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영향권 3300ha… 정부, ‘재난사태’ 선포
주민 4600명 대피-재난사태 선포
한울원전 인근 번져… “안전한 상태”
국도 7호선 주변까지 덮쳐… 4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국도 7호선과 접해 있는 흥부생활체육공원 인근 야산을 불태우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캡처
경북 울진 일대에서 4일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이날 오후 10시 반 현재 주택 50여 채가 불에 타고 주민 약 4600명이 긴급 대피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순간 초속 2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산불은 최초 발화지점에서 약 10km 떨어진 국도 7호선을 가로질러 해안 쪽과 강원 삼척까지 확산됐다. 산불의 영향권에 놓인 지역이 약 3300ha(헥타르)에 이르러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강원 삼척 원덕읍 화재 방어선 구축.(강원도소방본부 제공) 2022.03.05/뉴스1
산불은 해안에 있는 한울원전 코앞까지 번졌다. 이날 오후 불티가 원전 구역으로 날아들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방재 시스템을 가동해 진화했다. 한수원은 “원전은 안전한 상태이고 방사능 누출도 없다”고 밝혔다. 산불은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인근 2km 지점까지 퍼졌다.
소방청과 산림청은 소방차 230여 대와 소방헬기 43대 등을 투입해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정부는 경북과 강원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우선 목표를 인명 피해 방지에 두고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강풍 탄 울진 산불, 축구장 4621개 규모 피해
초속 25m 강풍에 삼척까지 확산… 국가위기 경보 ‘심각’ 단계 발령
“최근 10년 최대규모 산불 될수도”… 발화 3시간후 11km거리 원전 위협
정전에 사전투표 중단되기도… 소방청, 삼척 LNG기지 방화선 구축
삼척까지 번진 울진 산불 4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시로 번지면서 ‘산양마을’로 알려진 삼척시 원덕읍 산양2리 고적마을 뒷산이 불타고 있다(윗쪽 사진). 울진군 북면 나곡리 도로에서는 트럭이 전소됐다. 삼척시 제공·울진=뉴스1
“가족들을 데리러 급히 뛰어가는데 어마어마한 불길과 연기에 너무 놀랐다.”
4일 오후 2시경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A 씨가 근무하던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 사무실이 갑자기 정전됐다. 한울원전본부는 “산불이 번지고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라”고 지시했고, A 씨는 사택으로 달려가 남편, 아이와 함께 바닷가 숙박업소로 대피했다. 그는 통화에서 “불길이 국도 7호선을 넘어 차를 덮칠 듯이 달려들었고, 겁먹은 아이들을 달래느라 혼비백산하며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순간 풍속 초속 25m의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동해안과 강원 삼척으로 확산됐다. 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반 기준 축구장 4621배에 달하는 3300ha가 산불 영향권에 들면서 주택 50여 채와 창고 5개동, 비닐하우스 4개동 등이 불에 탔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영향권에는 불에 조금이라도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되면서 이틀 째 7번 국도 양방향이 전면통제되고 있다.2022.3.5./
국도 7호선은 차량 운행이 통제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주민 약 4000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신속히 대피하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산림청은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헬기를 총동원하는 등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소방청도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4차례에 걸쳐 발령했는데, 한 건의 화재로 동원령 1호가 4차례 연속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포항해병대 등 군도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산불은 남서풍을 타고 3시간여 만에 직선거리로 11km 떨어진 한울원전까지 확산됐고, 저녁엔 삼척의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인근까지 번졌다. 한울원전은 자체 소방대를 출동시켜 진화하는 한편 출력을 50%만 가동했다. 소방당국은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 등 특수장비를 총동원해 원전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하며 확산을 막아냈다. 삼척 주민 600여 명도 이날 저녁 긴급 대피했고, LNG 기지 인근엔 방화선이 구축됐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오후 10시 경북과 강원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산불로 한울원전 사택에 마련된 3·9대선 사전투표소가 오후 1시 반경 정전돼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울진군선관위는 “5일 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진=명민준 기자, 구특교 기자,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