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작년 매출 54% 늘어 22조… 유통강자 이마트-롯데 제쳐
4분기 6조, 분기-연간 ‘사상 최대’… 적자도 세 배 늘어 1조8000억대
김범석 “고객 21% 늘어 1794만명… 플랫폼 영향력 확대 위해 적자 감수”
‘사상 최대 매출과 사상 최대 적자.’
쿠팡이 지난해 3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뒤 거둔 1년간의 성적표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22조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만 놓고 보면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뛰어넘었지만 신사업과 물류 투자 확대 등으로 연간 적자는 전년의 세 배가 넘는 1조8000억 원으로 커졌다.
3일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4% 증가한 184억637만 달러(약 22조2000억 원)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쿠팡이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처음 발표한 연간 실적 발표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만 50억 달러(약 6조 원)에 달한다. 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2010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다.
쿠팡의 연간 매출 증가율은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평균 매출 증가율(15.7%)의 3배 이상이었다. 쿠팡 매출은 이마트와 롯데마트(롯데쇼핑에서 백화점 부문 제외)의 온·오프라인 매출을 모두 넘어섰다. 지난해 이마트(SSG닷컴·G마켓글로벌·슈퍼 포함) 매출은 총 19조3000억 원이었다. 롯데쇼핑에서 백화점을 제외한 롯데마트, 롯데온, 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등 마트 관련 부문 매출은 12조3000억 원이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지난해 순손실은 15억4259만 달러(약 1조8600억 원)로 전년의 3배 이상이다. 지난해 경기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2억9600만 달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비용(1억3000만 달러),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을 위한 투자 비용(8500만 달러) 등이 비용에 반영됐다.
영업 적자는 커졌지만 충성 고객이 늘며 고객 록인(lock-in) 효과는 더 강해졌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구매한 적 있는 이용자(활성고객)는 전년(1485만 명)보다 21% 증가한 1794만 명이었다. 이들은 1인당 283달러(약 34만 원)를 쿠팡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수준이다.
한 달에 4990원을 내는 유료 멤버십(와우) 회원 수는 2020년 600만 명에서 지난해 900만 명으로 50% 증가했고 이들의 지출액도 30% 이상 늘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쿠팡 고객(1794만 명)의 약 20%(360만여 명)가 4분기에만 3개 이상의 제품을 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이른바 ‘계획된 적자’를 계속 감수하며 플랫폼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거래액 기준 점유율 1, 2위인 네이버쇼핑(17%)과 쿠팡(13%) 등이 모두 10%대 점유율이다. 쿠팡은 점유율 확대와 새벽배송 강화를 위해 지난해 미 증시에서 1조4000억 원을 조달해 물류센터를 증설하고 있다.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고객도 지난해 590% 증가하는 등 콘텐츠로 고객을 쇼핑에 유입시키고 있다. 고프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핀테크 등의 성장 신사업에 대한 투자액을 지난해 8500만 달러(약 1100억 원)에서 올해 2억 달러(약 2400억 원)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