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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짝사랑도 사랑이라고 할수 있다면...그런 거겠지."
기다리던 예림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세준이 예림앞에 놓여있는 잔을 들어
원샷을 했다. 그리고 예림의 물기 어린 눈을 보더니 잔을 소리나게 탕- 내려 놓았다.
"울지마"
"......"
"내앞에서 눈물 보이지 말라고."
"......?"
"넌 챙피하지도 않냐? 너 나이가 서른이야.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짝사랑에 눈물 흘리는거 하나
도 순수해 보이지도 않고 더군다나 전혀 안귀엽거든? 청승맞고 주책맞고 답답해서 들어주기
무척 거북하다."
예림이 세준의 입에서 나오는말을 믿을수 없는듯 멍하니 쳐다 보았다.
"야...한...세준."
멀건이 세준을 바라보는 예림의 두눈에서 가득 고여 있던 눈물이 내려 볼을 타고 흐른다.
"울지...말라고 그랬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협박처럼 말하는 세준의 모습에 예림이 더이상 못견디겠는지 벌떡 일어나서
가방을 들었다.
"앉어!"
세준이 예림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한다.
"야, 한세준. 네가 왜 화를 내는데? 내가 왜 이런 어이없는 경우를 당해야 하는데? 됐어. 난 널 친
구라고 생각해서...관두자. 그래. 주책맞고 청승맞고 또 뭐드라? 맞어. 답답한 모습 보여서 미안
하다. 나이값도 못하는 나 여기서 이만 퇴장해 줄께. 간다."
예림이 세준의 옆을 지나자 세준이 재빨리 예림의 손목을 잡았다.
"놔라."
예림이 앙칼지게 소릴질러도 세준은 잡은 손에 힘을 더할뿐 놓을생각이 없어 보인다.
"놓으라니까? 한세준 너 정말 오늘 왜 이러는건데?"
"넌 왜 그러는건데? 십년내내 꺼내보이지 않았던 첫사랑을 왜 이제야 내보여서 사람 돌게 만
드냐고?"
".....!"
"앉어. 그렇게 죽일듯한 눈으로 보면? 너 평생 나 안볼꺼냐? 그래?"
"......"
"그럴꺼 아니면 앉어라."
누그러진 세준의 목소리에 예림이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한잔 더 할래?"
세준이 태연하게 예림에게 잔을 건네며 묻는다.
"됐어. 너때문에 술맛도 떨어지고 술도 벌써 다 깨 버렸다."
세준이 피식 웃으며 잔 가득히 술을 부었다.
"나 화낸거 사과 않할꺼다."
"뭐?"
"사과 않해"
"......?"
"네가 잘못한거야. 내앞에서 다른놈 찾으면서 눈물 보인 네가 잘못한거야. 그러니까 사과 못해."
"망할놈."
"네 눈물로 내마음 상하게 한 네 탓이야. 그러니까 않해."
"나쁜놈."
"상관 없어. 네가 뭐라던 난..."
예림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세준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휴대폰에 시선을 떨어 뜨렸다. 망설
이다 끈질기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예림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나...저 성재 예요.]
"......."
정신 나간 사람 처럼 대답을 못하는 예림을 세준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누나? 여보세요?]
"응. 성, 성재야. 드, 듣고 있어."
돌아 앉아서 전화받는폼 하며 말까지 더듬고 김예림...수상하다. 세준은 더 유심히 예림을 지켜
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죠?]
"그래...정말 오랜만이다."
[누나. 나 사실 지금 서울인데...볼수 있어요?]
"지금?"
[너무 늦었죠? 역시 안되겠죠?]
예림은 강렬한 세준의 시선에 뒷통수가 따끔거려 조금 망설였지만 곧이어 대답 했다. 성재가 만
나자는데 예림의 대답은 무조건 YES 다. 다른 대답이 있을수 없었다.
"......아니야. 괜찮아. 내가 지금 갈께. 어디니?"
[55 스트릿 바(bar)예요. 예전에 누나랑 종종 왔었던.]
"그래. 알아. 내가 지금 있는곳에서 멀지 않아. 한 20분 걸리겠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전화를 끊고 예림은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한세준, 나 너한테 할말 많은데. 다음에 해야겠다. 나 먼저 일어 설께."
"누굴 만나러 가는데 그렇게 정신없이 서두르냐?"
"상관마."
"너 설마..."
세준이 일어나서 예림을 막아섰다. 세준의 눈이 겁나게 이글거린다. 당장 누구 한사람 때려잡을
기세다.
"말해. 누굴 만나러 가는건지."
