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정상에서 만나는 야생화 꽃밭, 인제 곰배령
강원 인제군
수정일 : 2023. 6. 21.
설악산에서 남서쪽으로 오색의 계곡 너머 자리한 점봉산. 그 산 해발 1,164m 고지에 곰배령이 있다.
3월에서 10월 사이에 점봉산 등산로를 오르면 얼굴을 내민 색색의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점봉산산림생태관리
센터에서는 이곳에 850여 종의 야생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안내한다.
그 중엔 우리나라 고유 자생종과 멸종 위기종, 희귀식물도 있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과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존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점봉산 꼭대기에 이르러 마주한 곰배령은 양쪽으로 솟은 봉우리가 팔 벌려 감싸 안은 듯 푸근하다.
점봉산 능선에 펼쳐진 야생화 천국 곰배령
곰이 하늘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는 곰배령
곰이 누운 형상이라 곰배령이라 부른다지만 ‘丁’자 모양을 한 농기구인 고무래를 닮아 붙은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고무래를 부르는 강원도 사투리 중 하나가 곰배다. 어원이 어느 것이든 곰배령이라는 이름이 주는 질박하고 구수한 느낌은 곰배령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두 시간 정도 탐방로를 올랐다. 탐방로의 오르막길 끄트머리에 이르자 숲으로 막혔던 시야가 일순간에 탁 트인다. 거기서 눈에 들어온 풍경은 등산로와 이어져 걷기 편하게 깔린 데크길과 곰배령 정상석 너머로 높이 솟은 봉우리, 겹겹이 이어지는 주변의 능선이다.
탐방로 오르막길 끝에서 만난 곰배령의 전경
곰배령 정상석
곰배령의 능선엔 잡목이 우거진 봉우리 사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평지 같은 초원과 야생화 꽃밭이 넓게 펼쳐
진다. 데크길 끄트머리에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 1164m’라는 글씨가 새겨진 정상석이 서 있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말에 했던 발 디딜 틈 없이 꽃으로 가득할 것이라는 상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6월의 곰배령엔 더없이 푸르고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하다. 분홍과 노랑, 하얀색의 야생화는 초록의 사이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마치 초록의 양탄자에 꽃수를 놓은듯한 모습이랄까.
6월의 곰배령에서 만난 미나리아재비
분홍색의 꽃잎을 피운 쥐오줌풀
어떤 꽃일까 궁금해 살펴보니 노란색 미나리아재비와 분홍색 쥐오줌풀이 눈에 많이 띈다. 그 외 금낭화, 숙은노루오줌, 터리풀, 붓꽃 등도 6월의 곰배령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다. 하산 전용 코스로 조금만 걸어가면 넓은 쉼터가 마련돼 있다.
곰배령 쉼터
곰배령 쉼터
두 시간여 산을 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저마다 준비한 도시락으로 요기하며 잠시 쉬어간다. 산 정상에 올라 청록이 우거진 풍경을 조망하며 먹는 도시락을 다른 어떤 음식 맛에 비할까.
하루 800명만 입산이 허락되는 탐방로
옛날 진동리와 귀둔리 마을 사람들이 왕래를 위해 넘던 곰배령은 이제 야생화가 만발한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그 길을 내어주었다. 곰배령에 오르기 위해서는 산림청 홈페이지나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미리 탐방 예약을 해야 한다.
진동리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입산을 기다리고 있다.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 탐방로 시작점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경우 진동리에 있는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경우는 귀둔리에 있는 국립공원설악산점봉산분소에서 출발한다.
두 탐방로는 예약하는 사이트가 다르고 반드시 출발한 지점으로 하산해야 하기 때문에 탐방 시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림청 홈페이지 숲나들e에서 사전 예약 후 진동리 설피마을 인근에 있는 점봉산생태관리센터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니 입산허가증을 내어준다.
탐방로 중간에 만난 강선계곡의 물줄기
탐방로 중간에 만난 강선계곡의 물줄기
점봉산생태관리센터를 출발하면 강선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숲길을 따라 걷는다.
계곡의 물줄기는 곳곳에서 바위틈을 타고 내리며 조그만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더운 날 만나는 계곡의 물줄기는 그 자체로 청량함을 선사한다.
야생화와 어우러진 강선마을의 주택
탐방로에서 만나는 강선마을의 식당
산책하듯 얼마간 걸으니 강선마을이 나타난다. 옛날에는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고 약초를 캐며 생활하던 마을이
었다. 세월이 지나며 이제는 몇 가구 남지 않았다. 곰배령으로 오르기 전 만나는 마지막 마을이어서 잠시 요기하며 쉬어갈 수 있다. 직접 만든듯한 쑥식혜며 오미자 냉차 등을 파는 무인 판매대도 정겹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만나는 숲의 풍경은 다채롭다.
양치식물인 관중이 우거져 공룡시대 숲을 연상시킨다.
죽은 아름드리 고목의 뿌리가 조각품 같다.
해발 700m 이상의 고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신갈나무를 비롯해 물푸레나무, 전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그늘을 제공해준다. 양치식물 관중(貫衆)이 군락을 이룬 곳이나 넘어진 아름드리 고목을 만나면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보았던 공룡시대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곰배령에 다다르면 하산길은 오른 길을 되돌아 내려가든가 하산 전용 코스로 내려가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점봉산 정상과 설악산 대청봉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하산 전용 코스로 들어서면 쉼터를 지나 전망대도 만난다. 전망대에서는 점봉산 정상과 대청봉, 중청봉, 끝청봉의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여행정보
예약처
① 숲나들e : www.foresttrip.go.kr (하루 450명 입장 제한)
이용 시간 : 오전 9시, 10시, 11시(4월 21일~10월 31일)
오전 10시, 11시(12월 16일~2월 28일)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화요일, 산불조심 기간(예약 홈페이지 공지 미리 확인)
문의처 : 033-463-8166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
요금 : 입장료 무료, 주차비 5,000원(소형차 기준)
② 국립공원공단 : https://reservation.knps.or.kr (하루 350명 입장 제한)
이용 시간 : 오전 9시~11시에 입산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화요일, 산불조심 기간(3월 1일~4월 20일, 11월 1일~12월 17일)
문의처 : 033-801-0995 (국립공원설악산점봉산분소)
요금 : 입장료 및 주차비 무료
식당 및 숙박
곰배령끝집(식당·민박)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곰배령길 232 / 033-463-0046
곰배령산수갑산펜션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설피밭길 622 / 033-462-3108
풍경소리펜션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설피밭길 661 / 033-463-1209
금순이네식당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설피밭길 291 / 010-8527-7976
글/사진 오원호(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3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