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아직 사랑을 모른다
엘르코리아 기사전송 2011-10-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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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터틀넥 니트. 루시앙 펠라피네 by 무이. 블랙 팬츠. 송지오 컬렉션. 슈즈. 본인 소장품.
EG ‘내 마음이 들리니(이후 내마들)’ 종영 후 두 달 만이다. 작품을 통해 ‘남궁민의 재발견’이란 호평을 받았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역시 대중적인 걸 해야 하나 보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봉마루’가 부각될 줄 몰랐다. 일단 캐릭터보다도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고 간 거였다. 예전에는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선택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있으면 내가 어떤 캐릭터든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G 연기 경력이 적지 않다.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일일 드라마부터 단막극, 주말 드라마, 미니시리즈까지 정말 많은 작품을 했다. 연기 연습은 제대로 할 수 있었지만, 운이 참 없었던 것 같다. 남들처럼 성큼성큼 계단식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올라왔다. 이번에는 차기작을 빨리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지없이 쉽진 않다. 전에 했던 걸 하자니 좀 더 좋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고, 진짜 좋을 걸 하자니 그걸 하기엔 내가 좀 못 미치고.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흐름을 깨지 않으려며 얼른 작품을 하는 게 좋은데.
EG 정말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하나? 항상 대본을 받으면 좀 겁이 난다. 나는 연기를 할 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편이다. 어느 작품이든 캐릭터가 되어가는 작업의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대사가 있으면 목이 잠겨버린다. 이제 좀 더 편안하게 연기를 대해야 할 것 같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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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 알고 보니 공대 출신이더라. 어떻게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게 됐나? 어렸을 때 별다른 꿈이 없었다. 부모님이 교육자셔서 일단 시키시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전교 1등 할 정도로 잘하지도 못했고. 그러다 중앙대 기계공학과에 갔는데, 과에 여자가 한 명도 없더라.(웃음) 그저 수능 점수에 맞춰 취직 잘 된다고 해서 선택한 거였다. 학교 안 가고 방황하다가 텔레비전에서 공채 탤런트 모집공고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엄마, 나도 저거 한번 해볼까” 그랬다. 신기하게 엄마도 “추억으로 한번 해봐” 그러시더라. 그렇게 조금씩 시작하게 된 거지.
EG 몸소 경험해보니 연기가 나의 미래라는 확신이 들었나?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촬영장에서 만날 욕만 먹었다. 요즘은 욕하는 감독님이 없지만, 예전에는 드라마 촬영하면 타깃이 꼭 하나 있다. 내가 어리고 신인이다 보니까, 타깃이 되어 고생을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나름 내면 연기, 눈빛 연기를 추구했는데, 그게 얼굴이나 눈빛에 보여야 말이지.(웃음) 혼나고 욕먹으면서 많이 배웠다. 지금은 끝까지 계속 이 일을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쫓기면서 하고 싶진 않고.
EG 많은 작품에서 당신을 본 기억은 있는데, ‘남궁민’이란 사람에 대해서 아는 건 적은 듯하다. 어렸을 때 예능 프로그램에 좀 출연했어야 하는데, 나랑 잘 안 맞더라. 나는 그냥 순박하고 쑥스러움도 많이 타고, 사람 볼 때 상하 구분 없이 보는 편이다. 특히 이쪽에는 사람의 지위나 돈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걸 싫어한다. 연기가 좋아서 직업으로 택하긴 했지만, 다재다능하게 토크쇼도 하고 노래도 하는 그런 ‘연예인’은 못 된다. 연기할 때는 연기에 매진해서 살고, 생활의 나머지 부분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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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재킷과 팬츠. 앤 드뮐미스터. 톱. 크리스토퍼 케인 by 무이. 슈즈. 본인 소장품.
