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33편)
/ 모네타
그 남자가 사는 곳은
찬 겨울바람만
불어올 뿐
삭막한 추위만 귀신처럼 남아
엄습해오는
메마른 겨울이다
나뭇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로수에는
간혹 걸려 따스함을 주던 햇살도
온기를 잃어버리고
도로에 주저앉고
싸늘한 영하의 추위만
주인이 된다
겨울이면 늘 눈을
기대해보는
그 남자는 오늘도
주간 기상예보에 귀 기울이지만
역시 ‘꽝’
당분간 눈소식은 없다고
그런대로 생긴
여성 기상케스터가
상냥하게 말한다
그 여자가 사는 곳에는
엄청 눈이 오고
더군다나 자주
온다고 하는데
참 좁은 땅덩어리가
이렇게 변화무쌍하는지
그 남자는 메마르고
건조한 날씨에
마음까지 건조해져
사막으로 변해간다
둘러보아도
정붙일 곳은 없고
찾아보아도
휑한 동공만 외롭다
그 여자는 무얼하며
이 겨울을 지낼까
늘 보고 싶어
외로워진다고 하던데
혹시 잠깐 생각나 하는
립서비스는 아닐까
줄지은 먹거리 약속과
줄지은 모임이
아직도 지난 연말처럼
지속된다고 하던데
그 남자처럼
과연 진한 외로움을
느끼기나 할까
그 남자는 치밀어 오르는
고독함을 견디지
못해 전화를 건다
신호가 20번 정도 울려
그 여자가 받는다
“여보세요
지금 무얼하고 있어요?“
“저요
그 냥 앉아 자기생각하는걸“
“그랬어요?
그런데 어찌 목소리가
잠기듯 들리네요“
“보고파 목이 메어
소리가 잘 안나서 그래요“
“그래요
혹시 영화보다
전화 받는 건 아니예요?“
그러자 그 여자는
진짜 미안한 듯
금방 목소리에 참기름 발라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한다
“방금까지
자기 생각하느라 우울해서
우울함 이겨 볼라고
영화 보고 있어요
이거라도 안 보면
그냥 세상 하직할 것 같아서요“
그 남자는 생각한다
내가 뭐 영화귀신에
뒤집어 씌였나
그 여자는 그 남자가 보고프면
영화를 보아야 하는거야
아무리 이해할려고 해도
머리가 먹통
누런 깡통국물만 흘러내린다
참참참 해도 너무하다
그 남자가 보고프면
영화를 보고
그 남자가 그리우면
음악을 듣겠네
진짜 못 말리는 그 여자이다
그져 곁에 있으면
군밤을 서너대 주었는데
그 남자는 생각한다
아니야
군밤 맞다 쓸어지면
다 내 잘못
그 남자가 나중에 받을
후유증이 너무 클텐데
생각해보니 아찔만발이다
차라리 영화와 음악이
훨씬 실용적
마음 편한 일이다
너무 자신이 불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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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ㄳ히 읽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