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감리교회 앞에는 공터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쓰레기와 잡초를 치워내고 꽃을 심었습니다. 오가는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봅니다. 꽃에 물드는 시간이겠지요. 꽃의 빛깔과 향기가 마음으로 스민다 싶습니다. 희망과 어울림을 담아 ‘무지개 마당’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침 그날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오후였습니다. 두 사람이 무지개 마당을 찾아왔습니다. 뜻밖에도 마을 곳곳의 공터에 꽃을 심는 모임에 속한 이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저녁 무렵까지 잡초를 뽑고 꽃을 심었습니다.
일을 모두 마치고 신발을 갈아 신으려 할 때였습니다. 무슨 일인지 벗어둔 운동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사이 감쪽같이 운동화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일할 때 신었던 장화를 신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공터가 아니라 공터와 같은 마음에 꽃을 심은 것이었네요.” 위로 삼아 건넨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됐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