EG 요즘처럼 쉬는 기간에는 혼자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되게 재미없는 사람이라 별로 하는 게 없다. 새벽에 잠드는 편이라 매일 오전 11시쯤 일어난다. 바나나 하나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운동하러 간다. 군대 제대하고 한 2년간 허리가 심하게 아파서 아무 일도 못했다. 온갖 병원을 찾아다녀도 소용없었는데, 건강을 되찾게 해준 게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운동한 지 2주 만에 고통이 없어지더라. 헬스 클럽에 가면 거기 있는 친구들이랑 허물없이 얘기를 많이 나눈다. 운동하고 집에 와서는 먹을 것 좀 챙겨 먹고, 안락의자에 앉아 영화 보다 보면 보통 하루가 그렇게 간다. 가끔 친구들 만나서 맥주 한잔하기도 하지만,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라 사람들 불러내기도 민망하고.
EG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 절대 누구한테 도움을 청하거나 기대지 않는다. 남한테 의지하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주변 사람을 이끌어주려 하는 편이다. 내가 이 사람을 버리고 저쪽으로 가면 더 잘될 수 있더라도, 그렇게 못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올바르게 살아왔는데, 약삭 빠른 면도 조금은 필요한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운이 좋아지든지. ‘내마들’ 때 내가 뉴스데스크에 몇 초 나온 게 이틀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걸 보면서, ‘아, 이런 게 운이구나’ 생각했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가, 내게 기회가 오면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G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시간을 혼자 버틸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 뭐였을까?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부터. 왜냐하면 나는 남들처럼 놀고 술 마시지 않았다. 항상 스스로를 모니터링하고,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어긋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지금처럼 이 일을 계속한다면, 몇 년 후에는 원하는 위치에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난 잘될 거야” 하고 거드름 피우는 게 아니라, 수많은 준비와 노력을 통해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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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후드 롱코트. 미하라야스히로 by 무이.
EG 가족에게는 어떤 아들, 어떤 형인지 궁금하다. 평균적으로는 착한 아들이지만, 내 생각엔 좀 무뚝뚝한 아들인 듯. 우리 부모님은 소심하고 평범하신 분들이다. 내가 처음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 그건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말리셨다. 내가 군대 간 사이에 아들 기쁘게 해주려고 내 이름으로 집을 사셨는데, 지금 집값이 2천만원이나 떨어졌다.(웃음) 그런 셈이 없으신 분들이다.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잠재의식 속에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동생에게 창작 능력이 있는 듯해서 글을 한번 써보라고 했는데, 내가 읽어본 어떤 시나리오보다도 재미있다. 동생과 영화 보는 취향이나 영상적인 관점이 비슷해서, 기회가 되면 둘이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다.
EG 나이가 들면서 20대 시절의 생각과 달라진 점이 있나? 어렸을 때는 연기에 대한 겉멋이 들었던 것 같다. 이제야 대중적인 작품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마흔이 넘기 전에 이른바 ‘스타성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그 후에는 진짜 행복이 뭔지 생각하면서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느끼면서 살고 싶은데, 그 준비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전투적으로 달릴 생각이다. 우선 좋은 작품을 만나야지. 남들 다 아는 재벌인데, 정작 사업엔 관심 없고, 갑자기 가난한 여자를 좋아하는 그런 역할?(웃음) 대한민국 여성들이 모두 상대 여배우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을 만큼 잘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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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레더 후드 집업. 솔리드 옴므. 블랙 톱. 앤 드뮐미스터.
EG 다른 인터뷰에서 정작 연애는 한참 못했다고 말하던데? 아직 진짜 사랑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 내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는 사랑,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는 사랑은 못 해본 것 같다. “너 왜 이러니” 그러면서 싸우게 되는 사랑은 해봤지만. 영화나 소설에 나왔던 절대적인 사랑은 없었다.
EG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긴 하는 건가? 그렇다. 나중에 눈감는 날에는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그 사랑이.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 | |
첫댓글 엘르걸 인터뷰군요..절대적인 사랑..꼭 하세요..^^
아우.. 보구싶다.....
중앙대공대 ㅠㅠㅠ 진짜 우월하다 우월해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