합직끼리 만나서 술한잔 하다보면 불평이 나오기도 하거든요ㅋ 낚인 건 가계금융직렬 분들이 아니라 우리다 뭐 이런.. 실제로 연초 책임자 승진발령 때 종합직과 가계금융직렬 승진자 각각의 연차와 나이를 비교해보면.. 가계금융직렬이 더 빨라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행원 때 연봉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것과 달리 책임자 승진후에는 연봉의 격차가 현격히 줄어들며, 관리자 승진 후에는 연봉 격차가 모두 또는 거의 사라집니다.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이 나쁜 면도 물론 있습니다.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로 입행하신 분이 대학교 학과 동기가 같은 시기에 타행 대졸공채로 입행해 초봉 천만원 이상 더 받는 걸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들지 않기는 힘들겠죠. 본사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지점장 이상 승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그런데 지점장 이상-즉 본부장, 상무, 부행장, 행장-으로 승진하는 사람이 종합직 한 기수에 몇명이나 나오겠습니까?ㅋ).. 뭐 그런데 나쁜 점은 다른 분들이 워낙 많이 써주셔서 새삼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겠다 싶네요..
다만 초봉 1~2천만원이 직장 선택의 주요 요소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여러분보다 조금 먼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섰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리고는 싶네요. 세금이랑 이것저것 떼면 연봉 1~2천만원 차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연봉이 높을수록 과표가 높아지니까, 실수령액의 차이는 명목상 세전 연봉의 차이에 비해 훨씬 적거든요.
참고로 하나은행에서 진짜 텔러라고 할 수 있는 분들(계약직이고, 연봉이 낮으며, 입출금 등 단순업무에 종사하는)은 가계금융직렬(FM)과는 별도로 채용합니다. 젊은 분들도 있지만 은행 경력을 지닌 30~40대 여성분들 위주로 '빠른텔러'라고 해서 따로 뽑아요.
제 결론입니다. 하나은행 지원자분들 중 종합직(staff)에 도전할 만한 분들은 종합직으로 오세요. SKY만 뽑는 것도 아닙니다. 상위 10개 대학(+해외 학부) 정도면 충분히 노려볼 만 해요. 그 외 대학에서도 우수한 지원자 중 합격자가 분명히 나오고 있고요. (정보를 조금 더 드리자면... 저희 동기들 중 SKY+서강대 졸업자가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성균+한양까지 더하면 전체의 2/3 이상. 기수별로 조금씩은 달라도 대체로 비슷할 겁니다)
여러 이유로 종합직 도전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분이라면, 저는 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합격하고 나서 고민하시면 되니까요ㅎㅎ
내친 김에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좀 홍보를 해야겠네요.
내부적으로는 1분기 정도에 바닥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태산LCD 키코 건으로 하나은행에 대한 악소문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진정되었습니다. 인터넷 기사라도 좀 검색해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여신 포트폴리오는 4대은행 중 하나은행이 가장 양호하거든요. 건설, PF, 조선, 해운 등 위험징후업종 여신의 금액과 총여신 대비 비중이 모두 4대은행 중 가장 적고 낮아요. 문제의 키코 계약도 막상 하나은행은 계약건수와 계약금액 모두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태산LCD만 '터져서' 이슈화되었을 뿐, 문제가 더 심각한데 겨우겨우 막고 있는 은행들도 있고요.
그리고 어제 하나은행이 정부보증 달러표시채권 10억달러 발행한 소식은 대부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최초 5억달러에 리보+5백대bp 예상했는데 돈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금액도 2배로 키우고 발행수익률도 몇십bp 깎았어요. 발행조건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좋아진 것을 보면 해외시장에서의 한국물에 대한 시각도 다소 우호적으로 변한 듯 싶습니다. 덕분에 당분간 하나은행의 외화유동성은 문제가 없게 되었고.
반면 4대은행 중 1곳은 건전성 악화와 자본훼손 속도가 너무 빨라서.. 시장에서는 위기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또다시 부실화되면서 공적자금 먹는 하마 되는 것 아니냐 하는.. 한 가지 징후만 말씀드리죠. 1분기에 모든 은행들이 위험업종 exposure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는데, 그 은행이 가장 낮은 coverage ratio로 적립했음에도 금액은 가장 컸죠(뭘 의미하는지는 아시겠죠? 해당 업종에 대한 익스포져가 워낙 크다보니.. 다른 은행들처럼 보수적으로 높은 비율로 적립하면 결손폭이 너무 커지니까 그렇게 못한 겁니다. 굉장히 위험한 신호죠..) 그게 어딘지는 민감한 문제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조금만 금융권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어딜 말하는지 아실 겁니다.. 할 말은 많은데 생략하죠. 금융권에 관심 있는 대학 후배들 만나면 이런 얘기 편하게 해주는데, 이런 공개된 장소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
당장은 취업난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드시겠지만. 좀더 넓게, 멀리 보시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종합직이어서. 가계금융직렬 분들이 고생하시는 거 옆에서는 많이 봤지만 직접적인 압박은 좀 덜했습니다. 보험, 펀드 팔라는 얘기도 훨씬 덜 들은 편이고요. "xx대리가 (종합직이니까) 좀 모범을 보여줘야지" 뭐 이런 정도? 견딜만은 했죠.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나오면 됐으니까. 물론 노력을 하기야 했죠. 잘 안돼서 문제지ㅋ 일단은 내점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오는 사람 상대로 잘 못팔면 책임자한테 쪼이고, 지점장한테 쪼이면서.. 어쩔 수 없이 자폭도 하게 되고, 연고영업도 하게 되고 그런 거죠. 은행이라면 어디나 다 같은 문제를 겪을텐데, 본인만 잘 하면 괴로울 일이 없어요. 근데 그게 어렵죠
그나마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셔도 될 부분은. 재작년 초호황이었던 주식시장이 작년부터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펀드 팔라는 얘기는 거의 안 합니다. 본사 프로모션에서도 펀드는 제외. 다른 프로모션은 남아있습니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경영평가 지표에서 이런저런 프로모션의 비중은 향후 지속적으로 낮아질 듯한 분위기입니다. 운용 계수 비중도 낮아지거나 사라지고. 대신 영업이익, 성과이익 등 이익지표의 비중이 커질 듯 해요. 즉 예전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주요 지표였다면, 이젠 경평지표로서 '달'의 비중이 커진 거죠.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전 FM입니다. 깊이있는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싸이언님은 인터넷검색에 주변친구들 이야기 빼곤 내놓으실 말이 없나봐요..안타깝습니다^^SEP연수중이라 11시쯤에 집에 도착했네요..아무튼 취뽀인들의 건투를 빕니다. 지점에서 뵙기를!
은행 정말 들어가고 싶지만 영업 압박때문에 압박만 없다면야... ㅠㅠ
근데 글쓰신걸 보니까 어떻게 종합직으로 들어가셨는지 알겠네요.. 정말 글빨이 대단하십니다.. 이분 자소서 보고싶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