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 아이들은 교문앞에 롤스로이스 승용차에서 내리는 보라색머리의 펑키한 여자아이를 보기위해 몰려들었다.
도자기같은 하얀 피부와 냉랭한 파란눈. 서양인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동양스럽기도 하다. 어쨋든, 인형처럼 예쁘다.
"뭘 보고 지*이야 썩어 자빠질것들..."
중얼중얼 그녀가 한국말로 욕을 내뱉으며 아이들을 스윽, 둘러보자 그중 그녀에게 관심을 보내던 한 패거리가 피식
웃으며 수근거린다. 그녀와 비슷한 펑키한 차림의 문제아그룹. 학교에서는 Resistance(반항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펑크와 Gothic을 표방하는 아이들의 모임. 자신들과 닮아있는 그녀의 모습에 반가움을 표시하듯 손을 흔들지만
재벌집 아이인듯 엄청나게 비싼 차에서 내린 그녀는 자신들을 무시한채로 지나쳐버린다.
"Who's that cool bitch?"(저 쿨한년은 뭐냐?)
John이 말하자 다들 관심있냐며 키득거린다. 존은 펑크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리더이며 학교안에서 인기많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큰 키와 마른듯 근육이 있는 몸매, 스타일리시한 패션과 조각같은 얼굴. 가끔 학교 파티때 디제이라도 보면
다른학교 여학생들까지 몰려들어 사진을 찍어대며 친해지고 싶어했다.
교실로 들어온 루비는 하품을 하며 교실 중간쯤에 앉아 책을 펼치고 턱을 괸채 선생을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그녀의 눈동자가 불편한듯 시선을 돌리는 선생님. 사립학교에서는 수업 내내 뒤에서 뭔가를 던지거나 펜으로
찔러서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는데 여기서는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아 집중하기 쉬웠다.
의외로 꼼꼼히 필기를 하고 노트를 정리하며 포스트잇을 붙이는 모습에 놀란것은 교사들 쪽이었다. 카톨릭학교에서 잘리고
사립에서도 폭력사건으로 내쳐진 아이라기에 어떤 문제아일까 궁금했는데 외모와는 달리 성실한 편이다.
요사이 전학 이후로 전과는 다르게 냉정해진 삼촌의 태도에 충격을 받은 루비는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 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것 때문에 자신에게 실망한거라면 얼마든지 바로잡을 자신이 있는 그녀.
사실 랭킹이 높기로 소문난 세인트 클레어에서도 성적만큼은 톱에 가깝던 자신이 아니던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삼촌도
그녀의 달라진 태도를 눈치채고 다시 애정어린 눈빛으로 처음 재회한 그날처럼 안아주실것이다.
큰 키와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좋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가진 제임스의 존재는 루비에게
자랑스러움과 든든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그립던 조부모의 사망소식에 내내 울어대던 그녀의 침실로 찾아와
잠이들때까지 큰 손으로 이마를 쓰다듬으며 손을 잡아주던 삼촌. 부모의 부재가 그녀 안에 심어놓았던 애정결핍의
씨앗은 가족에게 내쳐지며 무럭무럭 자라나 반항심과 삐뚤어진 행동들로 나타났었다. 하지만 그녀를 잊지않고
찾아서 나타난 제임스가 준 안정감은 잃고싶지 않았다. 절대,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
다시 한번 더 버림받는다면... 상상만으로도 그녀는 피가 차가워지는듯 섬뜩한 기분을 느꼇다.
일주일동안 많은 아이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고 친한척을 하려 들었지만 그녀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말 이외에는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워낙에 세인트 클레어에서부터 도도하기 짝이 없었지만 사실은 그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다가 버림받는것이 두려웟다. 가족도 한번 손을 놓았던 자신인데 타인이라면 더 쉽게 버릴것이라는 생각에
친구들의 관심을 무시했다. 다른사람들이 보기엔 냉랭한 그녀지만 사실은 '자기방어' 인 것이었다.
"너 한국말로 욕 잘하더라."
싱글싱글, 큰 키의 남자아이가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다.
식사를 할때 누가 말을 거는것을 싫어하는 그녀는(물론 제임스는 제외) 벌떡 일어나 먹던 샌드위치를 근처 쓰레기통에
쳐박았다. 카톨릭학교에서 자기또래 남자아이와 어울린적 없이 자라서일까, 그녀는 또래 아이들이 말을 거는것이
불안하고 싫었다. 그냥 자신이 없는 사람인듯 무시해주었으면 싶었다.
"우리 엄마도 한국사람이야. 난 너랑 친해지고 싶어."
깔끔하게 그 말을 무시하고 돌아서는 그녀의 손을 탁, 나꿔채는 남자.
"John June Evans야 내 이름은. 친한 친구들은 더블제이라고도 불러. 미들네임 준은 엄마쪽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한국이름이야. 너도 한국이름 따로 있니?"