"유일하게...내심장을 뛰게 할수 있는 사람...그 사람 만나러 가. 그러니까 비켜 줄래?"
성난 세준을 마주하고 서 너무도 침착하게 대답하는 예림을 보자 세준의 눈은 어느새 슬픔으로
가득차 올랐다. 예림에게 한발짝 다가서며 세준은 두손으로 그녀의 양팔을 잡았다. 꼭 예림에게
애원이라도 하는 사람같다.
"너...꼭 이렇게 까지 해야해? 너도 인정 했잖아. 짝사랑이라며.너 혼자 힘든 거잖아?"
"알아. 전화 한통에 만사 제치고 달려 나가는 내가 한심해 보이지? 하지만 볼꺼야. 그앨 봐야지
만 난 아파도 사는게 사는거 같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가. 가서 만나는데. 이거 하난 똑똑히 알아둬. 너 나중에라도 또 그자식때문에
눈물 흘리는거 나한테 들키면 나 그놈 가만 않둔다. 지구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끝장 내버릴꺼라
구."
"세준아... 네가 이렇게 흥분하는거 끈끈한 우리 우정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네가 조금 지나
치다 싶어도 나 그냥 넘어갈수 있어. 하지만 더는 아니다. 이런 간섭 무례하게 느껴질수도 있어.
친구의 짝사랑에 네가슴이 아팠다면 넌 좋은 친구답게 가끔 술친구 해주며 내 넋두리나 들어
주면 돼. 그게 내가 너에게서 바라는 전부야. 내말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았음 한다. 또 보자."
그게 내가 너에게서 바라는 전부야? 예림이 세준의 어깨를 치고 걸어나간 뒤에도 세준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성재는 예림과의 통화를 마치고 시계를 보았다. 10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미유를 오피스텔앞까
지 데려다주고 돌아서는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직까지 있을리가 있겠어? 주인도 없는 집
에? 걱정마. 벌써 갔을꺼야' 라며 미유는 성재를 안심 시켰지만. 성재는 왠지 영진이 미유를 기
다리고 있을것만 같아 꺼림찍 했다. 그렇게 쉽게 돌아설 남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지 미
유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성재에겐 밤새 미유를 붙잡아둘 자격도 없는걸...자
조적인 미소가 성재의 잘생긴 얼굴에 떠올랐다. 둘이 이시간에 같이 있다면...불쾌한 이미지를
떨쳐 내려는듯 성재는 고개를 젖고 위스키를 삼켰다. 예림은 바에 들어서자마자 성재를 금새 찾
아낼수 있었다. 바 맨안쪽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성재는 마지막에 보았을때 보다 휠씬더 세련
되어지고 남자다워 졌다. 물론 하얀 얼굴에 귀공자같은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성재를 보자
예림의 심장이 주인을 알아본듯 뛰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예림은 후
끈 달아오른 볼을 어루만지며 깊게 심호흡을 하고 성재를 향해 걸어갔다.
"이름을 홍길동으로 바꾸는건 어때? 말도 없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이야?"
"누나!"
성재가 벌떡 일어나서 예림을 반갑게 포옹한다. 이미 홍조를 띤 예림의 얼굴이 성재의 포옹때문
에 더 붉어져 버렸다.
"와~누나가 날 오빠라고 불러야 겠어요. 누난 나이를 꺼꾸로 먹나봐요. 지난번에 봤을때 보다
더 어려진거 같은데요? 비결이 뭡니까,누님?"
"야, 어른 놀리면 못써."
예림은 장난스레 빤히 쳐다보는 성재의 시선을 피하며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언제 들어온거야? 아주 온거니?"
"어제 저녁에 서울 떨어졌고요. 아쉽게도 아주는 아니예요."
바텐더가 다가오자 성재가 예림의 눈치를 살핀다.
"나도 같은걸로 할래."
"누나 이거 무지 센데. 괜찮겠어요?"
"오늘 횡재한 기분인데...기분좋게 한번 취해보지 뭐."
'위스키 스트레이트로 두잔 부탁합니다.' 성재가 바텐더를 향해 주문 했다. 다크 부라운의 위
스키 두잔이 성재와 예림앞에 나란히 놓아지고 성재가 호기심 어린눈으로 예림을 바라보았다.
"횡재한 기분이라...무슨일 인지 물어봐도 돼요?"
"오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거든...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우와~드디어 예림누나 연애 하는군요."
"어?"
아니 이게 뭔소리래?
"축하해요. 굉~장히 궁금하네요. 누나가 기다리고 기다리다 마음 연 그행운의 남자분이 누군
지. 사실 전 내심 이해가 안됐거든요. 누나처럼 예쁘고 멋있는 여자를 왜 남자들이 그냥 두는지.
