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식탁
강 정
나는 그대가
부엌에서 찾을 것을 바다에서 찾는다
뭉클한 가슴이거나
환기통에서 찢어져 해의 비늘이 된 열기 같은 것
그대의 부엌은 언제나 향기롭고
사랑을 불태운 정념의 재가 첫눈처럼 황홀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그대가 놓아버린 그대 자신의 얼굴이나
내가 한참 붙들다 몇 줄 시로 분해해버린
인간의 말 따위를
아직 채 그려지지 않은 창밖 풍경의 빛 너울에 짓이겨
이 세상엔 없는 바다로 물결치게 하는 것이다
바다는 지구 어디에나 있고
바다에 있는 우리는 지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
그렇기에 우리는 한동안 사랑할 수 있었지 않나
그대는 내가 찾아낸 바다에서
스스로 물고기가 되어 내 곁을 떠나니
나의 부엌에서 먹을 거라곤
그대가 한참 뜯어먹다 개수구로 흘려보낸 마음 속 녹물과
거기 버무려 알알이 총탄처럼 굳어진 사랑의 액체들 뿐,
그 어떤 투명한 바다도 이보다 청량하지 않고
그 어떤 파도도 이처럼 깊고 어둡지 않으니
나는 그대가
바다에서 찾은 걸 이미 내 죽음 뒤의 만찬장에 차려놓았다
고래와 상어 떼와 인어들이 창안으로 뛰어든다
해의 뒷덜미에서 모두 한입거리다
강정
부산 출생.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 『백치의 산수』 『그리고 나는 눈먼 자가 되었다』
『커다란 하양으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