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란 교리교사의 교리, 궁금한 건 못 참지] (2) 신부님 옷은 몇 벌이에요
미사 고유의 의미와 축일에 따라 제의 색 달라져
미사 후 신부님이 성당 입구에서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묻습니다. “신부님 옷이 달라졌어요. 아까 미사 때는 흰색 옷을 입었는데, 지금은 왜 ‘검은색 치마’를 입고 계세요?”
“지금 신부님이 입고 있는 옷은 치마가 아니고 발밑까지 내려오는 ‘수단’으로, 성직자들이 평상복으로 입는 옷이란다”라고 친절히 설명했습니다. 학생은 곧장 “그럼 미사 때 입은 옷은 뭐라고 불러요?”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사제들이 입는 옷도 각기 명칭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학생이 의문을 갖고 또 질문한 것입니다. “제의라고 한단다. 지금부터 제의에 대해 알려줄게.”
제의,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입는 제복
제의는 해당 미사의 고유한 뜻과 축일의 의미에 따라 그 색깔이 다양하다. 현재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색깔은 인노첸시오 3세 교황(1198~1216 재위)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흰색·붉은색·녹색·자주색·검은색’ 다섯 가지로 나뉘며, 실제로는 일곱 색깔을 쓴다.
▲ 흰색 : 흰색은 요한 묵시록에 “그들은 하얀 옷을 입고 나와 함께 다니게 될 것이다”(묵시 3,4)라고 하신 말씀에 따라, ‘결백과 기쁨''을 상징한다. 그래서 흰색 제의는 부활 축제를 비롯한 주님 성탄 대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 등 대축일에 입는다.
▲ 붉은색 : 붉은색은 ‘피’를 상징하는 동시에 ‘열과 사랑’을 표시하는 색깔로 성령 강림 대축일, 사도들의 축일 또는 순교자들의 축일에 착용한다.
▲ 녹색 : 녹색은 ‘생명의 희열과 희망, 영생’을 뜻한다. 가톨릭 신자들의 영생에 대한 희망을 뜻하는 녹색 제의는 주일 미사에 입으면서 ‘예수님이 자기 어린 양들을 푸른 목장으로 인도함’을 뜻한다.
▲ 자주색 : ‘참회와 보속’을 뜻하며,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에 입는다.
▲ 검은색 : 검은색은 ‘죽음’을 뜻한다. 따라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성 금요일과 일반 위령 미사 때 사용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부활’을 뜻한다는 의미에서 장례 또는 위령 미사 때 검은색 제의를 사용하지 않고, 흰색 제의를 사용하는 경향도 있다.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 색깔을 사용하지만, 이외에 장미·황금색을 착용하는 때도 있다.
▲ 장미색(분홍색) :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제4주일에는 장미색(분홍색)을 입는다.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에는 엄격한 보속 중에 부활과 성탄의 기쁜 소식을 앞두고 ‘기뻐하고 휴식한다’란 뜻인데, 그 기쁨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에 자주색과 흰색 중간색을 사용한다.
▲ 황금색 : 황금색은 미사의 ‘성대함’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흰색·붉은색·녹색을 사용하는 축일에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특별히 제의 색을 특정해 착용할 수 없을 때 공통으로 입는 것은 흰색이다.
신부님이 미사 때 입는 제의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니, 그 학생은 또 무엇이 궁금한지 곰곰이 생각하더니 “신부님 제의에 십자가가 앞에도 뒤에도 있었어요. 성전에 들어가면 예수님 십자가 한 개, 미사 때 제대 위에도 십자가 한 개, 그런데 신부님 제의에는 앞, 뒤로 십자가가 두 개나 있네요?”라고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건 말이야, 십자가에 뜻이 있기 때문이란다. 제의 앞의 십자가는 ‘사제 자신이 져야 할 십자가’를 상징한단다. 제의 뒤에 있는 십자가는 ‘신자와 이웃이 져야 할 십자가를 같이 지고 가겠다’는 뜻이란다. 그래서 제의에는 두 개의 십자가가 새겨져 있단다.”
“십자가에도 엄청난 뜻이 숨겨져 있었네요. 다른 사람들도 잘 모를 텐데 알려주시면 좋겠어요”라면서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이처럼 미사 때 제의의 색을 보고 그날 전례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5월 19일, 박모란 클라라(인천교구 박촌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