소개해 주실꺼죠? 저 이번에 뉴욕으로 돌아가기전에 꼬옥 보여주십쇼."
"어? 어...그, 그래야지."
그애인이란게 있으면...
"보나마나 무지 멋있는분 이시겠지만...와~기대된다."
"아니..뭐...그렇게 멋있지도 않은데..."
멋있지...멋있긴 그림의 떡이란게 문제지...쩝
"누난, 내앞에서까지 그렇게 겸손해 하실거 없습니다. 좋으면 막 자랑해도 되요. 장장 30년을 기
다려서 만난 낭군님이 아니십니까? 내가 닭되기 직전까지 사력을 다해 들어 드릴테니까 말씀해
보십쇼. 참, 그런데 섭섭하기는 꽤 섭섭합니다. 이런 좋은일 소문도 않내고 뭐하셨습니까? 미리
귀뜸을 해주셨으면 선물이라도 사왔을텐데. 미래의 매형한테 점수도 좀 따 두고. 하하 어쨌든
엄청나게 좋은일 입니다. 곧 국수 먹여주시는 거죠?."
"야! 국수는?!!!"
있지도 않은 약혼자랑 결혼을 어뜩기해!
"왜요?"
"아...아니..그러니까...내말은..."
니가 그렇게 깨끗한 눈으로 물어보면 내가 숨이 막혀서 반박을 못하겠잖니...
"와~ 누나 얼굴이 홍당무 됐는데요? 그렇게 좋으세요? 이렇게 걸리신 이상 그냥 못넘어 갑니다.
이제 다 털어 놓으십쇼.두분 어떻게 만나신겁니까?"
"어? 어떻게 만났냐면......어떻게 만났더라"
만나긴 누굴만나...
이야기를 어떻게 바로 잡아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예림을 성재가 반짝이는 눈으로 뚫어져
라 쳐다보며 다음말을 재촉하듯 숨죽인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내가...사랑하는 사람..넌
데...너란 말이야... 너! 너! 너라구!...찔리게 두눈은 왜저리 맑은지... 거짓말하기는 싫은데...이
제와서 만나는 사람 없다고 하면...날 정말 이상한 여자로 볼테고...사랑은 못받아도 이상한 여자
로 까지 낙인찍히긴 싫어...그렇다고 이런식으로 고백했다가 부담스럽거나 무섭다고 다시는 안
본다고 그러면 어떻해...
"...하두 오래되서 기억이 잘...정말 잘...생각이..."
시간을 벌자...일단 시간을 끌면...저 머리 좋은놈이 그냥 넘어갈려나?
성재의 얼굴에 섭섭해하는 빛이 스치려하는 찰라 예림의 입술이 다급히 움직였다.
"...그게..그렇지 비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가을오후 였는데......내가 강의가 막 끝나
서"
지금 뭔소리를 하는건지...
하지만 성재는 예림의 찹찹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있
었다. 간혹 위스키를 마시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며 예림의 말한마디 한마디에 꾸밈없는 반응
을 보여 주었다.
"대학교 일학년때 부터라면 거의 십년 이네요. 와~ 누나도 완전 순정파다. 그런데...어떻게 결정
적으로 알았어요? 누나가 그형을 좋아한다는걸?"
"그건...내 심장이 먼저 알았던거 같아. 그사람만 보면 내심장이 넌 저 사람을 사랑한다고 미친듯
이 뛰어 댔으니까."
내심장의 주인은 바로 단 한사람...너니까.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장편 ]
잘 만들어진 연인 18
jeny2
추천 0
조회 577
04.10.26 03:3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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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전히 얼키고 설키고 하는 관계네요. 너무 복잡해서 머리가 아파요. 다섯 사람 모두 행복했음 해요. 전 미유의 얘길 더 듣고 싶어요. 신비로운 여자인것 같아서요.
오늘도 재미있네요... 근데.. 오늘 편은..미유랑 영진이랑 안됫네..쩝..
고놈참님...어쩌다 보니 좀 얼킨 관계가 되버렸어요. 하지만 앞으로 재미있게 전개 되도록 노력할께요. 참고로 19편은 미유얘기가 많을거 같은데요?ㅎㅎㅎ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나 지숙이님 18편 미유랑 영진 얘기가 빠져서 섭하셨죠? ㅎㅎㅎ 19편 이랑 20편은 거진 미유와 영진의 독무대일거 같습니다. 지켜봐 주셔용! 감사합니당!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