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리는 비는 오늘도 여전하다...여전하다 는 것은
때론 한결같아서 좋다는 말도 되고 간혹은 구태의연해서 그저 그렇다 는 말도 포함한다.
게다가 여전하다 는 것은 어제 오늘 내일이 별로 달라질 것이 없는
그래서 발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는 말도 함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여전하다 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자신 또한 여전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가 오는 오늘도 여전한 일상을 한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음악없이-이럴 때는 비의 음률을 듣는 것이 낫다- 차 한잔 마시며 책을 읽는 것.
간밤에
천둥 번개가 요란하더니 결국은 파란 불꽃을 일렁이며 티비가 뚝 끊겼다.
모처럼 K- POP과 함께 하는 패션쇼를 한다고 해서 시간 되기를 기다려 넋놓고 티비를 시청하던 참이라
밖에서 황사비가 오던, 바람이 불던 천둥 번개가 요란하던 별 상관 없으려니 싶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흥겹게 신진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패션쇼를 구경하던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각자 다른 방에서 컴을 하던 신선이나 딸내미 또한 깜짝 놀라 뛰쳐나왔지만
본래 걱정했던 컴퓨터는 말짱하고 산골에서 필수인 스카이 라이프가 훼손된 것이다.
그밤, 열 한시 못 미친 열시 중반 무렵이다.
갑자기 온갖 전기 관련 제품들을 점검하고 전원을 차단 시키니 할 일이 없다.
늘상에서 자유 의지로 선택하는 것과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
천지 차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본인의 의사가 아닐 때는 분명히 억압으로 다가온다 는 것을
실감하면서 잠깐 패닉 상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선택도 선택 나름인지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듯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밤을 취사선택하는 것이겠지만
그밤의 무설재 가족들이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것.
그것도 평상시에 읽다가 잠이 들 때는 별 저항이 없더니만 웬 걸,
맨 정신에, 예정치 않게 하려니 그것도 고역이어서 뭔가 하나를 잃어버린 듯한 밤이 되었다.
전자 제품에 그만큼 중독이 되어 있었다 는 말이기도 하고 해마다 겪는 이 상황이
너무 빨리 찾아드는 것도 화가 나서 짜증이 확 일다가도 산속 생활이 그렇지 뭐...라며
마음을 추스리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모처럼 일찍 잠이나 자볼까....라는 무설재 쥔장과 달리
이른 시간인지라 잠 못드는 신선은 책을 꺼내 든다.
이미 오전 중에 쥔장이 먼저 읽은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
책 제목만 보고는 여러가지 상상을 가능케 하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은 심리학 적으로도 혹은 의미 부여로도 아주 괜찮은 책이다.
물론 이미 그의 책이 이미 베스트 셀러 대열에 줄 서있거나 내뱉는 언어마다 직설적이거나 솔직해서
그의 책 내용조차도 충분히 그럴 것이라 짐작을 가능케 하고 지난 번에 읽은 책의 후속으로도 걸맞기도 해서
실질적으로 읽어본 그의 문화 심리학적인 소견으로 펼쳐진 "남자의 물건" 은 남녀 구구에게나
적극 추천할 만하다....아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는 말이다.
그 남자 김정운은 "이 시대 남자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이제 폭탄주를 치우고 당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라 " 고 외치고 있다.
한국 남자들의 존재 불안은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데서 출발한다 라는 말,
공감이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삶을 조명하는 것 조차 당연해 보이는
당당함 조차도 그럴 수 있다 로 인정하게 되는 책 "남자의 물건" 을 읽으며
다시 한번 사람들의 더더욱이나 남자들의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또 한 권의 책, "바람을 뿌리는 자"는 독일의 추리 소설이다.
세계 14개국에 번역된 이 책은 이미 '타우누스 시리즈'로 이름높은 엘레노이 하우스의 작품으로
그동안 늘 그렇게 될 줄 알았어 로 일관되던 뻔한 추리소설에 비해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그녀의 탄복할 만한 거미줄 같은 엮음이 기대 이상이다.
"남자의 물건"의 두배 이상되는 두께지만 일단 쇤에 쥐면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하기로는 그만한 것이 없다.
...그밤,
갑자기 길어진 밤을 지내고 나니
어제 보다 더한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 다.
티비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잠 못드는 밤을 가진 신선과 딸내미는 아직도 잠자리 귀신으로 있고
당장에 달려오지 못한다는 스카이 라이프의 상담사가 야속한 오늘,
어제와 같은 여전한 하루를 지내게 될 것이다.
와중에
읽어야 할 책들이 소중하다.
첫댓글 어젯 밤, 11시에 힐링캠프에 출연한 김정운 교수를 보았는데. 자신의 물건을 보여주었죠. 오래 된 만년필-자기 아버지와 쓰던 것과 똑같은 제품-과 좁은 연구실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스피커를 소개했어요. 김제동이 꺼내든 물건이 마이크과 야구방망이였는데 그걸 보고 심리학적으로 성적억압이 심하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참 논리적인 재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ㅎㅎㅎ 티비는 볼 수 없는 여건이어서 시청은 못했지만 그의 화법에 의한 분위기가 상상이 됩니다.
진지하거나 재미있거나를 넘나드는 화자의 탁월함.
그러나 저러나 스카이 라이프 서비스 요원은 찾아들지 않고 금요일까지 대기 하라는 말에
온갖 대책을 세워도 속수무책이라....다들 고요한 집을 참지 못하고 집 나갈까 두려운 지경.
그나마 혼자서도 잘 놀아요 의 달인 무설재 쥔장만 집을 지키는 중이라...하루에 한 번 이라던 컴을 다시 켤 수 밖에 없는 상황임다.
합장
읽어 보고픈 책이기도 했는데 빌려다 보고파요. 이미 있는 책들도 감당하기 어려워 이런 방법으로라도...
헌데 문제는 연일 눈앞에 쌓여 있는 일거리들 땀시 책에 눈길 보낼 시간이 될지?입니다. ㅜㅜ
여전히 바빠 보이니 그 바쁨이 끝나길 기다릴 밖에요.
언제든 시간이 되면 찾아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