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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또 밝아버렸다.
일상 자체는 어제와 다를 게 없는 오늘인데, 오늘은 어제와 숫자가 다르다. 그렇게 규정한 숫자만 바뀌는 것이 올해는 뭔가 좀 이상하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든다. 나에 대한 숫자 또한 바뀌어, 나는 이제 41살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됐지..ㅎㅎ
마음은 아직도 낭랑 18세인데, 몸은 60이더라 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이 약간은 이해가 되는 심정이다.
내 마음은 아직도 지난 시절의 어딘가에 머물러있는 듯도 싶은데, 나를 규정하는 숫자는 저렇게 커졌다.
지난 해는 나에게 뭐랄까, 변화가 많은 해 였다.
크게 말하면 인생의 향방이 아예 뒤집힌 느낌이고, 작게 말하면 이런저런 정말 말 그대로 예측불가 다사다난했다.
3년간 만나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짐을 결심했고, 또 헤어졌고, 3년간 다니던 회사와도 헤어짐을 결심했고, 또 헤어졌다.
그리고 웬 갑자기 미국을 가서 3개월을 있었다.
내가 그렇게도 어릴 때 가서 살고싶었던 미국. 나는 한국이 맞지 않는다며 미국에 보내달라고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졸랐는데(졸랐다고 해봐야 한두번 말하고 마는 정도였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반대였든 우리 집 상황의 버거움이었든 나의 겁 때문이든 아무튼 10대~30대의 나는 제대로 도전을 하지 못했다. 아주 어릴때야 어른들의 결정이 결정적이었겠지만, 20대 이후에도 나는 분명 미국이 아닌 영국으로는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잘만 했으면 지금쯤 독일에서 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이런 저런 깔짝이는 기회들은 있었다. 그러나 결심하지 못한것도, 잘 하지 못한것도 나였다. 나는 해외생활을 그렇게 부르짖었음에도 결국 스스로가 용기가 나지 않아 막상 기회들이 다가오면 멈칫 했던 것 같다.
30대 후반이 되고, 삶을 스스로 꾸려가게 되고, 삶에서 오는 소소한 고통들을 알게되면서부터는 뭔가 변화가 싫어졌다. 그냥 지금 옆에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어떻게든 헤쳐나가볼까, 그냥 해외건 꿈이건 뭐건 이런것은 한낱 뜬구름에 불과하다, 이게 나의 진정한 삶이다, 지금 내 앞의 문제들이 내 것이다, 그냥 이렇게만 지내도 어떤 면으로는 행복할 것도 같다, 작고 소소하게..이런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도저히..그 선택을 하는 순간 나에게 다가올 삶의 무게가 나는 감당하기 무서웠다. 못 할 것 같았다. 지금이야 괜찮고 또 소소한 즐거움이야 있겠지만, 너무 아둥바둥 살 것 같고, 또 그러다 보면 잘 지내던 남자친구와도 매일같이 돈문제로 싸울 것 같았다.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면 좋던 사이도 갈라서게 만들 것 같았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삶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그 결심은 우선 남자친구와 멀어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왜냐면 난 혼자 살기는 싫은데, 지금 나이에 남자친구와 헤어진다면 내가 또 누굴 만나서 결혼이나 할 수는 있을까, 아니 만날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었는데, 40 넘은 여자를 결혼상대로 보는 남자는 객관적으로 거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선택을 했다. 둘이 같이 비참해지느니 그냥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자...그래, 아이가 아쉽긴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그렇게 선택한 지금이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미국의 고모가 나를 불렀다. 정말 어이없게도 내가 변화가 싫어지고, 해외 생활은 무슨 내 인생에 그런 건 없고 그것은 한낱 뜬구름이었고 망상이었다, 나는 200% 한국사람이고, 이제는 꼰대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냥 나 좋으라고 와있으라고 한것도 아니었다. 고모 사업을 같이 도와달라는 얘기였다. 사업 종목도 어쩌면 내가 하던 일과 딱 겹치는지. 나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했다. 적합한 비자도 없었고, 그냥 3개월정도 쉬며 보며 어깨너머로 무슨 일 하시나 보고 오자, 그정도였다. 때마침 꾹꾹 참고있던 회사에서도 잡도리가 더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별게 아니어보이는데 별것처럼 혼을 냈다. 잘못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었다. 위에서 봤을 땐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려나? 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었다. 지적을 할 수는 있다.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피드백 할 수는 있다. 그게 윗사람들이 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적당한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사람에 대한 공격을 하는건..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본인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은가보다. 난 솔직히 윗사람의 횡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두들 말은 안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감내하고 있었더라. 그래서 난 미국에서 부르는 콜링에 응답했다. 그래서 예상에도 없던 미국에서 생활을 해볼 수 있었다. 단 2~3개월이었지만.
그냥 '한달 살기'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2~3개월은 나에게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줬다. 뭐...무슨 생각과 깨달음이냐고 한다면 잘은 모르겠다. 의식적인 부분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많이 밝아졌고, 이미 가기 전부터 인생이 뒤집히려나 내 안의 생각들이 많이 바뀌고 깨우친 부분들이 있어서 바뀌고 있는 찰나에 그 곳에 있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근 시일에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자면 이랬다.