피식 웃은 루비가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어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담벼락 위에 지익 지익 한문을 쓴다.
-婁妃
"니 이름 한문으로도 쓸줄 알아? 이름에는 뜻이 있고 그 뜻을 알려면 한문으로도 니 이름을 알아야지."
도도하게 대꾸하고는 뒤돌아서던 그녀는 존의 대답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잘나셨네요 별나라 왕비님."
별이름 루에 왕비 비자. 루비의 한국이름의 뜻풀이를 정확하게 하더니 그녀의 반대편으로 멀어지는 남자아이.
팩 돌아서서 노려보는 루비를 돌아보지조차 않으며 바이바이 하듯 손을 흔든다.
'저게...!!'
순간,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루비. 일부러 찟어서 옷핀으로 고정한 셔츠와 그물스타킹에
스크레치를 낸 빈티지 스타일의 긴 워커. 아까 자신에게 말을 건 John이란 녀석도 자신과 같은 스타일이었다.
'흐응... 그래. 비슷한 부류라 관심이 갔다 이거지?'
피식, 웃은 그녀는 핸드폰으로 에디아저씨에게 헤어살롱의 예약을 부탁했다.
"Is she home yet?"(루비는 아직 안왔나?)
"She went to hair dresser today after school."(학교 끝나고 머리하러 갔다온대요.)
이번에는 또 어떤 괴기한 색으로 머리를 하려고 그러는걸까. 셀프 염색약으로 얼마전 붉은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뀐
그녀의 머리칼에 그는 할 말을 잃었었다. 그래도 미용실에서 한다니 그 푸석한 머릿결은 좀 덜 상해오겟군.
아진의 머리는 정말 아름다웟는데. 풍성하게 쵸콜렛색으로 빛나던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손을 넣으면
더운 날에도 서늘한 그 감촉이 기분 좋았다. 베이비파우더와 복숭아향이 섞인듯 하던 그녀의 체취가 아직도 코 끝에
남아있는것만 같아 고개를 흔들은 제임스는 현관으로 시선을 향했다가 얼음이라도 된 마냥 굳어버리고 말았다.
문이 열리더니 아진이 들어선다. 처음 만났을때처럼 아름다운 얼굴, 하지만 많이 마른듯한 모습에 눈동자가 파랗다.
머리에 스트레이트 펌을 하고 상한 머릿결에 영양을 줘야한다며 이상한 기계에 한참동안 머리를 집어넣더니
역시 어려서 영양이 잘먹는다고 떠들어대던 미용사덕에 정신이 하나도 없던 루비. 찰랑이는 진한 갈색으로 변한
그녀의 머리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머리하느라 튄 물방울 덕에 메이크업을 지운 맨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들어서자마자 그녀가 마주친것은 제임스의 귀신이라도 본듯한 무서운 표정이었다.
"James...?"
어렷을때는 Uncle J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 그녀였지만 요즘들어 본 그의 차가운 모습에 그녀는 친근한
호칭이 아닌, 그의 풀네임을 불렀다. 눈이 커다래져서 굳어있던 그가 한달음에 달려오더니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
으스러질듯 뜨겁게 그녀를 안는 제임스. 허리와 등을 당겨 한몸이라도 된양 자신의 품 안에 가두고 말았다.
"아진...!!"
향기가 다르다. 퍼득, 정신이 든 그는 품에서 그녀를 떼어내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루비. 파란 눈동자에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깨달은 그는 수치심에
어린 조카의 얼굴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급히 고개를 돌린 후 서재로 사라지는 그.
전에 다시 만났을때의 다정한 포옹이 아닌, 격렬한 포옹과 뜨겁게 두근거리던 그의 심장.
'남자' 로서의 제임스의 모습을 처음으로 겪은 루비의 심장이, 그의 심장소리에 반응한듯 같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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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어서 지송!!
오늘 감금 업해요!!
감금과 포비든프룻 다 사랑해주세용!! 감사합니다.
추천 댓글 정말 기운나게 해주십니다. 사랑해요~
첫댓글 ㅎㅎ잼나요~
엄마를 빼닮았나봐요 쩝;;
꺄하♥이렇게되나요~~~~~~~~~
재밌어요~담편이 빨리올라오길ㅠ
멍~~ 담편기대요!!!
오오~~~너무 잼나요..포비든 프롯도 길게 해주셨음 좋겠네요..ㅋㅋ
루비가 사랑을 제대로 못받은것같아 안타깝네요ㅠㅠ
이메인주소가MOMO이런거맞나요??이메일썼는데...
im in Germany now! sorry this is not my computer so i cant put korean.... :) anyway always enjoying and waiting ur novel!!! XD
제임스랑 루비 둘다 서로에게 빠져드네여....ㅋㅋ 물론 제임스는 아진으로 착각해서 그런거지만...기대할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