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의 누적 마일리지 축소 적용을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항공사 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부터 현행 마일리지 제도를 바꾸겠다고 공표한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적용 시기를 늦추는 것을 항공사와 협의 중이며, 3월 시행을 강행하면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항공사의 약관변경의 핵심은 무엇이며, 소비자들의 대응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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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공사는 마일리지 약관을 변경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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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의 총 마일리지 가치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3조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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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마일리지 축소 계획을 고수하는 이유는 ‘비용부담’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말까지 항공사들의 잔여 마일리지는 대한항공이 1,096억마일, 아시아나 항공이 465억마일 등 약 1,561억 마일이다.
총 마일리지 가치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3조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청된다. 이는 고객이 마일리지를 소진하지 않을 때까지 항공사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는 몫.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부채로 잡힌다. 마일리지 자체가 고객이 사용하기 전까지 부채로 잡히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정리하고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검찰고발에 의해 약식 기소돼 과징금으로 내더라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마일리지가 정리되는 셈이므로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입장.
공정거래위원회, 항공사 ‘검찰고발’ 할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 공보관실 한 관계자는 “항공사와 약관변경 유예기간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검찰고발’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항공사와 성공적으로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이지만 아직 뭐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검찰고발이라는 극단의 방법까지 얘기하고 있지만 약식기소 된다고 해도 벌금 선에서 마무리 되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그것을 바라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주, 유럽행 혜택 줄고 … 동남아, 일본행 혜택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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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의 의지대로 약관이 변경되면 소비자들은 더 많은 마일리지를 축적해야 보너스 항공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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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일리지 약관변경의 핵심은 ‘마일리지 공제폭의 변경’에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지금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축적해야 미주 유럽 보너스항공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조정을 통해 미국의 경우 기존 5만 5,000마일에서 7만 마일로, 유럽의 경우 6만 5,000마일에서 7만 마일로 공제폭을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동남아 및 일본 중국 노선의 경우 각각 4만 5,000마일에서 4만 마일로, 3만5,000마일에서 3만 마일로 경감시킨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도 미주와 유럽노선의 경우 보너스 항공권 제공시 7,000마일과 3,000마일씩을 더 삭감하는 대신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은 현행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마일리지 적립 ‘실제거리 누적’ … 인심 야박해져
대한항공은 지난 1월 1일부터 ‘실제 거리 누적’으로 바뀌어 적용되고 있으며, 아시아나 항공은 오는 3월 1일부터 ‘실제 거리 누적’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탑승거리가 0~500마일일 경우 500마일 누적, 501~1,000마일일 경우 1,000마일 누적 등 범위 안에서 최대거리 누적의 혜택을 주었지만 3월부터는 실제 탑승 거리만큼만 마일리지가 누적된다.
약관변경에도 사용기간 변경 안돼 … ‘평생 사용 가능’
국내 항공사에 적립된 마일리지에는 사용기간 제한이 없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회원약관 규정에는 마일리지 누적 후 일정기간(1년~5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 국내항공사는 마일리지에 대해 유효기간을 도입하고 있지 않아 ‘평생 사용’이 가능하다.
아시아나 항공 홍보팀 마재영 씨는 “약관 변경이 되더라도 마일리지 사용 유효기간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3월, 아시아나 6월부터 적용될 듯
과도한 누적 마일리지를 조속히 해소하지 않고서는 원만한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대한항공은 2002년 11월에, 아시아나 항공은 2003년 2월에 고객들이 적립한 마일리지의 제공 기준을 3개월 전 고지 후 변경할 수 있도록 약관을 바꾸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항공사의 마일리지 소급 변경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지난해 6월 무효로 선언한 바 있다면서 항공사들이 이를 강행할 경우 약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록 항공사들이 변경된 약관에 따라 혜택 축소를 사전 고지하고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1년은 소비자 보호에 충분치 않다면서 최소한 2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현재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 홍보팀 이형우 차장은 “3개월 전에 사전 고지한 후 12개월 유예기간을 두는 것으로 바꾸었으며, 마지막 12개월째에 항공권을 발급받으면 기존의 마일리지 혜택 규정대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발급항공권의 유효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1개월간 기존 마일리지 규정을 적용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경된 마일리지 공제제도를 대한항공은 3월 아시아나 항공은 6월 이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못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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