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피는 꽃들
일 주일만에 텃밭에 오니 잡초들이 한 자 쯤 더 컷다.
참깨를 거두지 않고 놔두었더니 아랫쪽 꼬투리들 세네 개까지 갈변하여 마르고, 속에 들어 있던 귀한 참깨알들이 빠져나간 것들이 많다.
게으른 농부라 참깨알 1/3은 잃었을 것이다.
이른 아침에 서둘러 참깨알 빠져나갈라 조심스레 전정가위로 하나하나 잘라내어 비닐하우스 안에 눕혀놓았다.
참깨모종 두 판 분량인 250여 개의 참깨 대를 자르고나니 입추,말복 지나 불어오는 아침의 송학산 바람에도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어깨죽지를 적셔댄다.
이왕 땀 흘리는 김에 참깨밭을 김장배추밭으로 만드느라 밀집하여 덮어댄 바랭이들을 뽑아내고, 줄기 잘린 참깨뿌리를 캐어내어 고랑으로 밀어낸다.
이따금 내렸던 요란스런 소나기 덕분에 풀작업하기가 아주 수월하다.
오른손에 쥔 호미로 풀뿌리를 긁어대면서 왼손으로 풀을 잡아당기면 풀들이 목잘릴끼봐 알아서 쑥쑥 빠져나오니 말이다.
새벽에 간단히 아침 먹고 두 시간을 움직였더니 아무리 쉬운 일이라 해도 온몸이 땀범벅이다.
아침해가 텃밭을 뜨끈하게 내려쬐기 전에 서둘러 일을 마친다.
땀에 절은 옷을 바로 빨아 널고, 농막에 들어와 커피를 내린다.
에어컨 온도를 27도로 하고 벽선풍기를 좌우로 운전시키면 농막이 바로 텃밭의 천국이다.
참깨꽃도 꽃이다 이쁜 꽃이다!
여기저기 살펴보고 들여다보면 예쁜 꽃들이 꽤나 있다.
잡초 중에 먹거리로 선택된 녀석들이 작물들이고, 작물들의 꽃도 화단의 꽃에 뒤지지 않은 이쁨을 가졌다.
잡초라는 풀은 없다. 단지 이름을 모르니 뭉뚱그려 잡초라 할 뿐이겠지?
아주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도 많다.
그리고 엄청 예쁜 놈들도 많다.
풀밭에 쭈그려 앉아서 시간을 흘려보내게 만드는 녀석들은 대부분 텃밭주인의 손길을 타지 않고 자라는 풀꽃들이다.
때 지나며 아쉬움에 어쩌다 피는 애기똥풀, 한창 텃밭 여기저기를 장식하는 달맞이꽃, 세력이 줄어서 더 예쁘게 보이는 닭의장풀, 사위질빵, 갈퀴나물, 쑥부쟁이, 개망초, 동강노랑어리연,,,,.
텃밭울타리에 힌창 피며 텃밭주인에게 빨리 배추와 무를 심으라고 아우성치는 무궁화, 가는 세월 아쉬워 볼품 없지만 한 번 더 피는 붉은병꽃,
작두콩, 오이, 가지, 고추, 곰취,,,,,등의 꽃들이 무더위에 맞서며 피고있다.
첫댓글 바랭이풀은 뽑아도 돌아서면 또 자라있는거같죠
무더위도 배추밭 갈고나면 좀 주춤해질터이구요
탈진 않되게 조심조심
요즈음 65세이상 노인들이 폭염으로 수난을 당하는 일이 많지요.
조심조심해야지요. 고맙습니다!
천상의화원 주인이십니다.
농작물 꽃들도 하나같이 예쁘게 다가옵니다.
더위에 웃자란 풀이 애를 먹이는군요.
참깨가 영글었다니 고소한 소식도 함께하네요.^^♡
더위에 건강도 잘 챙기셔요.
제 보기엔 천상의화원, 남 보기엔 다듬어놓지 않은 지저분하고 그저그런 풀밭이랍니다.
제 밭에서 나오는 먹거리는 야생의 맛이 배어있어 참 좋지요. 그렇지만 아내는 구박입니다.왔다리갔다리 하는 비용과 땀 흘리며 노동하는 댓가의 빈에반이면 강남백화점 유기농코너에서 푸지게 사먹어도 남을 꺼라고! ㅎㅎ
맞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하면 잡초가 아니지요.
저는 참깨가 많이 늦었답니다.
지기님도 농부로군요! 카페 서베이를 많이 못해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답니다.
어찌보면 뇬네가 같이 놀기가 뭣한 곳 같기도 하고, 꽃님들이 반기시는 걸 보면 멍석을 펴야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아무일 안해도 땀 삐질 나는 요즈음인데
그렇게 일하시니 옷은 금방 땀으로 젖겠지요.
늦게 들여다봐서 미안하다 하는 맘이 느껴지네요
^^
맑은 하늘 아래 핀 달맞이꽃도, 무궁화꽃도
참 깨끗하고 이쁩니다.
참깻단 마주 세워 두던 고향집 생각도 납니다.^^
나 영님 ~~ 미안하다니요.ㅎㅎ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석전님은
농사도 자으시며
이렇게 예쁜 꽃
사진도 담으시며
이석이조의효과를
누리시니 참 좋아보입니다
백목련님~~
오늘은 잘 주무셨지요?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하셨으니 이젠 완전쾌차하시고, 앞으로는 내내 건안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