이제 나의 어떤 걱정은..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다. 혹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느냐면, 내가 지난 30대 10년간을 돌아보면, 내 뜻대로 의지대로 된 일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떻게 근근히 생활은 할 정도로 버텨내긴 했지만, 정말 사람도 돈도 일도 명예도 아무것도 붙지 않던 시기였다. 정말 길고도 긴 터널같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 도와주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풀리지? 그렇다고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것도 아니고, 난 정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쳤었다.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또 몰라, 진짜 열심히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는데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되질 않았다. 많이 바란것도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근데 아무것도 되질 않았다. 아무것도. 마치 하늘에서 내 앞길을 가지 말라고 턱 턱 막는 것 같았다. 내가 가려고 하는 방향마다 바윗덩이로 그 길을 아예 막아버리는 느낌이었다. 꽉꽉 막혀서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서서히 나는 포기하게 되었다. 아, 내가 애쓴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구나.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하고 수동적인 표현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10년을 보내고 나니, 양자역학을 믿게 되었다(?). 종교나 신이라고 하기에는 나는 거기까지는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양자역학은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시간 개념은 우리에게나 있는 거라고 가르치고(?) 있다. 즉, 나의 미래도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인간인 나의 시점에서 그냥 플레이 되고 있는 것이라는..그런 이론. 근데 맞는것도 같다. 이 이론은 운명론과도 말이 맞고, 신이 있다는 개념과도 말이 맞다. 이 모든게 미래가 두렵고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니까..그리고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가이드해주실것이다, 이런 개념과도 나는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4차원부터는 '시간'이라는 축이 하나 더 생겨난다고 했다. 나는 차원과학에 대해서는 이해도도 낮고 잘은 모르지만, 이런 생각들을 해왔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는 차원에서는 우리를 내려다볼 수 있다.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존재들은 우리보다 고차원의 사람(사람이라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이 아닐까. 무당들이 미래를 본다 하는데, 우리가 귀신이라 부르는 존재들도 우리가 보거나 느끼기 어려운 고차원의 존재들은 아닐지. 왜냐면 2차원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을 살릴수도 탄생시킬수도 죽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당들은 안테나가 보통 사람들보다 발달해서, 고차원의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감도가 있는 사람들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4차원부터는 과거, 현재, 미래가 그냥 다 같이 있으니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미래를 그들은 그냥 이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여주거나 말해주면 그게 무당 공수가 아닌가..하는 생각.
얘기가 샜는데, 무튼 그래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없는것이 아니니 나도 무언가를 해야 맞다. 너무 수동적인 생각인가 하여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도 추가했다.
올해는 나에게 정말 한치 앞도 모를 해다. 나는 그렇지만 노력을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거다. 사람도 만나보려고 노력할거고,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도 볼거고, 그리고 일도..불안정은 하지만 될놈될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것을 흐름에 맡기고, 하지만 나로써는 플랜A, 플랜B를 마련해 놓을 뿐이다.
이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서, 한켠으로는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여전히 잠이 잘 오지 않는걸로 봐서 다 내려놓진 못한 모양이다.
아무리 내려놓아도, 나는 여전히 내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 바람은 영원할 것 같다.
다만 어떻게든 만들어보려고 아동바동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묵묵히 나아가되, 그때그때의 기회와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선택을 하면 된다.
그냥 그런 생각이다.
모든것을 설계할 순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다 해도 설계대로 되지도 않고.
모든것은 다 연이 닿아야 할 수 있는 것 같다.
시기가 있다.
다만 나는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다독이면서 주어진 시간을 지낼 뿐이다.
세상이 바뀔 일은 없다.
내가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깨닫는 것 뿐이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세상은 다 각각 다르다.
스스로의 지옥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또 다른 어떤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삶이란 1인칭 나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의 관점이 곧 세상인 것이다.
나는 그래서, 내가 바란대로 되지 않았다 해서 좌절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 바람이 나에게 꼭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람대로 안되었을때 더 좋은 길로 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그냥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냥 주어진 것 그 안에서 행복을 찾기로 했다.
어차피 정해진 시간으로 주어진 삶, 더 이상 어둠속에서 헤매기 싫다.
감사한 것이 많아졌다.
내 바람이나 마음대로 안 될 때는 나도 역시 실망감을 느끼겠지만, 좌절까지 가지는 않겠다.
그 방향이 내게 더 안좋아서 이렇게 된 거구나, 그렇게 생각할거다.
누군가와 결혼을 이번 생에 하지 못한다면, 아, 나는 결혼하면 매일같이 싸우는 삶을 살거나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거나 등등 혼자 살때보다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가보다, 이렇게 생각할거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면, 아 나는 돈이 많으면 돈과 관련된 어떤 송사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만큼으로 주어지는거구나, 지금의 상황이 가장 나에게 맞는 상황인거구나, 이렇게 생각할거다.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는 최선이기 때문에 이렇게 주어진다고 생각할거다.
그냥 그러고 싶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즐겁게 지내고 싶다.
가끔 마음이 아플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고 가겠다.
이런 글을 쓰는 지금도 난 미래가 불안하다. 걱정이 참 많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동안 깨달은 부분들도 있고, 그냥 지금, 순간 순간을 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뿐이다.
나는 지금 일이나 삶이 불안정해서 불안하다. 이것도 인정한다.
아마 올해까지는 변화가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잠을 깊게 못 자고 있다. 너무 방방 뜨지 않으려고 한다.
좀 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서 내 진심이 뭔지 살펴봐야겠다.
뭔가를 꼭 해야 한다고 정해놓으면 마음이 이렇게 불안하고 끄달린다.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기 위해 이 글도 써봤다.
나의 의식적인 노력이 무의식에도 미치기를 바란다.
마음이 편안한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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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응원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음에 와닿았고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양자역학 관련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